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리로랑생, 그 감정의 색_ 전시 마리로랑생展

마리로랑생의 인생을 따라서
글 입력 2017.12.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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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로랑생의 전시가, 지금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어요. 왠지 리뷰글은 어떻게 써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마리로랑생의 전시 리뷰는 이렇게 적고 싶어요. 그녀의 그림이 제게 주었던 느낌처럼, 섬세하고 유려하게, 그리고 아름답게요.

 그녀의 삶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 좋아요. 벌써 그곳엔 당신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둔걸요. 유명하긴 하지만, 우리와는 조금 떨어져있는 '마리로랑생'이라는 화가에 대해, 예술의전당이 미리 당신이 알기 쉽도록 친절하게 적어놓았어요. 그녀에 대한 누군가의 말들과, 그녀가 살다간 시간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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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전, 그러니까 12월 22일에 당신이 다녀가기 전에, 제가 먼저 그곳으로 걸음했어요. 그 곳에서 제가 느낀 것들을 남겨놓을게요. 나중에 읽어보기 위해서, 그리고 아직 다녀오지 않은 당신을 위해서요.

 먼저, 날이 많이 추웠어요. 손이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요. 그날은 그랬어요. 하지만, 그 곳에 들어간 순간부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마리로랑생의 그림은 웜톤이었나봐요. 예쁘고 따뜻해지고 왠지 몽실해지는 그런 색들이 그곳에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지 않았어요. 미리 마리로랑생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었고, 그 배경이나 이야기보다는 그림이 주는 감동과 무언가를 그냥 혼자 느끼고 싶었거든요. 후회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설명을 듣는 것을 추천드려요.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님께서 낙낙한 목소리로 해주시는 설명을 들을 수 있어요. 가격은 3000원이랍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느끼고 온 것들을 말해볼게요. 너무 작고 작은 사람의 소견이지만, 당신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1. 점점 발전하는,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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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어요. 마리 로랑생의 일생을 담아놓아서 그런 걸까요? 전시관을 하나하나 지나는 동안 마리로랑생의 그림은 점점 발전하고, 색은 더 아름다워지고, 더 성숙해지고, 깊어졌어요. 그 발전의 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름답다는 건 뭘까요. 음, 일단 균형이 있고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 것 그게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야수파와 입체파 사이에서 꽃피운 마리로랑생의 그림들은 아름다웠어요. 마리로랑생이 미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싶어했는 진 모르겠지만, 그녀의 작품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마리로랑생의 그림과 그 곳에 쓰인 색채는 기분좋은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전시의 이름이 '색채의 황홀'이었을까요. 추운 겨울날, 그녀의 그림은 따뜻하고 꽤 좋은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2. 모호함 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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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그림은 참 모호합니다. 경계가 흐리고 어디가 얼굴의 시작이고, 어디가 배경의 끝인지 알 수 없어요. 아마 빼어나게 작품의 부분 뿐이 구분되던, 입체파와 야수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랬나봐요. 마리 로랑생에게, 세탁선의 야수파 입체파 남성 화가들은 동료이기도 했지만, 극복해야할 누군가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녀의 모호함은, 주변의 뚜렷함과 구분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만약, 아주 만약에 그 벨 에포크시대에 유행했던 것이 '모호함'이었다면, 그녀는 뚜렷한 그림을 그렸을까요. 조금 안타깝기도 해요. 마리 로랑생이 여성 화가의 입장으로 받아왔을 무시와 경계에서의 불편들이요.

 아참, 그 중에서도 마리로랑생이 가장 눈에 띄게 그렸던 것은, '눈'이었던 것같아요. 가장 짙고 확실한 색으로 그려져 있었어요. 그녀에게 '눈'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인물의 감정이 표현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는 창? 모호한 모든 것들 중에, 가장 확실하게 표현했으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던 건 확실해요. 재미있었던 건, 그 모든 그림속의 눈이 그녀의 눈과 닮아있었다는 거에요. 아마, 그녀의 그림속의 인물들은 모두 그녀의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몰라요.



3. 친절했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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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로랑생의 우리나라에서의 첫 전시이기도 하니, 전시의 많은 부분에 신경쓴 것이 눈에 띄었어요. 먼저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전시회의 분위기였어요. 전시장은 각각 마리로랑생의 일생의 순서에 맞게 꾸며져 있었고, 그 벽의 색은 당시 그녀의 그림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것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벽만 보아도, 당시의 그녀의 그림이 어떤 빛깔인지를 알 수 있게요. 친절했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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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가장 감명깊었던 건, 그녀의 시를 직접 필사해볼 수 있었다는 것. 그게 좋았어요. 그리고 그 시가 너무 예뻤어요. 작게나마 이곳에 실어 둘게요. 그녀의 감정을, 그림이 아니라 글로 느껴주세요. 마리로랑생의 무언가를 그냥 보고 취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쓰고 음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4. 아쉬웠던 점


 아쉬웠던 건, 마리 로랑생의 위대함을 말하기위해 '예술의전당'이 사용했던 표현들이에요. 그녀의 그림은 그냥 육안으로 보아도, 대단하고 위대한 것들이었는데. 굳이 누군가의 뮤즈, 어떤 사람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어야할까요.  물론 누군가의 뮤즈가 되고 대단한 디자이너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멋지고 눈길이 가는 이야기지만, 그것보다 마리로랑생의 그림과 색채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분명 그녀의 그림은 그자체로 대단했어요. 미술사에서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사람답게요. 다음부터는, 마리로랑생의 이야기도 좋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작품들'에 대한 전시회의 말을 더 듣고 싶어요. 마리 로랑생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보다도, 그녀의 그림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대단한 것이었는지를요. 그게 그 위대한 화가를 위하고, 또 그녀가 좋아할 방법일 것같아요.



5. 마치며


 짧게 나마 마리로랑생의 전시회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았어요. 길고 긴 글이었네요. 하지만, 그곳에 다녀온 당신이나 다녀오지 않은 당신이나 이 글을 보고 마리 로랑생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그만큼 제 맘에 드는 한명의 화가였어요.

 이곳에 꼭 걸음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겐, 그저 그곳에서 느꼈던 '붓자국의 감동'을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요. 너무 많은 작품들이 이제는 사진으로, 컴퓨터로 볼 수 있게 된 세상이지만 그 붓자국과 갈라짐을 실물로 보는 것은 느낌이 꽤 다르고 벅차요. 마리로랑생이, 50년 동안 남기고간 이야기와 붓자국을 보러오세요. 무언가를 마주하게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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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그리고 꼭 기념샵을 들려주세요. 예쁜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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