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조건만남/기억이란 사랑보다' [연극]

연극의 중심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다,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
글 입력 2018.06.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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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전국민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사회 각 계 내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은 미투를 통해 그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동안 사회 구조와 권력의 불평등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침묵되어왔던 여성의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폭발적인 목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법조계, 정치계, 예술계 등 전 사회적으로 번져나갔다. 여성들의 분노의 외침은 사회를 뒤흔들었고, 억압되어왔던 이들의 목소리는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크고 작은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미투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써 페미니즘은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올해 1회를 맞게 된 ‘페미니즘 연극제’는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 기존의 여성캐릭터와 성소수자의 캐릭터를 다양하게 표현함으로써 성(Sex)과 젠더(Gender), 섹슈얼리티(Sexuality)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페미니즘 연극제는 우리 삶에 밀착되어있는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여성, 퀴어, 페미니즘을 더 이상 어느 하나의 대상에만 국한된 담론으로 보지 않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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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페미니즘 연극제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 가운데, ‘조건만남/기억이란 사랑보다’를 관람하였다. ‘조건만남/기억이란 사랑보다’는 각각 서로 다른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 여성과 성소수자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조건만남’과 ‘기억이란 사랑보다’의 두 작품에는 모두 장애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극단애인의 배우들이 출연하였으며.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들은 극의 중심인물로써 전체적인 내용을 이끌어갔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장애인들의 연기를 통해 장애인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로서의 삶에 대한 페미니즘 해석을 가능하도록 했다. 필자는 이들의 연기를 직접 보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작품을 통해 어떠한 해석이 가능할지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며 작품을 관람하였다. 극은 배우들의 다소 불규칙한 호흡과 시차가 있는 언어로 불안정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연기는 그 어느 배우보다도 진정성 있게 다가왔고, 그들의 전하는 진심이 온전히 느껴지는 무대였다.

두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직설적인 비속어도 서슴치 않으며,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의 심각성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현실을 꾸밈없이 그대로 반영하고자 했다. 그래서 작품을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마냥 슬퍼할 수 없었다. 너무나 맞닿아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무대를 통해 마주하면서 페미니즘의 현 주소를 다시 한 번 직시하는 순간에 분노와 실망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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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자 장애인이자 성소수자로서 살아간다는 것.... 사회에서 규정짓는 수많은 의미와 담론 체계 안에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복잡한 언어적 규정들이 만드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최근 사회가 젠더 혐오 양상으로 양분화되면서 페미니즘을 단순하게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대결로 비약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관점을 갖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편협성과 잘못된 왜곡으로 더 이상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나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번 작품을 보면서, 내가 속해 있는 ‘여성’ 의 위치에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를 규정하고 있는 수많은 언어들 속에서 특히 ‘여성’이라는 언어가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지. 작품 속 여성들은 어떤 존재일지. 여성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여성의 존재에 대한 다양성을 이야기함으로써, 페미니즘에 대해 보다 폭 넓은 해석을 통해 여성의 페미니즘이 아닌 모두의 페미니즘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다.
 
이번 작품은 누구나 다양하게 누려야 하는 인권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우리 사회의 젠더 감수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한다.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예술에서, 페미니즘 연극제는 여성에 대한 다양성을 표현함으로써 고정된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 페미니즘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자 한다.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의식은 반드시 필요하며,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위한 시도는 문화 예술계에서 다양한 해석과 접근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페미니즘 연극제는 올바른 성 평등 의식을 고양시키고, 문화예술계 내의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움직임의 시작을 알리는데 충분한 의의가 있으며, 뜻깊은 가치가 있음에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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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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