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랑합니다 고객님, 전화벨이 울린다

글 입력 2018.03.1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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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사랑합니다 고객님
전화벨이 울린다


 옴니버스 영화 <황금시대>를 본 때가  오늘로부터 딱 6년 전이었다. <황금시대>는 자본에 고통받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립영화 감독들의 색깔에 맞춰 모은 영화였는데, 필자는 그 중에서도 <시트콤>라는 블랙 코미디를 재밌게 봤다. 영화에서는 거대한 자본에 피해를 본 두 사람이 나온다. 그들은 자신을 괴롭힌 권력의 배후에 복수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었다. 그 영화의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그것보다 영화의 끝 부분이 인상깊었다. 6년 전에 본 영화라 정확한 대사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식이었다.


"드디어 복수를 할때가 왔구나
(그는 칼을 꺼낸다)"

"잠깐만, 우리가 이 사람을 죽이면
정의를 실현하는걸까?
이 사람들도 돈을 받고 철거를 했을거아냐?
대빵을 죽여야지. 이사람들의 대빵이 누구지?"

"어....그래 조폭 대가리가 대빵이겠지"
"그럼 그 조폭 대가리 사람들도
돈을 받았을거 아냐?"

"어.....그 땅을 가진 재벌들이 아닐까?
그럼 재벌들이 대빵이겠지"
"그럼 그 사람들한테 돈을 준건 누구야?"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겠지"

"대통령?"
"대통령을 죽이러가자"
"대통령에게도 대빵이 있을거 아냐?"

"..미국!그래 유엔 사무총장을 죽이면
정의가 실현되는거야"
"유엔 사무총장에게 누가 돈을 줬을거 아냐"

"하나님? 그럼 하나님이 대빵이구나"
"하나님의 대빵은....?"
"아...그건......아!(손뼉을 탁친다)"
"아.........!(알겠다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당시 필자는 '하나님의 대빵'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갖는 위력은 가히 '신'적인 것이었다. 당장 방송사에서도 자본의 아름다움으로 치장한 사람들을 '여신' '남신'이라 칭하지 않던가? 우리는 자본이 곧 '신성'인 사회를 살고 있다. 단순히 믿음으로만 그 분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텔레비전만 틀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간증한다. 매끈한 명품 차의 선이 '섹시'해지고, 명품 침대가 힘든 당신에게 유일한 '안식'을 주고, 고객님인 순간 '사랑하는'이 붙는 그런 세상. 청량함 하나 조차 1200원짜리 요거트에서 구매하게 된 세상. 우리는 돈이 신성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니, 생존하고 있다.


전화벨이울린다_공연사진(3).jpg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는 그런 세계의 단편이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등장인물들은 '감정'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항상 밝게 웃으면서, '사랑하는' 고객님을 대하는 그들은 돈 때문에 자신을 연기하고, 감정을 숨긴다. 수많은 가면을 쓰면서, 그들이 돈 대신 잃는 것은 진정한 자신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서서 감정은 하나의 상품이 되었고,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좀 더 많은 가면을 쓰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비단 콜센터 직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자본이 가져오는 거대한 부조리와, 그 현실을 견뎌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을 닮았다.

 세상에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는데, 사회 전체가 '노력'이 성공의 핵심이라 말한다. 그게 가장 쉬운 변명거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모두가 행복한 척, 노력하는 척을 반복한다. SNS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본을 전시하듯이 늘어 놓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신음하는 고통스러운 실존은 허겁지겁 집어 삼킨다. 사람은 꺾일 수도, 멈출 수도 있는데, 거대한 자본의 성 앞에서 성공신화 압박은 모든 사람들을 전진하게 만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모두 밝은 목소리 뒤에서 입술을 깨무는 콜센터 직원일지도 모른다.

 <전화벨이 울린다>는 그런 현실에게 보내는 누군가의 절실한 신호를 닮았다. 당신은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그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 담긴 고독과 부조리를 발견할 것인가? 무엇이 되었건, 신호가 울렸다.



공 연 명 ∥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
공연일시 ∥ 2018년 3월 20일(화) - 4월 1일(일)
공연시간 ∥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월요일 공연없음)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제    작 ∥ 전화벨이 울린다 
기    획 ∥ 두산아트센터, 전화벨이 울린다
티켓가격 ∥ 전석 30,000원 / 두산아트센터 회원 24,000원
공연시간 ∥ 10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등급 ∥ 중학생 이상 관람가
예    매 ∥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www.doosanartcenter.com
 인터파크 1544-1555 www.interpark.com
공연문의 ∥ 컬처버스 070-827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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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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