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집시의 테이블'에 모두 모여 앉아 [공연]

봄을 맞이하는 공연, 집시의 테이블
글 입력 2018.04.0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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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따뜻한 날씨였다. 최고 온도가 20도를 웃돌 정도로 날이 많이 풀리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이렇게 따뜻해진 봄날, 집시들의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집시들은 가져온 악기들을 조율하더니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잠시 놀랐지만 곧 바로 음악에 빠져들어 집시들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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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와 관객들의 여행은 인도에서 시작된다. 배낭여행자들의 성지, 전 세계 모든 방랑자들이 만난다는 인도에서 집시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의문에 잠시 빠져본다. 음악이 흐르며 무대에는 한 방랑자가 등장한다. 가면을 써 얼굴을 가린 방랑자는 남루한 옷과 단출한 여행 가방을 하나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집시이다.

어쩌면 관객 모두를 대변할지도 모르는 집시는 자유롭게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마임으로 자신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인도 특유의 느낌이 물씬 나는 사운드는 다소 생소하지만 모험을 앞둔 관객들의 흥분을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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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여행을 시작한 집시들은 파리로 넘어간다. 낭만을 찾는 모든 방랑자들이 모이는 도시 파리. 파리는 낭만과 재즈의 도시였다. 파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집시재즈가 연주되기 시작한다. 집시재즈는 그냥 재즈에 비해 현악기의 비중이 돋보이는 재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도네온과 비올라, 기타 등 다른 악기들 사이에서 마치 바이올린과 한 몸이 된 듯이 연주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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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낭만을 간직하고 아일랜드로 가보자. 약간은 생소한 나라지만 기네스 맥주의 나라라면 모두들 단박에 알아들을 것이다. 여기서 집시들이 관객들에게 준 깜짝 선물이 밝혀졌다. 운이 좋은 관객들은 좌석 아래에 집시가 놓아준 술을 받아볼 수 있었다. 역시 풍류에는 술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경쾌한 아일랜드 민요가 연주되면서 아이리쉬 댄서가 무대로 등장했다. 아이리쉬 전통 춤은 단순한 동작이지만 관객들의 어깨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경쾌한 춤이었다. 역동적인 무대가 끝난 뒤 막간을 이용해 아이리쉬 댄스를 배워보는 기회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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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아일랜드를 지나 그리스로 넘어갔다. 뜨거운 햇살과 지중해풍 바람이 부는 그리스. 그리스에선 그리스 전통악기 부주키를 연주하며 그리스 민요가 펼쳐진다. 다소 생소한 악기였지만 악기의 소리는 곧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연주가 차츰 고조될 때 그리스 여신, 호란이 등장한다. 그리스 민요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노래의 여신이 막 내려온 것처럼 황홀했다. 그리스어를 신나게 외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보니 어느새 그리스 여행도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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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종착지는 파리. 한 번 지나온 여행지긴 하지만 파리는 스쳐지나가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도시이다. 낭만과 사랑이 가득한 도시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이 누가 있을까! 금방 사람에 빠진 듯이 서로만을 바라보며 춤을 추는 스윙댄스 커플과 함께 파리의 집시여인과 떠돌이 방랑자는 사랑에 빠진다. 어쩌면 속임수일지도 모르는 밤이었지만 두 사람은 몽마르트 언덕 위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집시에게도 집은 있는 법이다.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녀 꼬질꼬질해진 가방과 함께 돌아온 방랑자는 익숙하게 이불을 펴고 바로 잠에 빠진다. 여독이 풀린다면 그는 또 다시 낭만과 자유를 찾아 언제든지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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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와의 여행이 끝나니 시원한 봄바람을 들이킨 것처럼 상쾌해진 기분이었다. 당장 집에 가서 가방을 싸고 항공권을 예매하고 싶을 정도로 활기찬 연주였다. 떠나고 싶은 자들이여, 여기 집시의 테이블로 모이자. 내년 봄에도, 내후년 봄에도, 나는 집시의 테이블에 문을 두드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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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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