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괜찮아,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 [드라마]

무더운 여름 우리의 마음에 편안한 휴식이 되어주는 드라마.
글 입력 2018.07.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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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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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의 남자 주인공, 가난하지만 싹싹하고 열심히 또 사랑스러운 여자주인공의 로맨틱 코미디. 이 공식과는 조금 다르다. 두 주인공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투렛 증후군을 가진 인물과 성기를 그리는데 집착하는 환자까지 등장한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소재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괜찮아, 사랑이야>는 특별하다.



장재열, 지해수


드라마는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실패다. 이러한 점에서 ‘괜찮아, 사랑이야’ 는 성공이다. 엄마의 불륜으로 육체관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해수와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화장실에서밖에 잠을 잘 수 없는 재열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우리와 닮아있다. 살다 보면 두려운 것, 무서운 것은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살아가기 마련이니까.

이들이 서로의 아픔, 즉 정신분열증과 트라우마를 마음의 ‘감기’ 따위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좋다. 추리 소설가, 하다못해 정신과 의사도 마음의 감기쯤은 갖고 산다는 설정도 좋다. 누구에게나 있는 작은 아픔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편견의 시선에서 벗어나 함께 극복해가는 저 사람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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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같은 듯 다른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이 상처를 치유해가는 방식은 ‘사랑’이다. 매우 담담하고 뜨겁지 않은 사랑이다. 사랑의 관계를 두려워하는 해수에게 재열은 끊임없이 사랑을 말한다. 사랑을 다짐하지 말고 느끼라고, 사랑은 한순간인 별거 아닌 ‘그냥’일 뿐이라고. 해수는 재열이의 비밀스러운 아픔을 아주 쉽게 받아들인다. 화장실에서 잠든 재열을 처음 보고 뱉은 말은 ‘나와, 가자.’가 전부였다. 불완전한 사람들이었지만 서로에게 완전했다. 자신의 병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재열은 해수에게 떠나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뜨겁지 않았지만 완전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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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대사처럼, 단순히 ‘사랑 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고통, 원망, 아픔, 슬픔을 주지만 이것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더불어 준다고 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환각까지 만들어 낸 소설가 장재열, 정신과 의사이지만 트라우마를 가진 지해수. 이들에겐 사랑이 필요했다. 꼭 남녀 간의 사랑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타인과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눈을 돌려 나의 아픔을 돌볼 줄 아는 것, 내가 가진 두려움과 아픔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그 모든 것이 이 드라마가 얘기하고 있는 사랑이다.


 
관계에 대하여


해수와 재열이가 공통으로 가진 아픔은 ‘가족’이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형을 범인으로 몰았던 재열이의 죄책감과 학대의 상처. 불륜을 저지른 엄마이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해수. 이들은 분명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해수에게 동료 선배는 이런 말을 건넨다.


가장 폭력적인 말은
‘여자답다, 남자답다, 학생답다, 의사답다.’
뭐 이런 말이더라.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서툰 건데.

 
인간관계의 많은 단절이 이루어진 사회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또 가장 지배적인 관계는 가족이다. 그만큼 우리는 가족에게 수많은 상처를 주고, 또 받는다. 어쩌면 원하든 원치 않든 주고받은 상처들은 그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으로 해소될 수밖에 없다.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는 대목이다.



빛나는 조연


<괜찮아, 사랑이야> 속에서 조연의 힘을 느꼈다. 해수와 재열에게 도움을 주는 동료 의사인 동민, 함께 동거 중인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는 수광, 재열이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인 장재범 등. 모든 캐릭터가 자기만의 아픔을 갖고 있고 시청자들은 그 아픔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이들의 관계성 또한 서사를 풀어가는 중요한 요소이며 재열이의 환각인 ‘강우’는 결국 재열이가 아픔을 극복하며 비로소 해소되는 존재이다. 덕분에 드라마의 전개가 지루하지 않고 모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민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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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쓰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갈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13년째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마음의 감기를 앓은 채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지해수와 장재열을 위로한다. 먼저, 다들 그렇게 산다. 모든 사람이 크고 작은 정신 질환을 갖고 있고 이는 부끄러운 치부가 아니다. 또, 아프고 힘들어도 괜찮다. 그게 어떤 형태이든 간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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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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