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린 모두 유기견이야 [공연]

<그 개>공연, 인간이 동물에게 준 계급의 불합리성
글 입력 2018.10.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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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_최종포스터.jpg
 

"우리들은 모두 유기견이야!"라고 외치는 주인공 해일. 부모님도 있는 주인공이 그런 부정적인 말을 내뱉는다는 것은 분명 그 삶이 고독하고 슬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문장과 함께, <그 개>라는 제목의 공연은 과연 개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 유기견을 우리에게 보여줄 지가 무척 큰 궁금증이었다.

장마도 아닌데 갑자기 비가 오던 저녁,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으로 들어갔다. 날은 무척 어두웠고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그 날도 역시 하루 일과에 치여 지쳐있었다. 여태껏 갔던 공연장과는 다르게, 데스크에서 일 처리가 매우 느렸다. 표 한 장 주는 건데 왜 그렇게 느린지 의아했다. 5명의 안내원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4번째 자리에서 초대 티켓을 나누어 주었다. 다른 자리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문화 초대 자리에서만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내가 갔던 날이 공연의 첫 날이라 초대로 온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내 바로 앞 사람들에게도 티켓을 매우 느리게 배부했고, 나에게도 아주 느리게 주었다.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들어서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니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첫 날에는 융퉁성을 발휘해서 초대석을 2개 카운터로 늘려도 좋을 것 같다. 심지어 더 얹짢았던 것은, 공연장 내 내 좌석이 앞줄에서 두번째 자리인 바닥석이라 고개를 하늘 위로 들어서 무대를 바라봐야 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 이렇게 낮은 좌석에 앉은 적이 없어서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더욱 심한 일은 내 앞에 앉은 키가 내 1.5배가 되는 성인남성이 앉아있었던 것이다. 그 분도 아마 키가 커서 일상생활에서 곤혹스러운 일이 많았겠지만, 나는 그 분 때매 공연 내내 고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왼쪽으로 돌려서 보거나, 오른쪽으로 보거나 온몸으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봐야했다. 무척 피곤한 관람이었다.


3. 그 개_해일과 무스탕.jpg
 


공연의 시작은 해일과 무스탕이 나와서 온갖 놀이기구 위에서 같이 뛰어노는 장면이었다. 산뜻하고 발랄한 음악에 맞춰 둘은 어린아이들처럼 함께 뛰어논다. 그러다가 해일이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뒤쪽에 산등성이처럼 생긴 길을 따라서 흰 블라우스와 검은 슬랙스를 입은 사람들이 잔뜩 등장해서 물을 흉내낸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해일을 괴롭힌다.

해일은 틱장애를 앓고 있다. 틱장애란, 어느 순간에 근육이 수축하면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어떤 신체적인 병도, 정신적인 병도 아닌 그냥 살다가 한번쯤 일어나는 증상으로 10명의 아이들 중 약 3명의 아이들이 겪는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미디어는 일반인들에게 틱 장애가 나타난다면 아이가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이미지를 많이 노출해왔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틱을 심각하게 걱정한다. 해일의 틱 장애는 볼이 비틀어지고, 한쪽 어깨가 들리면서 "씨발"같은 욕을 하는 증상이었다. 해일은 그것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고, 집 앞에서도 학급 친구들과 마주치면 그들이 놀려댔다. 학부모들이 해일의 아버지를 찾아와서 교육에 도움이 안된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 주인공 해일의 아버지는 해일이 틱을 할 때면 눈을 마주치고 아무데도 다른 데를 보지 못하게 잡아두었다. 그렇게 하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것 같았으나, 다음 날이면 더 심해졌다.


1. 그 개_ 해일.jpg
 


사실 공연을 보기 전에, 주최측에서 전달한 제작발표회 사진을 보고 해일이 <집에 사는 몬스터>의 주인공 덕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름을 확인해보니 동일인물이었다. 이름을 확인하기 전에도, 해일이 대사를 말했을 때부터 알았다. 분명하게 전달되어 오는, 강렬하게 내뱉는 어조. 저 작은 몸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엄청나게 촉촉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별 것 없는 움직임에도 군더더기가 없어 최소한만을 보여준다.

처음에 연극을 봤을 때는 내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의 드라마와 영화는 모두 얼굴을 아는 배우가 또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데, 다른 역할이라도 그 성격이나 말투, 특징이 얼마나 비슷한지 특히 '신과 함께'에서 마동석 씨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그 인물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진지한 내용에서 잠시 벗어나와 현실감을 주어 환기를 시킨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그러나 그런 경험들이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나오다보면 이 영화나 저 영화나 차별점을 잘 모르겠고, 영화계란 것은 유명한 사람들이 독점해 새로운 인물이 유입되기 힘들어 아무리 내용이 바뀐다고 해도 영화를 구성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바뀌지 않는 느낌이 많이 들었었다.

그런 진부함에 넌더리를 느끼다 한번도 보지 못한 배우들이 상당한 연기력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은 정말 참신한 세계였다. 그리고, <그 개>공연을 보면서 다른 연극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배우도, 또 다른 연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덕과 해일은 엄마가 없고, 아버지와 둘이서만 사는 상처를 가진 중학생이라는 점에서 주인공이 상황은 아주 닮았다. 그러나, 덕은 반항적인 아이이고, 해일은 얌전하다는 점에서 성격은 다르지만 이상하게 해일의 모습에서 덕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나도, 연극이란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매번 다른 사람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연극배우도 하나의 작품에 나오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성장해가는 사람들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인물이 또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아마 어려보이면서, 또 어린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그만한 아우라를 풍기고 흡입력을 가진 배우를 찾기도 힘들 것이고 누가봐도 '이지혜' 씨가 덕과 해일의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게다가 내가 넌더리내던 비슷한 유머로 연극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점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내가 처음에 느꼈던 한 배우가 하나의 인물만을 연기해서,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지는 것이라는 연극에 대한 기대감이 얼토당토않은 이기심이었다는 사실을 조금 깨달았을 뿐이다.


6. 그 개_ 해일.jpg
 


해일의 아버지는 대기업의 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는 오래 전에 이혼하셨는지 도망가셨는지 해일이 가끔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로 가서 김치볶음밥을 먹고 오는 정도다. 그러다가 어머니도 어느날 갑자기 중국으로 사라지신다. 외로운 해일은 산에 오르곤 한다. 그 산에서는 틱 증상도 없다. 그러다 유기견인 무스탕을 발견하고 함께 지내게 된다. 처음에는 따라오지 말라고 위협도 해보지만 무스탕에게 위협은 통하지 않는다. 둘은 곧 아주 친해져서 끌어안고 놀기도 하고, 해일이 던지는 공을 무스탕이 주워오기도 한다. 외로운 해일과 외로운 유기견 무스탕이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종] 서울시극단_그개_장면시연 2_하해일(이지혜) 무스탕(안다정).jpg


개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우선, 무스탕에서 1차 충격이었다. 머리가 부스스하고 가끔 개 울음소리를 내는 사람이 등장해서 개 흉내를 냈기 때문이었다. 제작발표회 사진에서는 해일 옆에 평범한 사람으로만 나와서 저 분이 무스탕 역할인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진에서 왼쪽분이 해일 역을 했던 이지혜 씨고, 오른쪽 분이 무스탕 역할을 하는 안다정 씨이다.

그러나 공연장 안에서는 베이지색의 오버롤을 입고 머리를 볶아서 마치 강아지들의 뽀글거리는 털을 표현해낸 것 같은 분장에 귀여움이 폭발했다. 달려와서 해일을 덮쳐 둘이서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은 반려견이 주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표현해주었다. 해일이 공을 던지고 숨어있어도 자신을 쉽게 찾아내는 무스탕에게 "어디있는지 어떻게 알아?" 물어보면 무스탕은 "쿵쾅쿵쾅"이라고 대답한다. 해일의 심장소리를 듣고 그의 위치를 찾아낸 것이다. 비슷한 키의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을 반려견과 주인으로 표현해서 그런가 더 친구처럼 느껴지고 다정하게 보이는 연출이었다.


4. 그 개_보쓰와 장강.jpg
 

<그 개> 공연에서 2차로 충격받은 것은 '장강'과 그의 반려견, '보스'다. 장강은 앞서 말했던 해일의 아버지가 운전기사로 일하는 대기업 사장이다. 악행을 일삼고,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을 짓밟아내리기 일쑤며, 관리인들을 못살게 굴어 쫒아내기 일쑤다. 사실은 아내에게도 버림받고, 딸에게도 버림받은 외로운 존재로 반려견인 보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스도 사실은 장강과 비슷하게 매우 폭력적인 도베르만으로 장강의 집 안에 반려견들을 이미 수차례 물어뜯은 전적이 있다.

내가 놀랐던 것은 저토록 거대한 성인 남성이 도베르만을 연기한다는 사실이었다. 장강이 시키는대로, 누워, 앉아의 온갖 명령에 날렵하게 반응하며 장강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는데 혀를 내밀고 아주 이상한 표정을 짓고, 정말 '개처럼' 행동한다. 정말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대단히 놀라운 장면이었다. 개를 연기한다는 것은 사실은 사람에게는 매우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일텐데 그는 태연스럽게 정말 개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장강과 보스는 반려견과 주인의 관계로 서로에게 10년 넘게 유지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였지만 해일과 무스탕의 관계와는 달랐다. 해일과 무스탕이 정말 아무 감정없이 서로에게 의존할 수 있었다면, 장강에게 보스는 자신의 위엄의 상징이며 외로운 자신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대상이었다. 보스의 거친 행동을 돈을 써서 잠재울 수 있었다. 보스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하고 있었다. 그게 내가 궁금했던 점이기도 하다. 왜 안다정 씨가 무스탕을 연기하는 것은 귀여운데, 유원준 씨가 보스를 연기했을 때는 놀랐을까? 그건 충성도와 친밀함의 차이였다. 무스탕은 해일과 친할 뿐이지만, 보스는 장강에게 온갖 충성을 다한다. 발을 달라고 하면 발을 주고, 기라고 하면 기어간다. 물론 그것도 타인이 있을 때만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었지만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려견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한 것 같다.

돈이 많은 자의 개와 돈이 없는 자의 개는 다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현실이다. 극 중에서 만약 무스탕과 보스가 동일하게 아팠었다면, 장강은 보스를 치료할 수 있었겠지만 해일은 무스탕을 치료할 수 있었을까? 무스탕이 아무리 해일을 따라왔다고 해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해일은 무스탕을 데려오면 절대 안 되는 거였다.

나는 고향에서 고양이 6마리를 키우는데, 생각보다 고양이들은 아기 때 자주 아프다. 첫째 귀동이는 높은 데서 뛰어내려 발목을 접질러서 열병을 앓기도 했었고, 둘째 젖소는 구내염 때문에 이빨이 다 뽑혀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더 이상 이를 쓰지 못한다. 아마 길고양이들을 데려와서  다들 면역력이 약한 것 같긴 하다. 분양 받아 온 셋째 샴고양이는 얼마 전에 새벽에 집을 탈출해서 높은 데를 뛰어내려 내출혈이 일어나고 발목의 뼈가 180도로 돌아갔었다고 한다. 응급실에도 갔었다고. 그밖에 다섯째와 여섯째인 피망이와 카레는 허피스를 나란히 주고받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타격이 크고, 동물들은 자주 아프고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 그럴 여유가 되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불쌍한 동물을 집에 데려오는 것은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2. 그 개_영수 선영 별이 무스탕 해일(별이의 생일파티).jpg


영수와 선영, 그리고 그 둘의 아들 별이가 등장한다. 돈이 별로 없어 좁은 집에 살아 별이는 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울면서 떼를 쓸 정도다. 영수와 선영은 늘 보험금 3만원을 어떻게서든 내지 않기 위해 악을 쓰고 서류를 찾아다닌다. 그들에게 3만원은 그 정도로 아껴야 하는 돈인 것이다.

"세상의 고통은 어쩌면 제일 약한 존재들로 흘러들어간다."

영수와 선영은 늘 위에 있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그렇게 돈이 많으면 가난한 자들에게 좀 베풀 것을 외친다. 그러다, 틱장애를 앓는 해일을 만났을 때 선영의 생각이 점점 변한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그 전에는 위만 쳐다보면서 '왜 안주냐고' 불평을 했다면 이제는 베풀 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그런 위에 자리에 올라간다면, 자기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고 하며 드디어 화해를 했다. 자기가 증오하던 대상들을 용서하고, 자기 자리에서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 애쓰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해일은 자기가 틱장애를 앓고 있지만 괜찮다고 해주는 어른에게 감동받아 울고, 영수와 선영의 집에서 그림을 배우고 별이에게 드론을 선물한다. 그리고 선영이 일 때문에 외출해있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진다. 영수와 별이, 무스탕과 해일이 해일의 아버지가 일하는 장강의 집 정원으로 드론을 날리러 갔다. 거기서 영수는 선영의 전화에 보험금 서류를 찾으러 별이를 해일에게 맡기고 집으로 간다. 해일은 처음에는 별이와 무스탕과 함께 드론을 날리고 재밌게 놀았지만, 갑자기 보스가 등장하며 약간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보스는 별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경고를 조금씩 주었는데, 놀면서 별이가 자꾸만 보스를 밀어내거나 놀리고 괴롭힌다. 드론을 날려도 별이와 개들이 돌아오지 않자, 해일은 놀라서 그들에게 다가간다.


9. 그 개_해일과 무스탕 영수와 선영 장강과 보쓰.jpg
 

그리고, 보스가 별이 허벅지를 물어놓은 것을 발견한다. 별이는 그 일로 결국 죽게 된다. 그 뒤의 사건은 다들 추측할만하다. 해일의 아버지는 해일에게, 보스가 아니라 무스탕이 물었다고 하라고 시킨다. 그리고 해일은 무스탕이 죽지 않게 버린다. 장강은 보스를 위로해준다. 보스는 점점 늙어가고 의기소침해간다. 별이의 아빠 엄마, 영수와 선영은 자책과 증오로 휩싸여 보험금을 안내려했던 그 상황을 탓하고, 모른다고 전화를 둘러대던 보험사 그 여자를 증오하고, 서로를 탓하고 무스탕을 죽이려고 한다. 별이를 잊지 못한다.


7. 그 개_장강과 댓글들(팝업인물).jpg
 


보스가 별이만을 물었던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돈을 써서 많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했지만 여러 고용인을 수차례 물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장강의 생각 속에서 그의 죄책감이 발현된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 댓글을 이렇게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장강의 폭력성과 얍쌉함이 극 내내 보였다.

아내가 젊은 테니스 코치와 바람이 나서 자기를 버렸지만, 장강은 또 아무렇지 않게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시를 읽어주는 문학 선생님을 고용해서 그녀에게 사랑의 반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녀가 LA로 여행을 갔을 때 그녀의 호텔에 머물며 스토킹을 하기도 한다. 젊은 남자와 수영을 하고 키스를 했다며 그녀를 수치스럽게 만든다.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게 돈까지 많으니 세상에 하지 못할 일이 없는 것이다.


11. 그 개_ 해일(마지막 장면).jpg
 

해일은 결국 그 무게감을 이기지 못해, 무스탕을 해변가에 버린다. 이전까지 봐온 공연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결국 이렇다 할 명쾌한 결말도 없었던 <그 개>. 별이는 죽고, 무스탕은 버려지고, 장강과 보스는 살던 그대로 살며 조금씩 늙어간다. 해일의 아버지는 여전히 장강에게 충성을 다하고 그의 못된 일들을 덮어주며, 해일의 틱 장애는 낫지 않고 반려견까지 잃게 된다.

공연 중간에도 울기는 울었지만, 공연이 막을 내리고 배우들이 나와서 웃으며 인사하는 장면에서 완전히 터져버렸다. 조금 전까지 인생의 공허함을 외치며 공허해서 아무것도 없는 표정과 얼굴로 외치던 그들은 이제는 그 슬픔을 벗어던진 양 관객들에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들의 모습같았다. 혼자 있을 때는 한없이 아파하면서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면서도 사회 생활을 하며 남들 앞에 있을 때는 또 아무렇지 않게 기계가 된 것처럼 일을 처리해낸다. 모든 사람들은 개인마다 상처를 안고, 증오를 안고 비참함을 갖고 살아있지만 사실은 그렇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 원래는 극이 끝나면 얼른 집에 가서 쉬려고 빨리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오는 편인데 그 날은 모든 사람들이 나가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너무 슬프고 슬퍼서 집에 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울다가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고 나왔다.


5. 그 개_해일과 무스탕 영수 별이 선영.jpg
 

처음에는 동물을 끝까지 지켜낼 수 없다면 키워서는 안 되며 그건 전적으로 해일의 잘못인 듯이 말했다. 그러나, 무스탕의 잘못이 아닌 일을 해일의 가족이 살기 위해 무스탕의 잘못으로 만들어버려 해일이 어찌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게 어떻게 해일의 책임일 수가 있을까. 보스는 돈이 많은 주인덕분에 죄를 저질러도 이때까지 살아올 수 있었지만, 무스탕은 돈이 없는 주인때문에 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다른 개의 죄까지 뒤집어쓰고 죽을 위기에 놓였다.

사람들은 동물을 키우면서, 죄가 없는 동물에까지 자신의 신분을 그대로 물려준다. 계급이 없는 동물들에게 계급이 있는 인간들은 자신의 계급을 나누어준다. 행복은 나누면 두배가 된다고 하고, 슬픔은 나누면 1/2로 줄어든다고 하지만 계급은 아무리 공유해봤자 그대로다. 아마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우리는 이 계급 속에서 같은 계급을 가진 동물들과 어울려서 살아갈 것이다. 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책임을 뒤집어쓴 채, 나누어주지 않는 부를 영원히 증오하면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버려진 동물을 데려와 키우는 것은 더할나위없는 나눔이자 베품이다. 하지만 우리는 큰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도 사실은 유기견이라는 사실을.





8. 그 개_영수와 선영.jpg
 

그 개
-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


일자 : 2018.10.05(금) ~ 10.21(일)

시간
평일 - 오후 8시
토 - 오후 3시, 7시
일 - 오후 3시
화 - 공연없음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주최
(재)세종문화회관

주관
서울시극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서울시극단
02-3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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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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