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사가 뮤지컬 장르에 끼치는 영향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9.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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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좋아하는 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생전 처음 티켓을 직접 예매해서 보러 갔다. 뮤지컬 또한 처음이었다. 공연이 끝나는 시간에 문자를 보내 친구에게 후기를 물어보았다.
 
“○○○(가수 이름) 쩔었다.”
 
작품 자체는 어떠냐고 물어봤지만 별다른 느낀 점이 없었는지 그저 배우들의 연기가 노래가 매우 좋았다고 답했다.

해당 공연은 유명 배우 캐스팅과 화려한 무대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작품성에서는 난해하고 추상적이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순간 비약한 서사(敍事)가 뮤지컬(영화)이 비주류 장르라는 데 일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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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제약이 있는 장르에서 서사쌓기는 쉽지 않다.
@rawpixel, unsplash



작품의 연마제, 서사


작품성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는 이야기의 서사가 잘 짜여 있는가이다. 여기서 서사는 이야기가 다른 것들과 차별점이 있고, 독자가 그것이 있음직한 일임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작품이 도서일 경우, 분량에 제한이 적어 작가가 원하는 만큼 작품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반면 영상과 무대는 러닝타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내에서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한다. 소설 원작을 영화로 제작했을 때, 일부 장면을 삭제하거나 확대하는 등의 대본 수정 작업이 그것이다. 이 과정으로 임팩트 있는 또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고 어수선하고 설명이 불친절한 실패작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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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넘버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HJ컬쳐



공간과 시간 속에 갇힌 이야기


뮤지컬에서 서사는 어떻게 부여해야 할까? 뮤지컬의 핵심은 넘버(노래)라고 할 수 있다. 넘버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와 현재 상황을 몇 분으로 압축해서 설명해야 한다. 이런 특성으로 때로는 장면이 급전환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봤던 <프랑켄슈타인>을 예로 들어보자. 전쟁터에서 처음 만나 생명 창조 실험을 함께 하기로 한 빅터와 앙리는 빅터 고향에 있는 성에서 실험을 진행한다. 그러던 중 둘은 근처 마을의 술집에서 단순한 동업자가 아닌 친구로서 결의를 다진다. 극에서는 이 흐름을 단 하나의 노래로 표현한다. 생명 윤리를 두고 대립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절친한 친구가 되는 과정은 매우 급하다. 처음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두 주인공이 친구가 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극에 추가한다면 개연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넘버로 대부분을 설명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서사에 결함이 생기기 쉽다. 때로 공백을 메꾸기 위해 배우는 캐릭터 해석으로 개연성을 첨가한다. 90분에서 180분 사이 무대 위의 서사는 긴급하다. 무대라는 공간에 이야기를 집어넣는 방법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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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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