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여전히 그대를 사랑한다면, '미련'과 음악

글 입력 2018.08.0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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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서 눈을 맞춰오던 사람이 등을 돌리면, 가장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 물리적인 거리도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도 그렇다. 영원히 사랑을 말할 것 같던 사람도 한 순간에 가장 먼 사람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 간극에는 수많은 추억과 감정이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끝을 그렇게도 애달파한다.

스위치를 껐다 켜는 것처럼 사랑도 쉽게 시작하고 끝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랑은 복잡하기만 하다. 아마 사랑은 ‘관계’다. 남아있는 감정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관계가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관계의 끝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남아있는 감정을, 우리는 미련이라 부른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소개하는 <덕행> 사랑 시리즈의 세 번째 테마는 ‘미련’이다. 지나간 사랑과 사람에 대한 애처롭고 쓸쓸한 감정을 담은 음악 4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 헤이즈 (Heize) - 돌아오지마 (Feat. 용준형)


▲[Mnet PRESENT] 헤이즈(Heize) - 돌아오지마


이렇게 돌아서지 마
너 아닌 사람과
어떻게 행복하란 말이야
난 행복해야 하니까
네가 필요해 난 네가 필요해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한 순간에 쉬운 안부도 전하지 못하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을 이별이라고들 한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습관적으로 어디를 가는지, 누구랑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그 사람에 대해 다 꿰고 있었겠지만 이별 후에는 그럴 기회도, 자격도 박탈당해버린다. 그 사실에 괜히 심통이 나 나 없이 상대방이 행복하지 않기를 바라곤 한다. 그리움에 그 사람의 일상을 상상해도 나는 여전히 없을 테니 말이다.

‘돌아오지마’는 반대로 떠나간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노래이다. 너무나도 달랐던 나 대신, 그 사람을 닮은 사람을 만나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 ‘돌아오지 마’라 외친다. 미련은 참 이중적이다. 여전히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가 나를 떠나 행복했으면 하다가도 다시 내 옆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꿈을 꾸게 한다. 두 생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은 노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돌아오지 말라며 애써 그를 밀어내지만 결국 노래의 끝에는 돌아와 달라고, 네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미련의 이중적인 성격이 헤이즈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구슬픈 목소리와 어우러져 미련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2. offonoff (오프온오프) - bath


▲offnoff (오프온오프) - Bath VOSTFR


보고 싶어
이렇게 보고 싶으면
그건 사랑이래
이건 사랑이네
나는 매일 네 생각을 해
그걸 멈추는 게 잘 안 돼


미련은 사랑의 연장선이다. 사랑이라는 무언의 관계가 끝난다고 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한순간에 끝나버리는 것은 아니다. 미처 끝내지 못한 사랑은 미련이란 이름으로 탈바꿈된다. 설령 완전히 끝나버린 감정이라고 생각되어도 미련으로 점철되는 그리움과 아쉬움은 불쑥 우리를 찾아오곤 한다. ‘이렇게 보고 싶으면 그건 사랑이래.’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그 시절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미련은 어쩌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이전의 글에서 오프온오프의 음악이 ‘새벽’을 닮아있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새벽감성’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모든 것이 잠든 새벽은 하루 중 가장 감성적인 시간이다. 일상과 일 따위는 잠시 묻어둔 채, 감정과 추억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우리는 그리움에 사무치기도 하고 떠나간 과거를 후회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몽환적인 사운드를 담은 ‘bath’는 욕조에 물이 흘러넘치듯 새벽녘에 짙어지는 미련을 담아내고 있다.



3. 원더걸스 - I Tried


▲I Tried


아마 난 너처럼 될 수 없나봐
하루에 반 이상을 울다가
네 생각만 하다 잠이 드는 걸
아마 난 너를 지울 수 없나봐
포기해보려 해봐도
네 생각만하면 눈물이 나는 걸


사랑을 나누던 연인이 헤어진 후 친구로 남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표면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한 쪽으로 기울어질지 모르는 줄다리기와 다를 것 없다. 혹은 사랑이라는 불을 재우지 못한 채 애써 유지하려는 한 쪽의 고군분투에 불과하다. 미련하나 없이 연소하듯 사라진 사랑은 보통 우정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 한 때 두근거리는 가슴에 달콤한 추억들을 쌓아 올렸던 사람과 어떻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친구 노릇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겨우 메운 우정은 미련과 같은 의미를 지닐 것이다.

아주 예외의 상황이 있다고 반박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노래의 주인공은 진심 어린 우정을 노래하지 않는다. 사랑하기가 어색하다는 상대방의 이별통보에 ‘어쩔 수 없이’ 친구 사이로 전락했지만 남겨진 사랑에 눈물에 찬 밤을 보내고는 한다. 사랑을 나누던 때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고 그립겠지만 상대방에게 미련을 티내면 도망가 버릴까봐, 친구 사이로도 남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우정이라는 가면에 숨은 미련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군더더기 없는 멜로디와 구슬프면서도 여린 원더걸스 멤버들의 목소리가 제법 사실적으로 노래해냈다.



4. 코드 쿤스트 (CODE KUNST) - 비네 (rain bird) (Feat. Tablo & Colde)

▲코드 쿤스트 (CODE KUNST) - 비네 (rain bird) (Feat. Tablo & Colde) (ENG)


무언가 바라보고 있어도
와이퍼처럼 눈을 깜빡거려도
흐릿해져만 가는 너의 기억을
난 계속 붙잡고만 싶었어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유명한 노래 속 가사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는 그리움을 깊어지게 만든다. 주변의 소음을 삼키는 빗소리 때문인지, 어두운 하늘 때문인지, 비가 내리는 날은 우리의 마음을 한 없이 가라앉게 만든다. 우울함, 차분함, 센치함, 온통 감성적인 단어와 어울리는 날씨인 만큼 우리는 곧 그 감정에 휩쓸리곤 한다. 맑은 날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리움과 후회, 미련이 이따금 우리를 적신다.

사랑의 끝은 먼저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전가되곤 한다. ‘찼다’, ‘차였다’ 따위의 표현에 꽤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곡의 가사에서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먼저 이별을 고한 입장이 아닐까 짐작이 되지만, 더욱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과 후회를 갖는, 이별을 통보받은 자의 입장일 수도 있긴 할 테다. 감정의 시작과 끝은 명확하지 않기에 미련은 남겨진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고, 떠나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빗소리에 잠겨서 하고 싶었던 말들 이제야 건네.’라는 가사와 같이 우리는 내리는 비와 함께 깊어지는 감정 앞에서 더욱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 그 감정을 당신에게 건넬지, 빗소리에 묻혀 떠내려가도록 할지, 그 선택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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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하고 종료하는 버튼이 있었으면 한다고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알게 모르게 찾아와 괴롭히는 사랑에 시작 버튼이 필요하다면, 사랑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두 사람이 동시에 종료 버튼을 눌렀으면 한다. 둘 사이의 속도가 다르지 않게, 사랑의 온도가 차이 나지 않게. 이 차이에서 오는 미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말이다.

미련은 이별 후의 감정이다. 끝난 관계에서 남은 감정은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고 환영 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감정을 구박하고 싶지는 않다. 상대와 마음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남아있는 사랑의 한 형태이기에, 또한 주인조차 감히 다스릴 수 없어 살아있는 감정이기에 그렇다. 사랑의 끝을 대부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사랑의 잔여물로 남아 골치 아픈 '미련'이야말로 사랑의 마지막 단계이지 않을까.





intro. 2. 4. 김수민
outro. 1. 3. 맹주영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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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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