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난 역사와 현재의 사이를 연결하는 낯설음 - 낯선 사람 @대학로예술극장소극장

지난 역사와 현재의 사이를 연결하는 낯설음
글 입력 2018.07.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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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나는 분열한다, 고로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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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Eyes wide shut >



Intro. 내용에 앞서


이번 연극을 보고 나서, '아르투어 슈니츨러'작가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오스트리아 비인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개인의 독특한 삶의 이력만큼이나, 단순히 규정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슈니츨러의 작품들은 오늘날 독일어권 어문교육의 필독서로서 채택되고 있는데, 특히 소설 <꿈의 노벨레>, <엘제 아씨>, <구스틀 소위> 등은 영화로 제작되어 새로운 감각에 의해 대중적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 그의 소설과 희곡 등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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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며든 역사, 동시대성을 반영하는 연극


연극 <낯선 사람>은 1900년대의 역사적 소재를 사용한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미완성 소설 <의화단 운동>을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도 역사는 반복된다. 연극에서 울리히의 과거에도, 천샤오보의 현재에도, 환상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도, 그들의 갈등과 충돌을 연속적으로 드러내며 이러한 역사성을 일상성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네 옆을 잘 봐.

너의 손녀도 지금 너희들이
그렇게 거부하던 오페라를 노래하고 있잖아.

안 그래?
아름답지 않아?
도대체 뭐가 문제야?


천샤오보에게 오스트리아는 소중한 친구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학살한 침략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천샤오보의 손녀와 리웨이는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연습한다. 이제는 유럽군의 폭력에 대항하며 목숨을 던지던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은 유럽의 문화를 삶 곳곳에 가득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먹고 마시는 음식에도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에도 유럽의 문화는 존재한다. 역사적 교훈과 동시대 자본주의 환경이 충돌을 반복하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자신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자신을 천샤오보라 생각하는 병들고 늙은 울리히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껏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과 신념, 그로 인해 했던 행동들이 세월이 지나 부정당했을 때의 허망함과 낯설음은 한 개인이 짊어지기에 얼마나 버거운지를 보여준다.


네가 사는 세상은
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 넘쳐나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구나.
바로 그곳이 너에겐 천국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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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속 '낯설음'의 연속


러시아의 문학가 빅토르 시클롭스키를 중심으로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낯설게하기'(Defamilarization)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문학뿐 아니라 예술에 적용한 이것은 관습에 무디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 사실들을 낯설게 해 의문시하는 것을 말한다.

연극에서의 '낯설게하기'는 무대 위의 사건에 '몰입'하게 하는 대신 '거리감'을 유발함으로써 그것을 '객관적으로 관찰, 비판'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연극에서는 없던 것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지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던 것이 변화하면서 그 시간 사이의 변화를 인지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심리적인 불안감과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연극 <낯선 사람>은 '낯설다'라는 개념을 연극 전체에 녹이며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의 거리두기를 제안한다.

사형장으로 끌려가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천샤오보는 코 앞에 닥친 죽음 앞에서도 떨지 않으며 의연하게 소설 책을 읽는다. 그동안 많은 중국인들의 사형집행을 담당하였던 울리히는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는 어떠한 심경 변화를 느꼈는지 돌연 천샤오보를 살려준다. 호기심이었을까, 존경심이었을까, 혹은 낯설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혼란을 느끼는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은 현대의 수많은 초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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