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타샤가 전해주는 삶과 휴식, 타샤의 말 [문학]

글 입력 2018.02.07 21: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타샤의말 앞표지_수정.jpg
 

어렸을 적, 완전한 시골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꽤나 시골같은 곳(?)에서 살았다. 학교까지 가는데 걸어서 30분이 넘도록 논두렁을 걸어가기도 했고, 학교에서는 늘 '논두렁 밭두렁 걷기대회'를 하거나 다같이 길가에 심어져있는 호박꽃에서 벌을 잡으러 뛰놀았다. 지금은 벌레를 아주 무서워해서 시골에서 살 엄두가 안나지만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참 뛰놀기 좋아하고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순했던 기억이 있다. 순수했기에 자연과 가까웠던 그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불편할 것도 많았지만 여전히 그 때의 추억이 따스하게 남아있고 그리운 것은 아마 시골의 삶만이 가진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귀촌생활의 성행, 필름카메라와 같은 아날로그 물품의 재유행등은 오늘날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변하는 삶 속에서 느린 걸음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보여준다.


"타샤 튜더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외진 농가에서 정원을 가꾸고 애완동물을 보살피고 마당에서 가축을 키우며 살고 싶었고, 동화책의 삽화를 그리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 타샤 튜더는 정말 그러한 느린 삶을 살았다. 직접 정원을 가꾸고 강아지와 염소, 거위,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며 옛날 방식의 옷과 생활 방식을 고수한다. 누군가는 굳이 왜 그렇게 불편한 삶을 살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그녀를 괴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샤 튜더는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를 알았고 그렇게 살았다는 점이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학생들은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취업을 위해 지루한 공부와 허울뿐인 스펙쌓기를 반복하고 있고, 이미 사회에 나가 이리저리 치이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한숨을 쉬며 퇴사를 고민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타샤의 글을 보며, 자연을 사랑하고 옛 방식의 삶을 동경하는 자신과 그런 삶을 직접 실천해 살아가는 모습이 내게는 정말로 크게 다가왔다.


7.jpg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워낙 중요한 것이니 심각하게 맘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세간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이상대로 살아가는 타샤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타샤처럼 고독을 좋아한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대화가 가져다주는 행복을 잘 알고 즐기는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나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있는 오후의 시간이 좋고, 홀로 분위기 좋은, 적당히 어두운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는 시간이 소중하다. 물론 가끔은 외롭고 무기력함이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 고독이란,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할애했던 에너지를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꼭 필요한 충전의 시간이다.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 것을."


이 얼마나 대단한 말인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내 인생은 잘 살아왔고 내 신조가 내 삶 전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요즘 많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뒤쳐지면 초조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잠깐의 쉼에도 자책을 쏟아낸다. 최근 이슈가 된 영화 '신과함께'의 수많은 지옥 속에서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화는 지옥은 '나태지옥'이라는 말이 나왔을정도로 우리는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것에 엄격하며 숨가쁘게 달려가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 뜀박질 속에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은 점점 뒤쳐져간다.


1.jpg
 

타샤는 훌륭한 철학자도 아니고 뛰어난 글 솜씨로 책을 써내려 간 것도 아니다. 세대차이가 있는 만큼 동의하지 못할 이야기도 종종 나왔다. 그러나 할머니가 손녀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주듯, 편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뭔가 내일은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고, 연습장에 낙서를 하며 고독을 만끽하고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트인사이트 태그.jpg


[심소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