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나의 달과 천 개의 그림자, 하나의 진실과 천 개의 거짓 - 천강에 뜬 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하나의 달과 천 개의 그림자, 하나의 진실과 천 개의 거짓
글 입력 2018.08.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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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달과 천 개의 그림자,
하나의 진실과 천 개의 거짓"


천강에 뜬 달
- 마당극패 우금치 -


서울공연포스터_ 최종.jpg
 




IMG_7797.JPG
 


Intro. 내용에 앞서


마당극이라는 장르답게 '마당석'이 존재했던 공연은 무대 위에서도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무대 위 마당석에 자유롭게 앉아 있는 관객들의 모습이 정말로 옛 마당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굳어있지 않고 편안하게 열려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하기 전, 내내 총을 들고서 공연장 내부를 돌아보듯 무대와 객석을 돌아다녔다. 어떠한 이야기도 없이 관객들과 어떠한 접촉과 교류도 없이 그들은 그저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피곤 하였다. 자연스럽게 객석 내에서는 무게감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천강에 뜬 달 (4).JPG
 


'대한민국 1%'의 이야기



보상도 기념도 다 필요 없다.
죽은 아들 돌려 달라.


마당극패 우금치가 해학과 풍자가 어우러진 마당극 <천강에 뜬 달>을 무대에 올렸다. <천강에 뜬 달>은 대한민국의 현실과 세월호 참사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진지함과 감동 뿐 아니라 웃음과 재미를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 광주 5.18 민주화운동,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본과 경쟁, 비정규직 문제, 갑질사회, 청년실업 문제 등을 다룬 해학과 풍자극으로, 프롤로그와 마지막 7마당은 삼국유사 수로부인조의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구성하였다. 5.18 유가족과 비정규직 노동자, 삶에 지쳐 시대적 아픔을 외면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를 '대한민국 1%'의 이야기와 겹쳐 보여준다.

극의 중간중간에는 익살스런 우화가 등장, 시공간을 오가는 장면 구성으로 재미를 더하고 적나라한 세태 풍자를 돕는다. 특히 네 방향에서 볼 수 있는 특설무대를 설치하고 입체적인 구성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장면 전환을 보였다.
   

천강에 뜬 달 (5).jpg
 


세상에 뜬 천개의 달, 진실은 단 하나



하늘에 뜬 달 그것만이 진실입니다.
천개의 강에 비춰진 달은 거짓입니다.


<천강에 뜬 달>은 '하늘에 뜬 달 그것만이 진실'이라는 부재로 1980년 광주, 2014년 진도 앞바다, 2017년 서울 등 누구나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진실과 돈을 향해 달려가는 경쟁사회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진실이 가려지고 거짓으로 뒤덮인 오늘의 세태와 삶의 애환이 8개의 마당에 고스란히 잘 그려졌다.

하지만 공연이 여러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줘서 마치 짤막한 단편 뉴스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80분이라는 공연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빠른 장면 전환과 다양한 주제들로 인해 처음에는 공연을 따라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아마 팜플렛에 서술되어 있는 간단한 정보만을 읽고 이 공연을 보게 된 관객의 경우 많은 혼란스러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음은 구성된 8마당의 내용이다.


1마당 '그날의 기억'(망월할매와 다리)
2마당 '대한민국의 일상'(정동수의 하루)
3마당 '임금님 귀'(진실)
4마당 '대한민국의 숨겨진 얼굴'(부자놀음)
5마당 '망각의 두려움'(상실)
6마당 '햇님달님 이야기'(차미순의 하루)
7마당 '벌거숭이 임금님'
8마당 '해가'(함성, 멈추지 않고 걷는다)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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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의 마당극패 우금치


"지역극단이 서울에서 공연하겠다고 욕심을 부려도 좋은 공연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대관신청을 했는데, 남들이 공연을 가장 꺼리는 8월 초에 대관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었다. 정말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극단 후배들의 간절한 바람에 '한 번 해보자'고 공연을 결정했다. 지원금도, 공연 자금도 없이 시작하는 무모한 일이지만 어렵게 기회가 주어졌으니 한번 부딪혀 보는 거다."라는 마당극패 우금치 류기형 대표의 인터뷰를 보았다.

1970년대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당시 사회적 이슈를 표출해온 마당극은 40년이 넘도록 한국식 연극 양식이자 정신으로 통한다. 80년대에는 주류였지만 90년대가 지나면서 현대극에 밀려 점차 사라져가는 마당극은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공연을 이어온 유랑극단에 의해 명맥이 유지돼왔다. 그렇기에 이 중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마당극패 우금치의 공연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으며 앞으로도 전통연희에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마당극을 선보여주기를 바란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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