[리뷰] 불온한 상상에 불온한 답장을 보낸다. [공연]

이야기의 方式, 춤의 方式 - 공옥진의 병신춤 편 (베세토 페스티벌)
글 입력 2018.10.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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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그린피그.jpg
 

아무것도 모른 채로 공연장에 발을 들였다. 조명이 비치는 무대에서 하얀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때로는 부드럽고 느리게, 때로는 보는 이가 그 속도를 주체할 수 없어 온몸이 오그라들 만큼 강렬하고 빠르게 춤을 추는 그들을 바라봤다. '제 춤을 보고 당신을 울게 될 거예요.'라는 말을 서너 번 이상을 들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조금 당황스러운 얼굴로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표정도, 머리도 멍한 상태로 함께 공연을 봤던 엄마와 금남로를 걸어 다녔다. 서로 공연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공통적으로 했던 말은 '온몸이 딱딱히 굳어지는 느낌을 받을 만큼의 불편함과 긴장감을 느꼈다'였다. 나는 뒤늦게 무엇이 엄마와 나를 그토록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찾아갔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들어가서 공연 자체로만 느낀 감상과 그 뒤 '공옥진'의 삶을 알게 된 뒤에 새로이 느낀 감상으로 나누어 적고 싶다. 두 감상이 마치 다른 공연을 본 것처럼 달랐기 때문이다.


이방춤방1-남산예술센터 제공(photo by 조현우).jpg


 
제가 진짜 공옥진의 수제자인데요.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작품의 제작 배경이 유일했다. "<이야기의 方式, 춤의 方式 - 공옥진의 병신춤 편>은 '춤이라는 것', 공옥진의 춤을 키네틱센서를 이용하는 게임으로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발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머리를 단정하게 하나로 묶은 무용수가 등장한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저스트 댄스'와 비슷한 게임을 켜고 화면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의 동작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제니퍼 로페즈'의 'On The Floor'에 맞춰 완벽에 가까울 만큼 모든 동작을 해낸다.

그리고 공연 중반 다시 가상의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그들이 이 공연을 구성하며 품었던 의문처럼, '만약 저스트 댄스에서 공옥진과 같은 대가들의 춤이 등록되어 있다면 누구나 공옥진의 수제자가 될 수 있는 걸까?' 기계에 공옥진의 몸동작을 입력하고 이내 공옥진을 닮은 듯 닮지 않은 가상의 캐릭터가 비트가 강렬한 노랫소리에 맞춰 공옥진의 병신춤을 재현해내고 7명의 무용수들은 그 춤을 따라 춘다. 하지만 어떤 동작은 키네틱 센서로도 인식하지 못한다. 기계는 인식할 수 없는 미묘한 동작, 은근한 표정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들이 계속해서 돌아가며 자신이 '공옥진의 진짜 수제자'라고 말했던 부분이 이와 연결되어 떠올랐다. 완벽한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누군가를 이을만한 대가가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 예술가가 표현하려고 했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별 의미 없이 저스트 댄스를 보며 춤 동작을 따라 하며 게임을 하듯 동작을 반복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동작을 완벽히 따라 하는 것은 어떤 의미도 없다. 극이 본래 전하려고 했던 의미가 이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완전히 오인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공옥진의 춤이 현대화된 프로그램으로 입력되는 과정을 보고, 그 과정을 통해 나타난 결과를 보며 부정적인 의견을 먼저 생각했다. 센서가 담아내지 못했던 부분을 보면 그건 아주 감정적인 부분 (아직 기계가 도달하지 못한)이다. 그것이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라 생각한다. 은근함, 숨겨진 의미, 조심스럽게 드러나는 이야기나 감정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기계가 아직은 표현해낼 수 없다.

7명의 무용수들은 그들 뒤로 비치는 큰 스크린에 보이는 공옥진의 실제 공연 현장과 똑같이 표현해낸다. 표정과 몸짓, 그들의 것은 기계가 보여주는 재생산된 병신춤과 다르다. 나는 울지 않았지만, 그들의 실제 현실의 움직임을 보며 누군가는 울먹였을 것이다. 그 안에는 춤의 배경을 알지 못하더라도 느낄 수 있는 먹먹함, 강렬함이 있었다. 하지만 센서에 인식된 공옥진의 춤을 따라 하는 그들에게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그린피그가 내게 보여주려 했던 불온한 상상은 '예술도 기계화될 수 있을까?'였을까? 그들이 내게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그에 대한 답변으로 예술을 기계화하여 현대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보낸다. 기계는, 키네틱 센서는 아직 공옥진의 수제자가 될 수 없음을. 그 춤에 담긴 은밀한 감정과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이방춤방3-남산예술센터 제공(photo by 조현우).jpg



병신춤은 그녀의 굴곡진 삶의 표현이었나?

공연을 보는 내내 내 몸의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중간중간 긴 숨을 뱉으며 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여주며 긴장을 풀어줘야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체한 듯이 마음에 무언가 응어리져있었다.

우선 공옥진에 대해 찾아봤다. 극에서 자주 언급되는 '아버지는 징용비 마련하려고 나를 팔았지' 이야기는 공옥진의 실제 이야기다. 그 외에도 그녀가 겪었던 말할 수 없이 잔혹한 인생사를 잠깐 짧은 글로 접하며, 그가 춤으로 사람들을 홀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의 삶이 춤 안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봤다. 보는 이에게 불편한 긴장감을 주던 그 동작을 다시 떠올려봤다. 공연장 안에서 느꼈던 것과 달리 춤이 보였다. 춤을 추면서 그는 자기가 삶에 어쩔 수 없이 지어야 했던 무거운 짐을 때로는 울음으로 웃음으로 털어내려 했던 걸까?

7명의 무용수들은 각자의 표정으로 얼굴이 뒤틀리고, 각자의 불편한 자세로 몸을 비비 꼬며 무대를 장악한다. 그들의 등에는 송골송골 땀이 돋아있다. 몸이 뒤틀리고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누군가 그런 표정과 몸동작을 보며 눈살을 찌푸릴 만큼, 춤에 담긴 인생의 모습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 춤을 보며 내가 느꼈던 사지가 단단히 굳어버린 듯한 긴장감은 아마도 표정과 동작에서 나도 모르는 새에 춤에 숨겨둘 수밖에 없었던, 춤 이외에는 표출할 구멍이 없었던 울분과 서글픔의 감정을 전해 받았다.

공연장을 나온 뒤늦게 느낀 감정이 나를 더 깊은 생각으로 이끌었다.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른 이의 무거웠던 삶을 생각했다. 꽤 오랫동안 내 몸 안에 답답하고 무거운 기운이 남아있었다. 깔깔 웃거나, 가슴부터 따스하게 온몸을 적시는 공연은 아니었다.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몸과 마음 어딘가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에서 더 많은 의문과 생각이 떠올랐다. 또 즐기고 싶은 불편함이었다. 어쨌든 좁은 시야지만 그린피그의 불온한 상상에 불온한 답장을 보내본다.


[김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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