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나다울 것 ‘니키 드 생팔展 : 마즈다 컬렉션'

글 입력 2018.08.09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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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나는 나다울 것

‘니키 드 생팔展 : 마즈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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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나·나’다.”

전시에 관한 후기를 쓰기 전에 한번쯤은 외쳐보고 싶었다. 동시에 니키의 작품을 무엇이라 상정하고 싶었다. 니키 드 생팔의 주요작품 ‘나나(Nana)'는 다른 무엇도 아닌 ’나는 나다울 것‘이란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환원된다.


  
총격예술, 그녀가 상처를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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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니키 드 생팔’전이 한창이다. 전시장 입구는 보기에도 화려한 분홍빛으로 가득했다. (한편으로는 ‘전시에 관한 복선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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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사격회화’가 보는 이들을 반긴다. 니키의 작품 활동에 있어 초기작에 해당하는 사격회화는 여성에 대한 물리적 폭력과 남성 중심적 환경에 의한 정신적 폭력을 고발한 퍼포먼스 형식의 작품이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난 니키는 여성적이고 순종적인 태도를 강요당했다. 심지어 유년기에는 아버지에게 성적인 학대를 받기까지 했다. 그런 니키에게 있어서 사격회화는 인격체로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외치는 수단으로 자리한다. 가정과 사회가 던져준 고통은 그녀를 반항적인 인물로 만들었고, 아내와 엄마로서 역할에도 최선을 다 할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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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인간이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세상이 안겨준다고 한다. 하지만 상처를 안고 가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일이다. 또한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과정 또한 제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니키는 사격회화를 통해서 내면에 고인 상처를 드러냈다. 물감이 담겨있는 깡통이나 봉지를 부착한 석고 작품 위에 총을 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사격을 가할 대상에 시선을 집중하고, 총을 쏘는 과정을 통해서 니키는 예술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했을 것이다. 그러한 그녀의 작품은 오늘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승화와 치유의 감정이 공존하게끔 만든다. 회피가 아닌 정면돌파. 니키는 스스로의 고통 앞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분노 표출 마저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직접 선보였다.
    


나는 나다울 것, 나나(N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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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회화가 정제되지 않은 정신의 산물이라면, ‘나나(Nana)'연작은 예술이 주는 안정부터 비롯된 선물이다. 니키는 ’여성이기에 겪어야만 하는 아픔‘을 ’나나‘를 통해서 표현했다. 그녀에게 있어 아픔은 ’정형화 된 여성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나의 모습은 여성스럽지 않다. 오히려 우스꽝스러워 보일 정도다. 마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연상케하는 육체는 니키가 마침내 정형화된 여성성을 파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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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는 ‘나나’ 연작을 통해서 자유분방하고 뚱뚱한 모습마저도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다. 남성들이, 혹은 기존의 사회가 지니고 있던 관념적인 미의식을 뒤집어, 여성 존재 자체가 가진 위대함과 자연스러움을 세상에 알린다.

이것은 단순히 ‘나나’라는 하나의 작품 탄생을 알리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숨겨져 있던, 애써 벗어나려 했던 세상의 모든 ‘나나’들에게 바치는 하나의 선물이다. 니키는 기꺼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선보인다. ‘나나’는 혼자의 나나가 아니다. ‘나’는 ‘나’다울 것이라는 외침을 모든 여성들이 말할 수 있게 만든다.
 


Love myself, 당신을 사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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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의 사랑은 그녀 자신으로부터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많이 사랑할 줄 안다고 했던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내면으로의 여행을 의미한다. 아주 진솔한 부분까지 파고 들어가서 있는 그대로를 보고 이해하는 일련의 과정 말이다.

니키는 스스로를 바라보고 사랑할 줄 아는 작가다.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식했으며, 예술을 통해 치유와 극복을 했다. 왕성한 작품 활동과 동시에 그녀는 스스로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 무렵, 사랑은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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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팅겔리와 요코, 잃어버린 인간애를 사람으로부터 채워나간다. 팅겔리에게 쓴 엽서, 요코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품이 주는 예술적 아우라도 좋지만, 편지를 통해 보여지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면모가 매우 인상 깊었다.

니키의 예술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장 팅겔리와의 편지를 보면서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희노애락하는 연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요코와의 편지를 통해서는 시공을 넘나드는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연인과 친구, 살면서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살 수 없다. 니키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면서 동시에 타인에 대한 애정으로 나아간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니키를 보면서 사랑의 원천은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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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사격회화를 보였다가, 세상의 모든 여성을 위한 나나를 선보이고, 너무나도 인간적인 편지로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그려나간 니키다. 그녀의 작품이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까닭에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는, 인정이란 긍정으로부터 비롯되는 삶의 원동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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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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