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빨래하는 페미니즘≫ ‘엄마’에 대한 근본적 고민의 해답 [문학]

글 입력 2018.03.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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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미지 출처 네이버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


 여성은 태어나자마자 자동으로 ‘엄마’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여성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질로서의 ‘모성애’를 요구받고, 임신과 출산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흡연이 금기시된다. 엄마는 가사를 담당해야 하므로 직업 세계에서는 더욱 단단한 유리천장과 유리 벽을 세워 여성을 몰아내고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사회는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인간 생산 수단으로서의 ‘엄마’의 틀에 가두고 그 존재 가치를 무참히 깎아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와 출산 및 양육 체계가 여성을 불리하게 만드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회의 산물이라는 견해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테제에 종속되는 것은 자아를 포기하고 자신을 수단으로 치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가? 이 책은 그에 대한 해답뿐 아니라 질문 그 자체에도 의문을 가하며 근본적인 고민을 심도 있게 펼쳐놓는다.
 
 스테파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은 결혼과 출산, 양육의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경험한 저자가 ‘엄마’와 ‘나 자신’의 양립에 대한 고민을 전개하는 에세이 형식의 책이다. 자녀의 주체적인 삶을 강력히 지지하는 가정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차별과는 거리가 멀다고 믿어 왔던 자신도 결국 ‘엄마의 역할’을 강요받고 있는 여성에 해당함을 깨닫게 된다. 혼란을 맞이한 저자는 페미니즘 고전 수업을 청강하면서 고전 속 페미니스트들의 숨결을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수많은 고민을 통해 해답을 찾아 나간다. 평범한 일상을 그린 수필 같으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페미니즘 이론들과 여러 견해는 저자의 여정에 학문적인 풍부함을 더해준다.
 
 많은 이들이 페미니즘을 처음 접할 때 읽는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하는데, 과연 입문서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1세대부터 현재의 페미니즘 물결까지 넘나드는 풍부한 학술 자료들과 고전들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페미니즘의 태동과 발달 양상,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학문적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와 수업을 같이 들은 다른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록되어 있어 어떠한 현상에 관하여 다각적으로 고찰할 기회도 제공한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에세이 형식의 이야기는 소설처럼 흥미롭게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메시지가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전달되는 이유는 결혼과 출산 및 양육 등의 과정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어서 고민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크고 작은 불평등을 날카롭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 중 아내가 남편보다 불필요하게 많이 지는 책임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 있는가. 남편은 가사노동과 육아, 경제생활의 선택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내는 대개 하나의 선택지만을 부여받으며 그것이 가사노동 및 육아가 아닐 경우엔 순식간에 ‘나쁜 아내(혹은 엄마)’가 되어버린다. 아내와 엄마들은 항상 두 갈래의 길 사이에서 고민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왜 여자들만 이런 딜레마에 빠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이 책은 그 근본적인 질문에 의문을 가하며 여성이기에 가져야만 했던 이유 없는 죄책감과 불안감을 덜어준다.
 
 결국 남성 중심사회의 타파 그 자체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붕괴하거나 하는 급진적 변화를 꿈꾸기보다 일상 속에서 꿋꿋이 자신을 확립해나가는 미래를 그린다. ‘엄마’ 혹은 ‘아내’라는 이름을 거부하지 않고도 아이와 배우자를 사랑하고 가정의 행복을 자유롭게 영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책에 나오듯 역사 속 수많은 여성이 이 시대의 ‘빨래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이 난관을 헤쳐 나가 결국엔 난관 그 자체를 없애야 한다. 이 책이 시종 외치는 희망의 메시지처럼, 우리는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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