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01. 오페라의 유령

He’s there! The Phantom of the Opera! (저기 있어! 오페라의 유령!)
글 입력 2018.03.27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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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number)
: 작품에 수록된 개개의 음악적 분류.
작품을 구성하는 곡 하나하나.







NUMBER 01.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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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작곡 : 앤드루 로이드 웨버 (Andrew Lloyd Webber)
제작 :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
연출 : 해럴드 프린스 (Harold Prince)
안무 : 질리언 린 (Gillian Lynne)
작사 : 찰스 하트 (Charles hart)/ 
리차드 스틸고우 (Richard Stilgoe)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초연 이전부터 온갖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가히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쓴 작품이다. 하지만 만약 그대가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 머쓱해 하며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오페라의 유령>이면, 오페라인 건가요?”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당연한 상식을 몰라 물어보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태도이다. 그러나 관심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전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런 궁금증을 입 밖에 냈다는 것을 '시작'으로 생각하는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답을 해준다. 나 또한 해당 장르의 문외한이었던 언젠가, 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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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의 협업으로 탄생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웅장하고 고전적인 무대에 감도는 서스펜스를 실타래처럼 풀어나간다. 극적 스릴을 연출하고자 크고 작은 분위기의 반전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넘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애초에 작품의 모든 부분을 노래로 진행하려 한 시도에서, 특히나 극의 분위기가 곧 음악적 특징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과 불안함이 뒤엉킨 선율로 가득 채워져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그 장르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또 다른 특징으로 유령(Phantom, Erik)의 목소리를 이용한다. 여주인공을 부르는 장면, 극장 매니저 앞으로 보낸 편지가 읽히는 장면, 무대 사고 장면 등 과연 미스터리한 ‘유령’답게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묵직한 무게감에 왜인지 분노에 차 있는 유령의 목소리, 이에 더해지는 앙상블의 비명 및 각종 음향은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공포를 효과적으로 형성하며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1  어린 시절 당신과의 극적 재회, 
“Think of Me(생각해줘요)”
_ 크리스틴(Christine), 라울(Ra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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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극 <한니발>(Hannibal)의 아리아(aria; 오페라 등에서 나오는 선율적 독창 부분)로, 본 캐스팅이었던 칼롯타(Carlotta)가 급작스럽게 배역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자, 코러스 걸인 크리스틴이 여주인공 자리를 대신하는 장면이다. 오랜 친구 무용수인 멕(Meg)과 마담 지리(Madame Giry)가 그녀의 숨겨진 교습을 눈치채고 추천한 것으로, 크리스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완벽히 곡을 소화한다. 넘버가 진행되는 도중, 리허설장면은 관중의 환호를 받는 본무대 장면으로 바뀌면서 그녀의 데뷔가 더욱 극적으로 연출된다.

또한, 앞서 리허설 중 소동으로 중단되었던 칼롯타의 기교 섞인 노래와 대비되는 크리스틴의 청아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는 넘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곡 자체도 마치 그녀에게 꼭 맞는 옷처럼 반짝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주를 이룬다. 천천히 한마디씩 이야기하듯 가사를 전달하는 그녀의 노래는 관객을 감정적으로 몰입시키며, 그녀가 가진 부드러운 힘을 드러낸다.

오래전 헤어진 상대를 그리워하며,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해당 넘버의 내용은 사실상 크리스틴과 라울의 이야기이다. 새로운 후원자로 극장을 찾았던 라울은 무대에 선 크리스틴을 한눈에 알아본다. 넘버에서 그가 차지하는 부분은 잠시 목소리를 내는 정도이지만, 이로써 그들의 극적인 재회의 순간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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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CHRISTINE)

We never said our love was evergreen,
Or as unchanging as the sea-
But if you can still remember,
Stop and think of me.

우리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말한 적은 없죠.
저 바다처럼 변치 않을 거라고 한 적도 없어요.
하지만 그대가 날 아직 기억한다면,
잠시 멈추어, 날 생각해줘요.


라울(RAOUL)

What a change!
You really not a bit the gawkish girl that once you were.
She may not remember me, 
But I remember her.

이렇게 변하다니! 
넌 정말 더 이상 그때의 수줍은 소녀가 아니구나. 
그녀는 날 기억 못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녀를 똑똑히 기억해.







#2  짙어만 가는 어둠 속 맹세, 
”All I Ask of You(바람은 그것뿐)”, “All I Ask of You(Reprise)” 
 _크리스틴, 라울, 유령(Re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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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마지막 장면으로, 유령을 피해 지붕으로 도망친 크리스틴과 라울의 듀엣곡이다. 계속해서 불안해하는 크리스틴을 라울은 따뜻하게 아우르며 거듭 안심시킨다. 노래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진실한 사랑을 확인한 그들은 어둠을 피해 빛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피를 약속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선율의 듀엣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들이 닥친 상황상 늘 잠재되어 있는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이 불안감은 연인의 퇴장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유령의 등장 및 Reprise 버전에서 폭발한다고 할 수 있다. ‘Reprise’는 테마가 되는 멜로디를 지정해 놓고, 상황과 인물에 따라 가사를 바꾸는 등 나름의 변화를 거친 앞 넘버의 반복을 말한다. <오페라의 유령>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해당 작품에서 여러 번 활용한 장치이기도 하며, 음악적 분위기의 변화에 따르는 각종 효과가 나타난다.

방금까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던 멜로디는 순식간에 슬픔과 쓸쓸함이 물씬 풍기는 유령의 노래로 전환된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허무해 하는 그의 뒤로 연인의 노랫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크리스틴을 사랑하여 그녀에게 그가 가진 음악적 재능을 한껏 선물했으나 결국 버려지는 유령에게 연민이 일기도 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Reprise 곡으로 유령의 상황이 부각되고, 그가 좌절과 분노의 울부짖음으로 응답하면, 대미를 장식하는 샹들리에의 추락과 함께 1부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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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RAOUL)

Let me be your freedom.
Let daylight dry your tears.
I’m here, with you, beside you, 
To guard you and to guide you.

내가 당신의 자유가 될게요.
햇빛이 그대 눈물을 말리게 해요.
제가 여기, 당신과 함께, 당신 옆에 있어요.
당신을 지키고 또 함께하기 위해서요.


크리스틴(CHRISTINE) / 라울(RAOUL)

Anywhere you go, let me go too.
Love me-
That’s all I ask of you.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나도 함께 가겠어요.
날 사랑해줘요.
제 바람은 그것뿐이에요.


유령(PHANTOM)

I gave you my music,
Made your song take wing.
And now, how you’ve repaid me: 
denied me, and betrayed me.

난 당신에게 내 음악을 줬어.
당신의 노래에 날개를 달아주었는데.
그런데 지금, 당신이 되돌려준 건
날 부정하고 배신한 것뿐이야.







#3  죽음과 집착의 오페라,
 “The Point of No Return”(돌아갈 수 없는 길)
_유령, 크리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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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의 후반부, 극중극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iumphant)에 수록된 곡이지만, 가사는 역시 유령과 크리스틴의 상황에 일치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 오페라는 유령이 직접 작곡한 것으로, 이전 가면무도회 때 오페라 하우스 측이 무대를 올리도록 지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령은 극 도중, 본래 돈 주앙역인 피앙지(Piangi) 대신 무대에 나타난다.

그리하여 이 끈끈하고 느릿한 곡은 유령과 크리스틴의 극중 오페라 듀엣으로 진행된다. 유령은 천천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치 그들의 운명을 판결 내리듯 노래한다. 사랑하는 그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짜 무대에서 자신의 오페라를 함께하는 순간이, 마치 그의 괴상하면서 오래된 염원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넜으며, 이제 단념하고 자신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유령의 애잔하고 집착적인 심리가 느껴지는 곡이다.

해당 곡에서 마치 흡혈귀를 연상하게 하는 연기 및 연출이 인상적인데, 저 아래에서 울리듯 느린 템포로 숨을 조이는 곡도 곡이지만, 그에 맞춰 크리스틴과 유령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그가 그녀의 몸을 감싸며 목 부분을 움켜쥐는 행동과 스르르 눈을 감고 그에 매료되는 듯한 그녀의 표정은 그들 사이 감도는 관능적이고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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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PHANTOM) / 크리스틴(CHRISTINE)

Past the point of no return
The final threshold-
The bridge is crossed, so stand and watch it burn.
We’ve passed the point of no return.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지나.
그 마지막 문턱을.
우리가 건너온 다리, 이제 그게 불타는 걸 지켜봐.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넌 거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넘버 리스트

PART 1

1 Overture (서곡)
2 Think of Me (생각해줘요)
3 Angel of Music (음악의 천사)
4 Little Lotte (어린 소녀 로티), The Mirror (거울),
Angel of Music (음악의 천사)
5 The Phantom of the Opera (오페라의 유령)
6 The Music of the Night (그 밤의 노래)
7 I remember (기억나네), Stranger Than You Dreamt It (비밀스레 꿈꾸네)
8 Magical Lasso (마법의 올가미)
9 Notes(메모들), Prima Donna (프리마돈나)
10 Poor Fool, He Makes Me Laugh (어리석은 노친네)
11 Why Have You Brought Me Here? (여긴 왜 온 거죠)
12 Raoul, I've Been There (라울, 난 그 곳에 간 적이 있어요)
13 All I Ask of You (바램은 그것 뿐)
14 All I Ask of You(Reprise) 바램은 그것 뿐 (반복)

PART 2

15 Entr'acte (서곡)
16 Masquerade (가면무도회), Why So Silent (아니 왜들 조용해)
17 Notes (메모들), Twisted Every Way (모든 것이 엉망)
18 A Rehearsal for Don Juan Truimphant (리허설)
19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다시 돌아와 주신다면)
20 Wandering Child (방황하는 아이), Bravo, Bravo (브라보, 브라보)
21 The Opera House Before the Premiere (개막 전 오페라 하우스)
22 A Rehearsal for Don Juan Triumphant (돈 주앙의 승리)
23 The Point of No Return (돌아갈 수 없는 길)
24 Down Once More(다시 한번 지하 세계로), 
Track Down This Murder (살인자를 쫓아서)
25 Beyond the Lake (호수 저편에)


(뮤지컬 넘버 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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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룬 세 곡 말고도 대표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비롯해 “Music of the Night”, “Angel of Music”,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등,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는 하나같이 모두 귀에 감기고 대중적이다. 그러나 5년전, 관객석에 앉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던 나는 정작 공연이 시작하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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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눈은 손수 출력한 대본을 열심히 읽고 있다. 문득 원작인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을 읽고 나서, 뮤지컬 버전을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아끼는 파란색 코트를 입고 설렘에 가득 찬 19살 소녀. 그 날은 그토록 고대하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내한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한 달이 넘도록 매일매일 넘버를 들었다. <지킬앤하이드> 때와 같은 바보 같은 실수는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실황을 녹음한 음원을 쉬지 않고 들었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했다. 눈을 살짝 감아봤는데,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넘버가 현장에서 실제 나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한 달 동안 듣던 음원인지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토록 꿈꿨던 뮤지컬을 보는데 음악에서의 감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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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기억하자. 사전에 넘버를 알아가는 것은 분명 좋은 관람 자세이지만, 넘버에 딸린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로 불필요하게 많이 듣고 갈 필요는 없다. 넘버 리스트를 전체적으로 훑으며 두루 익힌 뒤, 그중 마음에 드는 몇 곡 정도를 속으로 정해 두기를 추천한다. 우리 마음속에 현장의 감동이 들어갈 여유 공간은 남겨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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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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