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책]

나와 당신의 공통분모
글 입력 2018.03.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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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퇴사를 앞두고 고민이 많던 친구였다.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겸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토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 어쩐지 즐거운 것 같은 친구의 목소리가 내심 반가웠다. 친구는 평소 말수가 적고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친구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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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다 나오키


대표작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책으로 국내에 알려진 일본의 작가이다. 사실 그는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말을 하려고 하면 아득해지는 정신 때문에 생각이 곧바로 말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동화되지 않으니 번거로운 수공업 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해야 할까. 그는 키보드 글자판을 가리키며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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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는 자신이 꼭 ‘고장 난 로봇 같다’라고 고백한다. 어딘가 고장 나버린 로봇이 그러하듯 그가 쓰는 글은 사뭇 엉뚱하다. 문법이 파괴되어서 말과 말 사이의 징검다리가 빠져있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 듯하다가 느닷없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상상과 현실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책은 상상 그 자체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자폐를 앓고 있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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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공통분모

 
나오키의 글이 엉뚱함에도 불구하고(!) 먼 외계의 언어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의 세계가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겹치고 포개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여러모로 ‘특별한’ 사람이지만 사람들과의 교감과 소통을 잊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고뇌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자폐증과 상관없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집필 활동과 강연 활동을 겸하면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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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가족이다. 특히 그의 곁에서 늘 헌신하며 마음을 열도록 독려하는 어머니의 존재는 나오키에게 빛과 같다. 글자판을 가리키며 의사소통을 시도하게 된 것도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내가 흘린 눈물만큼이나 가족도 울어주었다는 것을 나는 잊지 않습니다.”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사람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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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강력한 욕구


처음에는 단지 자폐증을 앓는 사람이 자기 글을 썼다는 사실에 놀랐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에게도 소통에 대한 강력한 욕구가 있었다.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당신과 같은 언어가 담겨 있습니다.” 서툴지만 진심을 이야기하는 나오키의 글은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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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을 다시 읽어 내려가면서 친구를 생각했다. 지금 그녀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욕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녀가 하필 글쓰기를 표현의 수단으로 선택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히시가다 나오키처럼, 자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믿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이 슬픔이나 분노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말 것. 할 수 있다면, 용기를 가지고 패배할 것!

"거의 울면서 자라지 않았나 싶다"고 담담히 말하는 나오키. 끊임없이 도전하며 살아가는 한 흘리게 될 눈물은 더욱 많을 테지만 너무 낙담하지 말고 씩씩했으면 좋겠다. 도리 없는 짜증도, 답답함도, 그가 그토록 좋아한다는 물처럼 멀리 흘러가도록 두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슬프기만 해서는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마냥 슬프기만 한 인생도 있을 수 없다. “당신은 괜찮은 사람입니다. 당신이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나오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에게 마음을 담아 말해주고 싶다.


[강사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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