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극단 산울림의 '이방인'

글 입력 2018.09.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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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오래전부터 읽기를 미루어 두었던 책이다. 그리고 극단 산울림의 연극 <이방인>을 보러가기 전 꼭 이 책을 다 읽겠다고 다짐했었다.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책을 덮은 후에는 문득 두려워졌다. 내가 이 연극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뫼르소의 초연함과 무감각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소설을 극으로 올린다면 어떤 연출로 선보이게 될지 또한 문득 궁금해졌다.

원작 소설책을 사러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는데 어느 출판사의 책을 고를지 한참을 고민했다. 출판사마다, 번역가마다 번역에 고민과 고민을 거친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뫼르소의 무심하고 초연함의 정도가 한 문장, 한 단어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이방인>에서도 뫼르소는 다른 인물들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톤으로 말한다. 독백이 많아서 일수도 있지만 확실히 뫼르소는 무채색의 톤으로 느껴졌다.

장례식에서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보다는 따뜻한 밀크커피가, 담배 한 개비가, 부족했던 잠이 절실했던 뫼르소. 그날의 태양 때문에 아랍인에게 다섯 발의 총을 쏘았던 뫼르소. 나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연극을 보고 난 후에도 여전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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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토록 나와 닮았고,
그리하여 마침내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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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잘 마무리되고
내가 혼자라는 걸 덜 느낄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소망은 이제 딱 하나밖에 없다.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외침으로 나를 맞아주는 것,
그것뿐이다.”


작품 외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선 뫼르소를 연기한 전박찬 배우에 대해 말하고싶다. 연극을 보고 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주인공 뫼르소의 눈빛과 시선이었다. 특히 1부에서의 뫼르소의 대사들은 단조로운 톤으로 일관되었지만 전박찬 배우가 연기한 뫼르소의 눈동자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느린 템포로 시선을 이동하며 관객 한명한명과 눈맞춤을 시도 하기도 하고 마리와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는 우리 관객들과 시선을 같이하여 화면을 바라보며 관객의 일부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자신의 재판이 진행될때는 아예 객석쪽으로 들어와서 그 장면을 함께 지켜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초반에는 내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인간과는 너무나도 다랐기에 심리적으로 멀었고, 무대와 객석 사이의 제 4의 벽 너머로 방관하듯 바라보았기에 물리적 거리 또한 멀었다고 할 수 있지만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뫼르소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의 세상을 바라보니 문득 부조리함에 맞서는 그가 자유로워보였다. 뫼르소의 지나치게 무감각한 모습이 그를 이방인으로 남게 만들었고 죽음으로 이끌었지만 그는 결코 거짓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을 각색한 작품들을 보고 흔히들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원작 소설을 읽고 가길 잘 한 것 같다. 거기에 단순하게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관객의 상상만으로 무대가 완성될 수 있도록 조명과 음향이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 그리고 일인 다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배우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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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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