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의 일상에, 하이젠버그의 원리를 바라며 _ 연극

정말로, 예측 불가능한 내일이 기대되는 삶.
글 입력 2018.05.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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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무언가를 바라보다가도 종종 느끼는 것은,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생각들을 토대로 그것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극은 재미가 있고, 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연극도 다르지 않았다. 보았고, 또 필자가 겪어보지도 못한 일들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괜스레 자신의 경험을 꺼내어보고, 부러워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사랑’이라는 주제는, 참 공감하기가 쉬운 주제가 아니던가. 또 외로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예측불가능한 만남에 관한 이야기는 구미가 당기는 흥미로운 소재거리이다.
   


하이젠버그
 
하이젠버그_방진의.jpg
 

이 연극을 두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런 것이다. ‘예측불가능성’과, 그로 인해 만나게 된 ‘사랑’
 
대단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우리는, 사랑이나 인연을 ‘지갑을 줍다가 우연히 스치게 된 손’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사랑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성이 있는 무언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에서의 조지와 알렉스의 만남이 아름다워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것은 그들이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내일을 바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인 것이다. 70대 노인과 33살 미혼모는, 아마도 인연을 찾아 나서고 사랑을 열렬히 갈구하는 것이 일상인 20대의 시절과는 다른 것이다. 아마 그것은, 오랫동안 일상을 만들어 와서, 그 규칙적인 미지근한 삶이 익숙한 사람들일 테니까.
 
그런 사람들이 안정적이고 편안하기만 한 생활을 버리고 다시 힘들고 어디로 튈지 모르고, 또 결국 아플지도 모르는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라도 인연을 시작한다는 게, 그게 마음에 들고 또 괜히 먹먹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다음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바라게 되곤 하는 것이다.

 
 
함께 한다는 것
 
하이젠버그 _정동환&방진의 4.jpg
 
 
조지와 알렉스는 비슷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들이 비슷하게 생각되는 것은 상처와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나, 또 그로 인해 오랫동안 느껴온 외로움이나 모두 그들이 닮아보이게 만들었다.
 
그 닮지 않은 듯 닮은 둘은, 서로를 만나며 왠지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을 보듬어주고, 또 그래서 서로를 나름의 온기로 데워주는 것이다. 인간은 역시 조금은 누군가와 닿아있어야 하는 존재인가 왠지 고민을 하게 하는 둘이었다.
 
이 연극에서 필자와 관객들이 본 것은, 우연한 만남에서도 오랜 고독과 상처가 공유되고, 또 서서히 치유되는 모습이었다. 그 둘의 보듬음을 보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외로움을 꺼내어 보고, 왠지 위로받을 수 없을거라고 막연히 치워두었던 기대를 자신도 모르게 다시 꺼내어 들곤 하는 것이다.
 

하이젠버그_정동환&방진의 1.jpg
 

조지와 알렉스의 만남은, 그저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만이 아니었다. 내일은, 나도 위로를 받고 이 오랜 고독을 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꺼내들게 하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인생에 대입시켜보라는 하나의 제안이었다.
 
둘의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낀 필자는, 언젠간 그들처럼 아름다운 탱고춤을 출 수 있을까. 아마 조지와 알렉스가 그랬다면, 필자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시끌벅적한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잔잔히 탱고의 순간이 다가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적으며, <하이젠버그>에 관한 회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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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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