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 '타샤의 정원' 책을 접한 적이 있다. 타샤 튜더의 집과 정원을 소개하는 책으로, 너무 오래되어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끝없는 정원에 자유롭게 피어있는 꽃들과 집 안의 고풍스러운 가구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타샤의 돌하우스'를 읽게 되었을 때, 타샤의 세계가 어떻게 인형의 집 속에서 구현되었을까 하는 기대감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 책은 타샤의 돌하우스(인형의 집)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부엌, 다이닝룸, 응접실, 침실 등 돌하우스 안의 공간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돌하우스가 본격적으로 제작된 계기는 1996년 록펠러 포크 아트 센터에서 열린 타샤의 전시회 덕분이다. 그동안 수집한 미니어처들을 마련할 적당한 공간을 찾지 못한 타샤는 전시회를 기념해 미니어처와 잘 어울리는 인형의 집을 제작하기로 했다. 인형의 집 제작에 자원할 정도로 직업에 애정도가 높은 장인들과 함께한 작업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제작된 타샤의 돌하우스엔 두 주인공이 살고 있다. 바로 캡틴 새디어스와 엠마. 캡틴 새디어스는 남성캐릭터에 대한 타샤의 취향이 완벽하게 반영된 인물로 타샤가 직접 진흙으로 얼굴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손발과 몸통을 만들었다. 새디어스는 이후 타샤의 삽화에 종종 등장하며 유명세를 탔다고도 한다. 엠마는 외모부터 타샤와 꼭 닮았다. 1900년대의 드레스를 즐겨입으며 화풍도 비슷하다.(이는 돌하우스 속 엠마의 작업대 위 엠마의 서명들이 담긴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타샤는 엠마를 자신의 피그말리온에 비유할 정도로 엠마를 아끼고 사랑했다.

타샤의 돌하우스 '부엌'

타샤의 돌하우스 '침실'
부엌, 다이닝룸, 응접실, 침실, 서재 뿐만 아니라 온실과 염소 헛간까지. 세세하게 제작된 타샤의 돌하우스 속 미니어처들은 놀랍도록 정교하다. 책에 삽입된 사진들 중 미니어처들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사진들은 마치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실물과 비슷하다. 타샤는 자신이 실제로 사는 집(코기 코티지)에 걸려있는 벽시게를 똑같이 제작해 응접실에 두었고, 엠마의 찻잔 세트 테이블 위에 놓여진 쿠키는 실제 타샤의 조리법대로 구워낸 쿠키이다. 부엌에는 쿠키 커터부터 감자 으깨는 도구까지, 타샤의 부엌에 있는 수많은 살림도구가 그대로 있어 금방이라도 요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강연료나 작품비 대신 돌하우스에 놓을 미니어처 물건을 받기도 했다는 대목을 보면서 타샤가 돌하우스에 얼마나 많은 애정과 시간을 쏟아부었는지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다 읽으니 엠마와 새디어스 부부에게 환대를 받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온 집안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 예의 없는 손님이었지만!) 실제 모습 그대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모형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쓸데없는 고민들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작은 모형들이 오밀조밀 모여 조화를 이루는 타샤의 돌하우스를 보며 느낀 따뜻한 감정들은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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