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사울레이터의 모든 것]

글 입력 2018.09.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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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출근길에 '사울레이터의 모든 것' 책을 꺼내 읽었다.

원래 타려고 했던 버스에 사람들이 가득 차서 앉고 싶은 마음에 한 대 보냈는데 다음 차는 널널했다. 배차 간격이 2분 정도라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앉고 싶은 자리에 착석할 수 있을 만큼 텅 비어있었다. 기다리기 참 잘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회사에 도착하기 위해 앞 차를 탔더라면 굉장히 아쉬웠을 것이다.

손에 든 것이 많아 일단은 가방이랑 쇼핑백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책을 펴서 얹어 놓았다. 가장 좋아하는 버스 맨 뒷자리 왼쪽 창가에서 나만의 여유를 부려보기로 생각하고 한 장씩 책을 넘겼다. 책 속에는 그의 많은 작품들이 실려있었다.

그리고 또 한 쪽에는 작은 글씨로 그의 생각이나 다른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적혀 있었다. 사진만 보니까 지루하지 않을까 싶을 마음이 들 때 등장한 글씨들은 점점 '다음 장에도 있을까?'를 기대하게 되었다. 글을 통해서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추측해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장소나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이다.

그는 자신의 시선에 따라 셔터를 눌렀다. 그래서 그런지 흐린 사진들이나 흔들린 것, 무엇을 찍고 싶은 건지 모를만한 작품들도 책에 등장한다. 보통 사진은 선명하거나 분위기가 있거나,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을 때 보관하곤 하는데 그는 달랐다. 그 당시의 감정이나 상황을 알 수 없지만 사진을 대하는 생각이 바뀌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스튜디오 안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넓은 시야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했다. 왠지 스튜디오라는 단어를 들으면 온몸이 굳고 어색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증명사진을 찍을 때의 감정이 떠오르고 별로 선호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하여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데에 노력하는 곳도 많다. 그렇지만 결과물을 봤을 때는, 밖에서 찍은 것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나만의 자연스러움이 나오려면 익숙한 공간이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밖을 선호한다는 것이 이런 이유도 포함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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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를 색의 선구자라고 칭한다. 흑백사진이 널리 사용되고 있을 때, 컬러사진을 작업을 함께함으로써 그 둘의 조화를 만들어냈다. 흑백은 흑백대로 컬러는 컬러대로 그의 손길이 닿았다.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은 흑백이든 컬러이든 다 의미가 있다. 예전에 흑백사진에서 컬러로 발전할 때 유행한 것과, 지금 와서 다시 흑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처럼 어느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시대에 따라가지 않고 그의 소신 있는 작업은 참 대단했다. 그에게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커다란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 부분에서 배울 점이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순서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특별한 목차 없이 구성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자유롭게 배치되어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없었다. 책을 한번 쭉 훑어보고, 관심 가는 부분은 다시 보고,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보고, 총 세 번을 읽었다.

두꺼운 두께만큼 풍성한 사진들과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의 작업실과 못다 한 이야기가 실려서 마무리가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는 책이고 멋진 작품들로 인해 소장 가치가 있다. 서점에 간다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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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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