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에 대한 공포와 그 연속성

글 입력 2018.05.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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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저마다의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그들뿐만 아니라 나, 그리고 당신 역시도.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일 당장 로또에 당첨되거나, 시험에 합격하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내가 범죄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거나, 내가 죽음을 맞이할 수도. 깜깜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보이지 않아 한 발자국도 내달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삶에 공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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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예측할 수 없는 삶의 공포뿐만 아니라 체홉으로부터 시작된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탐구를 담고 있다. 그것은 연극을 본 후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예부터 우리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 성선설과 성악설 역시 인간의 본질과 속성을 논하고 있으며, 인간은 본래 선함에 태어나고 악을 배우거나 악에 태어나 선을 배워간다는 하나의'설'로 해답 없는 누군가의 의견으로 남아있다.

연극 공포는 이러한 공포와 의문을 찾으려는 탐구를 연극에, 그리고 대사에, 등장인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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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두렵고, 산다는 것에 공포를 느끼며, 사람들을 피해 시골 농장으로 내려온 실린, 그런 그의 아내이자 도시에서 온 체홉과 도시의 삶을 꿈꾸는 마리, 어찌 보면 주인공 같지만 그저 공포스러운 삶의 관찰자이자, 방관자인 체홉, 누군가를 동정하고 결국 자신의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까쟈, 결국  나 자신이 두렵고 산다는 것에 공포를 느끼며, 사람들을 피해 시골 농장으로 내려온 실린, 그런 그의 아내이자 도시에서 온 체홉과 도시의 삶을 꿈꾸는 마리, 어찌 보면 주인공 같지만 그저 공포스러운 삶의 관찰자이자, 방관자인 체홉, 누군가를 동정하고 결국 자신의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까쟈, 그 동정의 주인공인 가브릴라와 가브릴라에게 보이지 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신부 조시마까지.

모두 저마다의 공포를 가지고 이를 통해 우리는 해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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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쩌면 예측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인지를 못했을 뿐.

연극이 시작되고 마리는 서류 가방을 열고는 놀람과 인상을 찌푸림에 가방을 닫는다, 이윽고 가브릴라가 가방을 열고는 열어서는 안된다는 표정과 함께 겁에 질린 얼굴로 가방을 황급히 닫고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한 것처럼, 실린은 그 가방 주변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는다. 실린이 냄새를 맡을 때면 주변 상황과 인물들이 모두 멈춘다. 과연 그 상자는 무엇일까. 연극을 보는 내내 나의 모든 호기심은 그 상자에 있었다.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있기에 가브릴라가 놀랐던 것일까.

극이 마지막으로 흐르고, 눈이 오는 먼 길을 향하기 위해 털신을 찾으러 들어온 실린은 예측할 수 없는 공포와 맞닿게 되고, 애써 침착하게 털신이 담겨 있는 가방을 열고는 그 냄새의 근원지가 그곳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동안의 일은 아마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공포스러워했던 예측할 수 없던 일의 발생의 예고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흔히 무엇을 의심할 때 '냄새가 난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하는데 실린 만이 맡을 수 있던 그 냄새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삶에 경계하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살아왔던 실린 만이 맡을 수 있었던, 아니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예측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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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과 속성은 무엇인가.

'40인의 순교자' 라 불리던 가브릴라는 과한 음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 그런 가브릴라에게 신부의 부탁으로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실린은 그런 가브릴라를 시험에 들게 한다. 40인의 순교자들을 추위에서 시험에 빠트리고 신의 존재를 부정하던 박해자들처럼 실린은 포도주를 한 번이라도 입에 대지 않으면 자신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꺄쟈를 다시 집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조건과 함께.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안톤 체홉이 했던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과 속성은 무엇인가'. 자신은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두렵고, 자신이 무섭다던 실린은 남을 시험에 들게 했다.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은 누군가를 고통에 빠트리는 일이다. 가브릴라는 그 술병을 지키려고 온갖 고통에 살 것이다. 마시고 싶은 갈등과 까쟈를 다시 돌려놓겠다는 생각의 충돌 안에서, 체홉은 그런 그를 계속해서 말린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은 실린은 자기 자신을 다시 두렵게 만들었다.

그 시험은 어떻게 되었나. 결국 가브릴라는 술병에 손을 대고 만다. 꺄쟈의 죽음으로 인해서. 꺄쟈를 위해 참았던 시험은 더 이상 이유가 사라지고 말았다. 가브릴라는 추위에서 벗어나 따뜻한 곳을 선택한 한 명의 순교자가 되었다. 둘 다 3일을 버텨왔다. 그러나 신은 보이지 않았고 이 세상에 없는 존재였다. - 가브릴라에게는 꺄쟈가 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시험을 이겨낼 수 있게 했던 것, 자신을 동정하다 비극을 맞이하게 된 - 둘은 시험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각자의 비극을 맞이한다.

인간의 본질과 속성은 무엇인가. 성선설에서 주장하던 악함인가, 아니면 그 반대의 선함인가, 아니면 그것들과 전혀 다른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이기에 시험에 들게 하고 비극에 빠지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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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나에게 질문하고 탐구하는 것은 나를 여전히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만큼 연극 '공포'는 나에게 어렵게 다가왔던 것 같다. 누군가가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것에 대한 의문. 알 수 없고 풀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나 역시 등장인물들과 함께 '공포'에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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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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