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소설, 연극 그리고 실존

연극 프리뷰
글 입력 2018.08.17 01: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이방인
소설, 연극 그리고 실존

Preview 민현



소설, 이방인

알베르 카뮈.jpg


“우리 시대의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에게 붙은 수식어이다. 사진처럼 책에도 흑백 필터를 낀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의 장례식과 그 장면에서 어떤 비통함과 슬픔도 느낄 수 없는 주인공의 감정이 뒤섞여있는 도입부가 흥미로웠다. 책이 쓰여진 20세기의 무채색,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 그 온도 속에 담겨 있는 실존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덮은 다음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허탈함이 몰려왔고 이 말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결국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인공 뫼르소라는 사람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인상은 ‘자기 자신의 세계에 뚜렷한 주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뫼르소가 이방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머니가 상을 당한 그 순간에도 슬픔보다는 피곤함의 감정이 몸을 감았고 햇빛이 눈부셔 사람을 쐈다는 증언을 법정에서 내놓는다. 뫼르소는 외적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방인이었으며, 내적으로도 그런 세계에선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나는 빙그레 웃었으나,
비친 얼굴은 여전히 심각하고 슬픈 표정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왜 뫼르소는, 그리고 그를 투영한 알베르 카뮈는 왜 이방인이 되어야만 했고 되고싶었을까. 자신의 목숨까지 버려가면서까지 부조리와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실존에 대해 밝히는 게 가치있는 일일까? 나의 죽음만이 나의 존재와 삶을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왜이렇게 허무하게 다가올까? 소설 후반부 신부와 뫼르소의 대화 부분에서 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연극을 보기로 결정한 것도 그 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서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인 연극이 이방인의 세계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표현하는 언어를 바탕으로 그 허무함의 끝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 끝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찾고싶었다.



연극, 이방인

2018-08-17 22;51;23.jpg
 
 
극단 산울림에서는 8월 21일부터 9월 16일까지 <이방인>을 무대에 올린다.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이 꾸며가는 무대는 물론이고 소설을 무대에 올린 기억이 많은 극단 산울림의 공연이라 더 기대가 된다. 내가 <이방인>에서 찾고싶은 문제의식 말고도 연극에서 기대가 되는 포인트가 몇가지 있다.

1. <이방인>은 문체에 대한,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소설이다. 책에서 느껴지던 그 담담한 언어를 무대에서 과연 어떻게 표현할까. 연극에 올렸을 때 언어의 장벽을 넘어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주목해보고싶다. 연극을 찾을 때마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기분을 느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험을 하고싶다.

2. 무채색의 외부세계와 대비되어 주관 세계가 강하다 못해 뚜렷한 뫼르소의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올려놓을까 흥미롭다. 뫼르소와 이방인이라는 상상 속 인물에 대해 실제로 어떻게 해석할지가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방인>으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전박찬 배우를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전박찬배우 컨셉사진1.jpg
▲ 배우 전박찬
 

3. 전개방식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소설 이방인에는 몇가지 킬링포인트가 있다. 나는 그 킬링포인트를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읽을 수 밖에 없지만, 이제 내 눈 앞에 놓여질 것이다. 충격적인 도입부와 뫼르소가 총을 쏘는 장면, 그리고 수많은 독백들.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렸던 상상과 연극의 전개를 비교하며 보고싶다.



실존, 이방인

소설을 읽고나서 이방인에 대하여 나만의 대답을 내려보았다. 이방인은 내게 허무함을 안겨주었고 진정한 실존이란 나의 본질을 찾아나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데미안'을 읽고 그렇게 생각했고 내 삶의 과정도 지금 그 길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방인은 '죽음'이라는 다른 결론을 내린다. 혹은 '진실'이거나 '정의'일수도 있겠다. 산울림의 연극 <이방인>은 또 다른 대답을 내릴 수도 있다. 연극을 보고나면 이방인과 실존에 대한 대답이 조금 더 명확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전과는 또다른 생각을 하면서 리뷰를 작성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영웅이기를 거부하면서도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순교자"를 만나러 가기를 기대할 것이다.


산울림.jpg
 

2018.8.21-9.16 소극장 산울림
평일 8PM, 주말 3PM, 월 휴무
출연 : 전박찬, 정나진, 박윤석, 문병주, 강주희
예매 : 인터파크, 소극장 산울림, 플레이티켓




손민현.jpg
 



[손민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24453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