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로크부터 인상주의까지, 프랑스 미술 300년 [전시]

러시아가 사랑한 프랑스 미술,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
글 입력 2018.01.3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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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합리주의와 18세기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프랑스는 가장 먼저 혁명을 이루었다.

유럽의 움직임에 발맞춰 1721년 북방 전쟁에 승리하고 근대화의 길을 닦은 러시아의 표트르 1세,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새로운 수도로 건설하고 겨울궁전을 짓는다.


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 궁전 전경.jpg
 

이 겨울궁전이 '예르미타시'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황후이자 여제였던 예카테리나 2세 때, 겨울 궁전을 매우 아꼈던 그녀는 프랑스어로 '인적 없는 방'이라는 의미인 이 이름을 붙였다.

계몽주의와 예술에 빠져있던 예카테리나 2세에 의해 겨울 궁전은 아름답게 변화해갔다. 그 중 많은 양을 차지했던 프랑스 미술 작품들이 러시아보다 추운 서울의 1월에 찾아왔으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을 감상해보자.
 


선이냐 색이냐, 색채논쟁

17세기 말 서구 예술계에는 색채 논쟁이 있었다. 소묘를 강조한 그림과 색채를 강조한 그림 중 어느 것이 더 낫냐, 이 주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 논쟁이 있었는데, 결국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색채파가 승리했다. 그렇지만 고전주의의 회귀를 꿈꾸었던 시대적 흐름을 무시할 수 없으며, 실제로 많은 소묘파 화가들의 작품들이 높게 평가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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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십자가에서 내림 Descent from the Cross>
(우측은 루벤스의 동 주제 회화)


소묘파의 대표적인 인물은 니콜라 푸생으로, 당대 아카데미 미술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뛰어난 화가이다. 그가 그린 십자가 강하 작품을 보면, 인물이나 사물의 선이 뚜렷하게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선으로 구성된 느낌의 이 작품과 다르게, 색채파의 대표 화가였던 루벤스의 그림을 보면, 부드러운 외곽선과 색채 표현에 공을 들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에서는 푸생의 작품을 몇 점 감상할 수 있으니, 그가 추구한 선 중심 묘사와 고전적 주제, 고전적 요소(건물이나 의복 묘사)에 주목하여 보길 바란다.

 

감성적인 체험, 로코코 양식

로코코라는 이름의 어원은 프랑스어 자갈(Rocaille)과 조개껍데기(Coquille)에서 나왔다. 이 시기에는 이전의 약간 딱딱한 분위기를 벗어나 귀족 여인들의 취향과 같은 화려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회화가 유행하였는데, 와토, 부셰, 프라고나르 등이 궁정과 상류층의 사랑을 받아 로코코 미술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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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클로디우스 콩트 칼릭스(François Claudius Compte-Calix)
<공원의 두 숙녀 Ladies in the Park>


프랑수아 클로디우스 콩트 칼릭스는 잘 알려지진 않은 화가이지만, 그 역시 로코코 양식을 따른 화가로서 수많은 여인 초상을 그렸다. 이번 전시에 걸린 두 개의 작품 중 하나가 이 <공원의 두 숙녀>로, 실제로 보면 매우 극적이고 화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적 요소가 드러나는 복장이나 빛나는 진주알이 시선을 이끌지만, 이 그림에서 더 눈길이 가는 부분은 두 여인의 관계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해석으로 보자면 바닥에 떨어진 꽃다발과 장갑, 인물 뒤 에로스로 추정되는 동상이나 여인들의 태도가 애정 관계에 있음을 암시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지물들을 더 상징적으로 이해한다면 다른 주제가 보일지 몰라도, 로코코의 핵심 코드가 에로티시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능한 이야기기도 하다.
 


20세기 미술의 역변,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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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Paul Cézanne)
<마른 강 기슭 Banks of the Marne>


세잔은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사이에 놓인, 특별한 화가라고 할 수 있다. 천재적인 시각으로 회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인물이며, 소설가 에밀 졸라와의 절교 사건으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세잔은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그는 기존 미술이 몇 세기 동안 유지해오던 원근법의 틀을 깨고, 사물을 다양한 시점에서 관찰해 '세잔의 사과'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세잔의 정물화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의 풍경화 역시 비범하다. 고향의 생트빅투아르 산이나 강가 풍경을 주요 소재로 사용했는데, 가까이서 보면 색을 여기저기 덧댄 모습이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몇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깊이감 있는 풍경에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자연에 존재한 수많은 푸른색을 최대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번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은 가치있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 좋은 기회이다. 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구성으로 역사를 배우기에도 매우 좋을 것이다. 다수의 회화는 물론 조각 작품도 감상할 수 있으니 꼭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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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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