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듬더듬, 하지만 불타는 눈으로, 바보사랑

글 입력 2017.12.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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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더듬더듬, 하지만 불타는 눈으로
바보사랑


지금까지 부정해왔지만, 필자는 합리성을 추구한다. 필자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단순히 '설명되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편안하다. 반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부담스럽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폭발하는 기대와 사랑은 오류를 유발하고, 지금까지 그렇듯 평소처럼 넘겨 버리기에는 현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질병과 닮았다. 이런 특성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 사회에는 사랑을 꿈꾸기에는 너무 많은 빌딩과 사람들이 세워졌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독특한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주인공들은 '코미디' 같은 비일상을 영위한다. 웃음은 의외성에서 유발된다.

'로맨틱'이 코미디일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 그 주체에게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어떤 기준에서 벗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에는 엉성함과 비합리성이 잔뜩 녹아들어 있다. 그 모든 행동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극은 늘 떠들썩하고 즐거워 보이지만, 막이 내린 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광기나 집착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우리가 꾸준히 '로맨틱 코미디'를 찾는다는 것은 참 재밌는 일이다. 그 엉성한 광기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안에도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의식과 이성으로 무장한 우리의 마음엔 폭풍이 있다. 그 형태와 과정은 제각각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없다. 사랑은 멍청함과 엉성함 속에서도 "누군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라는, 한가지 진리를 깨닫게 한다. 그런 시점으로 봤을 때, 현대사회에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아직도 유행하는 것은 단순히 가볍다는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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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시나리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뮤지컬 <바보사랑>의 주인공 진우는 인테리어 업자다. 그는 일할 때마다 듣는 라디오 DJ한나에 호감을 느끼고 있다. DJ 한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울던 자신을 위로하던 남자를 아직 못 잊고 고향으로 간다. 한나의 집을 진우가 공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같은 고향 출신이고, 그때 위로해주었던 남자는 진우였다.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빠져 들어간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지만, 진우는 한나의 아버지가 낸 교통사고로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결혼 전 그는 결국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는다. 진우는 한나가 곁에 있으면 상처만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밀어내지만, 한나는 진우에게 계속 함께하자고 애원한다.

필자는 이 뮤지컬을 관통하는 이미지가 진우의 사연이라고 생각한다. 진우는 한나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이런 사연을 보낸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도 더듬게 돼요.". 그 말처럼 뮤지컬 <바보사랑>도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이야기 구조가 전개된다. 하지만 그런데도 필자에게 <바보사랑>은 큰 인상을 남겨주었다. 필자는 <바보사랑>을 온몸에서 열정을 뿜어내는 배우들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4명의 연기자는 적은 인원으로 작은 무대를 끊임없이 뛰어다니면서 노래한다. 그 생동감과 열정은 극에 그대로 녹아들어 그 뻔하디뻔한 이야기와 구조를 재탄생시켰다. 진우가 더듬더듬 한나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그 눈에 열정이 불타올랐던 것 처럼 뮤지컬 <바보사랑>도 사랑의 본 의미가 잘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그들의 사랑은 희생적이기 때문에 '바보'인 것처럼 보인다. 사실 주변에 주인공과 같은 선택을 결심하고 있다면 누구든 기를 쓰고 말릴 것이다. 이야기가 엉성해 보이는 이유는 사랑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고, 그들의 사랑이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엉성함 속에서 진리가 있다. 주인공들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함께 살자고 결심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말만큼 바보 같고 엉성하지만, 또 그만큼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그 바보 같은 사랑 고백에 필자도 억울하게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친한 친구가 유럽에서 로뎅의 <키스>를 보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랑은 찰나지만, 그 찰나는 영원하다. 그들의 사랑도 현실 속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 순간은 기억 속에 박혀 영원히 빛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보사랑>은 사랑할수 밖에 없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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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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