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니키 드 생팔'이 전하는 특별한 위로.

글 입력 2018.08.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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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다보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 이 상처를 어떻게 지니고 살아가느냐는 각 개인에게 달린 또 다른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상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살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상처를 인정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삶을 살아간다. 또 어떤 사람은 이 상처를 무언가로 승화시켜 치유하기도 한다. 니키 드 생팔이 바로 이러한 삶을 산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켜 그것을 극복하였다.



Ⅰ. 개인적 상처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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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혼의 피를 흘리는 그림, 사격회화(Shooting painting)

'사격회화'는 물감이 담긴 깡통이나 봉지를 부착한 석고 작품에 총을 쏘는 방법으로 제작된 회화, 조각, 퍼포먼스를 포괄하는 선구적인 작품이다. 니키에게 이 작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과정으로, 총을 쏘아 분노를 표출하고 개인적 고통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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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상처에 대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 이 작품은, 그녀가 자신의 상처에 저항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녀의 괴로움, 상처, 그리고 고통을 나타내는 듯한 여러 조형물에 난 사격(Shooting) 자국은 그녀가 얼마나 이 상처로 인해 괴로워 했고, 또 이로부터 벗어낙 싶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2. 세상의 모든 ‘나나(Nana)’를 위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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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는 자신에게 큰 상처였던 ‘여성이기에 겪었던 억압’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나나'연작에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자유분방한 여성이나 뚱뚱하고 다채로운 여성의 모습을 한 '나나'는 남성들이 가진 관념적인 미의식을 뒤집었고, 여성의 존재 자체가 가진 위대함과 자연스러움을 대중들에게 알리게 된다.

나는 니키와 마찬가지로 여성이다. 그리고 나 또한 여성이기에 겪는 여러 억압에 공감한다. 물론 여성만이 이 사회 속에서 억압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이기에' 겪는 억압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중 가장 흔히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억압은 바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미의식'이다. 사람들이  '아름다운'것을 좋아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기준이 과연 절대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획일화되고 절대적인 것이 되는 순간,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어 버리고 만다.

우리 사회는 유독 여성에게 이렇게 절대적이고도 엄격한 미의 기준을 강요하곤 한다. 니키는 이러한 미의식을 뒤집어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녀의 작품으로 표현된 여성의 몸은 정형화된 미의식에 갇힌 여성의 몸 보다 오히려 더 생기가 넘쳐 보였다.



Ⅱ. 만남과 예술

1. 사랑을 담아서 장 팅겔리(Jean Tinguely)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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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는 스위스 조각가 장 팅겔리를 비롯한 여러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잃었던 인간애를 회복한다. 장 팅겔리는 그녀가 사별하기 전까지 평생을 협력하며 사랑을 키운 예술적 동반자로 두터운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연인이 생긴 후에도 평생을 의지했다.

예술적 동반자이자 그녀의 사랑을 만나자, 그녀의 작품 또한 더더욱 풍부한 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샤갈 전시회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사랑을 하면 삶의 색이 풍부해지나 보다:)


2. 요코(Yoko), 바다 건너 20년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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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 마즈다 시즈에는 니키의 깊은 공감을 갖고 20년간 열렬한 후원과 우정을 표한 친구였다. 그녀는 니키의 작품을 수집하고 각종 매체에 니키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적인 고민부터 작업에 대한 고찰을 담은 그림편지는 서로에게 가졌던 우정과 믿음을 보여준다.

예술가에겐 자신의 예술 세계를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친구이자 후원자가 필요하다. 그래야 마음껏 자신의 예술을 펼치며 더더욱 풍성하게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예술적 동반자이자 후원자를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니키는 요코 마즈다 시즈에라는 친구이자 후원자를 만나 그녀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풍요롭게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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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코너에서는 유독 이런 '그림일기'와 '그림편지'가 많이 보였다. 내가 알던 그림일기와는 달리 매우 자유로워 보여서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초등학교때 숙제로 그렸던 그림일기는 매우 틀에 박힌, 재미 없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이를 보니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제대로 그림일기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Ⅲ. 대중을 위로하는 상징

1. 인간 드라마가 담긴 정신세계(Spiritu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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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니키는 상처를 극복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준 예술의 힘을 대중과 나누기로 한다. 특히 설화와 우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웃음을 준다.

니키 드 생팔의 이번 전시회는 니키 자신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을 위로해주고자 했다. 그녀는 대중에게 좀 더 익숙한 소재에 그녀만의 색깔을 더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재치있는 위로를 전해주었다. 확실히 익숙한 소재라 그런지 작품 하나하나가 매우 흥미로웠다.


2. 유쾌한 환상세계, 타로공원(The taro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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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는 일생의 꿈이었던 '타로공원'을 1970년대 후반부터 2002년 사망할 때까지 오랜 세월 동안 작업한다. 신화와 전설들이 혼합된 상상력으로 지어진 타로 공원은 환상적인 문화공간으로 대중들에게 치유와 기쁨을 제공한다.

가우디의 구엘공원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니키의 '타로 공원'. '타로'라는 흥미로운 주제와 함께 니키가 만든 치유의 공간 '타로 공원'은 자연스레 함께하고프게 만들어 줬다. '함께' 하고프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이미 그녀의 위로가 어느 정도는 나에게 통했다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이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상처를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드러내는 용기에 위로를 받는다. 이번 니키 드 생팔전이 나에게 준 위로는 '예술'을 통한, 조금은 '특별한' 위로여서 더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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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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