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왜 '천강에 뜬 달'인가?

글 입력 2018.07.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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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에 대한 생각


한국에서 오페라, 뮤지컬 같은 공연은 인기가 많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극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다. 모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 역시도 한국의 전통적 극은 한 번도 보지도 않았으면서 비엔나에서는 오페라를 싸게 많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비엔나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오페라를 여러 편 보고 와서 생각해보니 한국의 전통공연은 다른 나라의 공연들이 전혀 갖지 못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전통공연 중 마당극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다른 공연예술과는 달리 한정적인 요소가 많지 않다. 보통의 공연은 무대장치를 이용해 시공간을 표현하는데 무대장치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 또한 대부분 무대장치는 관객의 감상요소 중 하나로서 역할 하며 공연이 감상용이라는 것을 공고히 한다. 그러나 마당극은 이 모든 경계를 허문다.

우선 무대장치를 줄여서 관객들이 기존의 무대 공간 이상을 상상할 수 있고, 감상하는 공연이 아닌 참여하는 공연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공연이 무대만을 바라보는 좌석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마당극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다른 관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형태 역시 공연장 안에 있는 모두가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한다.

또한 한국의 사회현실문제를 배경으로 한국어로 공연을 하므로 좀 더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다. 외국에서 공연을 볼 때 현지인들이 웃을 때 공연의 맥락을 따라가지 못해 나만 웃지 못한 것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더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로 된 공연을 영어자막으로 볼 때 자막과 공연을 번갈아 보며 보느라 얼마나 정신없었던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한국어로 풀어낸 공연을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행운이고 특권인 것이다.


천강에 뜬 달 (2).JPG


 
왜 <천강에 뜬 달>인가?


사실 마당극의 매력에 대해 열거해놨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마당극을 보려고 하니 망설여졌다. 마당극은 나이 드신 분들만 볼 거 같은 이미지가 있기도 하고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발하는 극을 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당극패 우금치의 <천강에 뜬 달> 줄거리를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떠오르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천강에 뜬 달> 줄거리

망월할미는 오늘도 차오른 달을 바라보며 추억의 숲속을 헤매고 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달빛 아래 모두 그리워진다. 억울하게 죽은 아들 영철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진실 규명과 학살자 처벌을 외치다 먼저 간 영감에 대한 그리움... 한편 정동수 가족은 각자의 삶에 치여 다른 일에 관심 둘 겨를 없이 산다. 비정규직 청소부로 겨우겨우 버티는 어머니,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아버지, 공무원에 떨어지고 철도회사에 들어간 아들 벼리, 딸 다리까지 사고를 당하는데...


내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고등학교 문학 시간 이후 다시 읽은 것은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시위를 하던 때였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여전히 작은 공이고, 아무 곳에도 불시착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고 느껴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이 극 역시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16년 10월에 당시 상황을 못 견디겠다는 마음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좌절감을 느낄 때 우리는 주변에 있는 수많은 난쟁이를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사회 이슈에 대한 연극을 보는 게 꺼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많은 난쟁이가 있는데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강에 뜬 달>에 정면돌파해보기로 했다. 2016년으로부터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는데 나는 또다시 내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비겁한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예술의 힘을 빌려 그때의 감정, 생각을 다시 불러와 보려고 한다.


천강에 뜬 달 (4).JPG
 

<천강에 뜬 달>은 삼국유사 설화와 아픈 과거(세월호, 518 광주항쟁 등), 그리고 현재를 옴니버스식으로 엮은 삽화형 마당극이다. 환상적인 이야기로 가득 찬 고전 설화가 어떻게 현대의 상황과 연결될지 기대된다. 시놉시스도 시놉시스지만 사실 서울에서 괜찮은 마당극을 보는 게 쉽지 않다. <천강에 뜬 달>을 공연하는 마당극패 우금치는 대전을 대표하는 마당극패로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해온 전통 있는 극단이다. 이번에 놓치면 다음에 또 언제 공연을 보게 될지 모르니 이번 기회를 잡아보자.





마당극패 우금치
- 우금치 마당극 -


일자 : 2018.08.01(수) ~ 08.12(일)

시간
평일 20시
주말 15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사)마당극패 우금치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80/90분




문의
(사)마당극패 우금치
042-934-9395





서울공연포스터_ 최종.jpg
 


아트인사이트.jpg
 

[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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