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레시피의 탈을 쓴 사람 책 [문학]

글 입력 2018.01.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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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는 영 관심이 없어 동생이 요리를 하고 나는 뒷정리 담당이었다. 홀로 타지 생활에 집에서 해먹으려 일을 벌이고 장을 보고 결국 좌절하는 그 시간과 비용보다, 차라리 한 끼 사먹는 것이 효율적이라 것을 일찍이 깨달은 지 오래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부엌이 없는 집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당연시 되고 오히려 더 편한 지금이다. 워낙 변덕이 심한 성격이라 메뉴 정하는 것부터 먹는 시간까지 혼자 움직이는 것이 간편하기도 하다. 그러다 얼마 전 지인의 집에 초대되어서 갔다. 내 도착시간에 맞춰 준비된 음식을 바로 내어 같이 눈 마주치며 웃으며 밥을 먹는데, 비록 그 음식은 조금 식었지만 그렇게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몇 년 만에 먹어본지 한참을 생각해야했다. 그 당시에는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하지만 기분 좋게 가득 찬 느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이 책을 봤다. 레시피가 상세히 들어있어 그 부분도 역시 읽어 내려갔지만, 어느새 무언가에 굶주린 사람처럼 소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만 허겁지겁 읽어나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 때 그 오묘한 기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껏 나에게는 없을 것이라며 애써 외면해왔던 이야기의 분야. 같이 식사하는 사람을 위해 못 먹는 것과 입맛에 적절한 간을 생각해가며 재료를 사고 적절한 굽기를 맞춰 내이고 그 사람의 반응을 확인하기까지의 길디 긴 과정. 어쩌면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일 수 있겠지만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치료약이다. 해주는 사람이든 받는 사람이든. 살아있다는 것을, 살아간다는 것을,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어떤 의미로든 새롭게 자각받기 때문이다.


 킨포크 테이블의 이야기는 이런 내용보다는 각 인물들의 다양한 생활에 초점을 더 두었다. 하지만 해당 활자는 이런 내용을 얘기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자신을 비롯한 사람을 향해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울증의 위험으로 가득 덮인 21세기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겠다. 밥 한 끼 먹는 게 뭐 이리 대단한 일이냐 하겠지만, 단순히 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여러 것을 맛보는 자리라 하면 설명이 될까. 요리책이라 레시피는 넣어뒀지만 그 이상, 사람의 것을 말해주는 정말 말 그대로 ‘따스한’ 책이다.




책입체_킨포크테이블 띠지.jpg


킨포크 테이블
-양장 합본-
 
저자    네이선 윌리엄스
옮긴이    박상미
분야   가정·생활>음식 / 취미·실용>요리
에세이>요리 에세이/여행 에세이
면수    368쪽
정가    24,800원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ISBN    979-11-5581-135-1 (13590)
판형   280*203 양장
펴낸 곳   윌북


 
리뷰 & 추천사


박찬일 (‘몽로’ 요리사, 푸드 칼럼니스트)

: 음식 접시가 저마다 표정을 갖는 순간이 있다. 어떤 접시는 사람들의 목을 조르고, 다른 접시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킨포크의 요리들이 내게 말을 건다. 나도 요리와 잘 지내고 싶다. 겁도 주지 않고 나쁜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맛있게 먹어줄 것이다. 손을 내밀면 잡아다오. 요리는 따뜻하지만 레시피는 칼 같다. 그게 내가 살고 싶은 방식이다.


송은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좋은 것이 있게 마련이다. 김치볶음밥을 정말 맛있게 만드는 법, 숨겨진 동네 여행 코스, 할머니가 알려준 양말 개는 법, 양념장 비율이나 재미있는 농담 같은 것들. 삶을 나만의 것으로 가꾸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끼 식사를 어떻게 하는가’ 같은 단순한 질문에서 삶의 특별함이 나온다. 각자의 삶에 깃들어 있는 가장 좋은 비밀들을 기꺼이 나누려고 하는 책이 있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가 있을까.


차유진 (푸드 칼럼니스트)

: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를 초대해 함께 먹는 것은 단순히 식사 초대가 아닌 인생으로의 초대다. 10년 넘게 요리하는 나를 지탱하는 힘도 거기서 온다. <킨포크 테이블>에는 삶을 특별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준 자신만의 요리를 많은 이들과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멋스러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의 레시피들은 두말할 필요 없이 정확하고 쉽고 맛있으며 개성이 넘친다. 읽는 것만으로 그들의 따뜻한 테이블에 직접 초대받은 기분이다.


하시시 박 (포토그래퍼)

: 요리는 사진과 닮았다. 사진을 보면 찍은 이의 시선을 맛볼 수 있듯 어떤 음식을 함께 나누면 그 요리를 만든 사람의 품성을 느낄 수 있다. 멋질 정도로 단순하고 느린 레시피를 공유했던 이 시간은 타인의 접시뿐 아니라 그들의 삶을 엿본 순간이었다.


하이디 스완슨 ([Super Natural Every Day] 저자)

: 심플하고 영감을 주는 레시피들……. 네이선과 킨포크 팀은 잘 알고 있다. 식탁에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눌 때 우리 안에 가장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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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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