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웅장함이 가득한 오케스트라로 만나다, '제69회 서울오라토리오 정기연주회 '

글 입력 2018.03.1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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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입장하기도 전에 베토벤의 위엄을 자랑하듯, 많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하기는 처음이라 자리에 앉자마자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규모가 큰 무대를 가득 메운 100여명의 합창단 목소리와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니,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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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통해 미사라는 의미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집안 전체가 무교이기도 하며, 사실 기독교를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기도 했다. 아버지는 항상 종교에 의지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믿으라는 신념이 강하신 편이셨다. 그래서 초등학교 5, 6학년 때쯤 재미삼아 친구들과 교회를 잠깐 다녀본 것 외에는 경험이 없어 기독교 관련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우선 미사는 가톨릭에서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여 행하는 제사 의식을 말하며,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의식으로 '말씀의 전례'와 '선찬의 전례'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종교적인 곡이라 자칫 지루하진 않을까, 재미없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약간 있었다. 계속해서 미사라는 의미에 집중적으로 새겨두니, 음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지 말고, 하나의 음악임을 염두하며 찬찬히 음미하기로 했다.

<장엄미사>는 미사 통상문에 따라 5곡으로 이루어져 진행되었다. 1곡은 「키리에」(주여, 긍휼히 여기소서), 2곡 「글로리아」(영광, 신에게 있을 진저), 3곡 「크레도」(사도신조), 4곡 「상투스」(거룩할 진저), 5곡 「아뉴스데이」(신의 어린양)로 나뉘어져 있다.

당시 나폴레옹 전쟁으로 나라가 혼란스럽고, 청각을 잃어가는 아픔 속에서도 훌륭한 곡을 탄생시킨 베토벤.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작곡을 완성하였으니, 얼마나 곡에 대한 애착이 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느낀 것은 감탄사밖에 흘러나오지 않았다. 가히 청각이 아픈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다. 천재적인 음악가로 칭송받아 마땅한 사람이라 여겨졌다. 웅장하고, 화려한 연주들이 돋보이는 이번 공연은 왜 명작이라 불리는지, 왜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게 되었는지 실감케 해주었다.

지휘자의 손동작에 맞춰 제각각 움직이는 섬세한 음들. 현란하면서도, 차분히 움직이는 연주자들의 모습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4명의 성악가 독창과 전체 합창의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에는 더 감미로운 곡을 선사하여 감동을 주었다. 베토벤의 곡을 실제로 서울 오라토리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통해 만나니 새롭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베토벤 <장엄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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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모차르트와 함께 빈 고전파 양식을 확립하며 낭만주의를 이끌어낸 작곡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9~1827)은 독일의 본(Bohn)에서 궁정가수의 아들로 출생하였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엄격한 음악교육과 뛰어난 음악적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 초기에도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제1교향곡’ 등 유명한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1792년 빈(Wien)에 정착한 이후로는 하이든(F.J.Haydn), 요한 쉔커(J.Schenker), 살리에리(A.Salieri), 알브레히츠 베르거(Albrechts Berger)에게도 음악을 배웠고, 18C말 프랑스 혁명으로 민주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베토벤은 왕후나 귀족의 후원 하에서 완전히 독립한 최초의 음악가로서 음악세계를 펼쳐나갔다. 그는 전 생애에 걸쳐 9개의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오라토리오 ‘감람산의 그리스도’, 오페라 ‘피델리오’, 협주곡, 실내악, ‘C장조 미사’ 등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장엄미사>는 베토벤 자신도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간주하였던 것처럼,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그의 후기 작품에 속한다. 베토벤의 후원자요 제자였던 루돌프 대공이 1829년 모라비아의 올뮈츠(현재의 체코) 대주교로 서임된 것을 경축하기 위해 1818년 작곡을 시작하여, 1823년에 완성·헌정하였다. 이 곡을 작곡하기에 앞서 베토벤은 라틴어 가사의 정확한 억양을 익히고 단어의 의미에 관하여 수많은 주석을 달았으며, 옛 악보와 전례절차에 대한 저서를 찾기 위하여 로프코비츠와 루돌프의 장서를 샅샅이 살피는 등 미사곡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하였다. 작곡가 첼터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진정한 교회양식은 오로지 팔레스트리나와 그 시대 사람들의 아카펠라 양식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던 것처럼, 팔레스트리나와 헨델이 이루어 놓은 교회음악의 전통을 지키면서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신앙고백을 이 곡에 담아내고자, 미사 원문의 연구, 그레고리오 성가와 그 이후의 교회음악을 철저히 탐구하였다. 그의 이려한 노력은 이 무렵의 일기장에 담긴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참다운 교회음악을 작곡하기 위해서는 수도원의 옛 교회음악을 탐구할 것, 모든 가톨릭 시편이나 성가 전반의 완전한 시형(詩形), 가장 올바른 번역에 있어서 원문의 도막 짓는 법을 연구할 것.”
 
나라 안팎으로는 나폴레옹 전쟁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개인적으로는 청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극도로 악화된 건강 상태, 경제적 궁핍, 조카 카를의 후견문제 등 삶의 고통스러운 문제들 속에서 <장엄미사>는 탄생되었다. “하느님께 다만 내가 살아가면서 죽음의 괴로움을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되는 동안, 그 성스러운 뜻으로써 나를 지켜 주십사 기도할 따름입니다. 나의 숙명이 가혹하고 무서운 것이라 할지라도 지고한 뜻에 참고 좇음으로써 이 숙명에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입니다.”(1827년 3월 14일 자 모셰레스에게 보낸 편지 중)라고 고백했듯이 그는 ‘예술을 위한 희생’이라는 사명감으로 자신의 불행한 삶을 승화시켜 가장 최상의 작품으로 신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였다. 이 곡은 미사 통상문에 따라 5곡으로 이루어졌으며, 혼성4부의 독창과 합창, 2관 편성에 바탕을 둔 관현악과 오르간에 의해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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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라토리오 위대한 유산 5
베르디 [레퀴엠] 연주장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오라토리움 (Oratorium)이란?


음악역사의 최고의 위치에서 인류의 정신문화를 주도해온 음악의 장르이다. 성서나 종교적/도덕적 내용의 가사를 바탕으로 만든 서사적 악곡으로서, 독창과 중창, 대규모 편성의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가 있는 오라토리오를 비롯해 넓은 의미로 미사, 레퀴엠, 스타바트 마테르, 테 데움, 수난곡, 칸타타 등의 악곡들도 오라토리움에 속한다.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 오케스트라


서울오라토리오는 서울시지정 전문예술단체로서 오라토리움 음악의 계승 및 발전과 사랑의 실천을 목표로 설립된 음악예술 연주/연구/교육기관이다. 1991년으로부터 시작된 포괄적 장기계획에 따라 합창단, 드보르작 아카데미, 오케스트라가 차례로 설립되었으며, 바르고 건전한 문화의 터전을 이룩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기연주회, Abendmusiken(저녁음악회), 특별연주회, 어린이·청소년 합창단 정기연주회, 해외연주회 등 국내와 해외의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의 발길이 닿지 않는 문화소외지역이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랑의 음악회'도 끊임없이 계속해오고 있다.

서울오라토리오는 대한민국 유일의 오라토리움 전문 연주 / 연구기관으로서 최고의 악곡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을 연구하여 발표해 오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위대한 유산 시리즈’를 통해 하이든[천지창조], 베르디[레퀴엠], 헨델[메시아], 안토닌 드보르작[스타바트 마테르], [레퀴엠], 베토벤 [장엄미사], 멘델스존[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찬송교향곡]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들은 철학적 심오함과 작곡가의 음악적 역량이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좀처럼 들어보기 힘든 작품들이기에 좋은 반응과 함께 많은 이들이 한국문화예술의 발전과 시민 문화향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2018년 서울오라토리오 공연 계획


♬ 위대한 유산 시리즈 11
베토벤 [Missa Solemnis, 장엄미사]
3월 4일(일) 오후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 제70회 서울오라토리오 정기연주회
5월 1일(화) 저녁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 제71회 서울오라토리오 정기연주회
영혼을 울리는 음악회 Ⅴ
9월 4일(화) 저녁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 피아노 트리오 Cherubim 정기연주회
11월 27일(화) 저녁8시, 예술의전당 IBK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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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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