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짜와 가짜의 경계 - 연극 애들러와 깁

글 입력 2018.10.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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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인가. 더이상 기존에 없었던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개성이 차고 넘치는 지금 이 세상 속에서, 점점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불분명해지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제 자신에게 와닿는 현상과 감각이 중요할 뿐 그 이상의 복잡한 사실에는 관심이 없는 것일지도.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세상을 돌아다니기에 진짜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만큼, 더욱이 진짜를 찾는 것이 너무 의미 없어지는 것이다. 진짜를 대체할 것은 정말 차고 넘쳤으니 말이다.

연극 <애들러와 깁>은 독창적인 스토리라인과 무대 구성, 연출을 통해 과연 진짜와 가짜란 무엇이고 그것이 대중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독특한 작품이다. 20세기를 뒤흔들었던 예술가 자넷 애들러와 그의 연인 마가렛 깁. 두 여인은 독특한 작품으로 세상을 놀래켰다가 갑작스레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린 미지의 인물들이다.

베일에 쌓인 그들의 말년에 대해 명확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2000년 이후 자넷 애들러의 죽음이 밝혀졌을 때 연인인 마가렛 깁이 암묵적인 범인으로 지목당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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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런 독특한 예술가 자넷 애들러를 무척 동경하는 배우 루이즈 메인은 애들러를 모티브로 만들어지는 영화의 연기를 훌륭히 수행하기 위해 오래된 그들의 집을 방문한다. 매니저를 닥달하며 어떻게든 그 안으로 들어가보니, 사실 깁은 아직 살아있었음이 밝혀진다. 루이즈는 아직 그녀의 연인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극도로 흥분하는 동시에, 자기 내면에 깃들기 시작한 애들러에게 도를 넘을 정도로 집착하며 주변 상황을 극으로 치닫게 만든다.

깁을 몰아세우며 자기 자신의 연기를 봐달라고 말하는가 하면, 그녀와 함께 해온 반려견을 파이프로 내려쳐 죽이거나, 무덤을 파헤쳐 애들러를 직접 만나보고자 하기까지. 이 과정에서 현실은 점차 빛을 바래고 이를 대신하는 그녀의 연기가 그 자리를 채운다. 결국 깁은 이 사실을 은폐하고 비극적인 내용으로 영화를 갈무리짓고자 하는 루이즈의 욕심에 의해 목숨을 거둔다. 그리고 루이즈는 몇년 후, 애들러를 연기한 것으로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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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은 연극이긴 했다. 일단 구성 자체가 일반 상업극과는 궤를 달리 하는 참신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애들러와 깁의 내용을 실존인물로 느끼게 하는 프레젠테이션 양식이 루이즈와 깁의 삶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뤄지며, 그 사이 연극이 진행된다.

애들러와 깁의 삶을 조망한 프레젠테이션 현장을 묘사한 연극과 애들러의 생가에서 벌어지는 루이스의 집착어린 행동이 번갈아 이어지면서 관객은 알 수 없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처음에는 애들러와 깁이 실존 인물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 연극을 위한 창작된 것임을 나중에야 깨닫는 등 독특한 구성을 통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문다.

그리고 연극 내내 등장한 한 소녀는 연극 내에서 다양한 무대 장치를 역할하며 극중 분위기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반려견이 되었다가, 애들러의 사체가 되었다가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되는 그녀의 역할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역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마음 속으로 곱씹게 만든다.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게 진짜일까, 그리고 진짜를 연기하기 위한 가짜는 어느 정도까지가 옳은 것인가, 그렇다면 수많은 창작물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결국 미친 듯 애들러를 연기하고자 갈망하는 루이즈는 그녀의 연기로 자신이 바라던 애들러의 모습을 손에 넣었을 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그 수많은 아픔의 과정을 겪고 얻어낸 연기는, 현실의 사실에 생채기를 내며 얻어낸 연기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마음이 답답하리만치 다양한 생각이 불쑥 들어차게 만드는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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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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