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독을 즐기는 그녀, 마리 로랑생.

글 입력 2017.12.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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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면 분홍, 파랑의 파스텔 톤과 일정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된 회색톤이 만들어내는 컬러감의 조화에 일단 빠져 든다. 전시장 벽면 색 역시 마리로랑생이 작품에 사용한 색들이였고, 이는 작품의 미묘하고 섬세한 색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들만 관람했을 때는 그저 아름다운 색감의 향연이였다.
    

고독은 하나의 왕국입니다.

-1948.1 비망록 中

 
하지만, 전시장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그녀의 비망록 중 몇 개의 문장들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감 뒤에 감춰져 있는 그녀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그녀의 세계를 작품으로써 읽어주는 듯 했다. 뚜렷하지 않은 선 처리와 일관되지 않은 채도로 색채된 작품들은, 공사가 다망하여 바람 잘 날 없던 그녀의 인생사가 투사된 것처럼 보였다. 특히 그녀의 작품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작품 속 여성들과 동물이 꽤 가깝게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쓸쓸함이 그 동물들로 하여금 보듬어지길 바랐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세명의 젊은 여인들, 1953년경, 캔버스에 유채, 97.3x131, Musee Marie Laurencin.jpg
세명의 젊은 여인들, 1953년경
캔버스에 유채, 97.3x131, Musee Marie Laurencin


부드럽고도 독창적인 색감의 조화가 다가 아니였던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던 순간은 그녀의 깊은 내면을 읽는 그 순간이였다. ‘고독이 하나의 왕국’이라던 그녀의 말처럼, 쓸쓸함과 외로움에 압도당하지 않고 되려 그것들을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었던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더욱이 그 작품들은 어느 화파에 속하지도, 영향을 받지도 않았던 그녀만의 것이였다니, 그녀는 고독함을 즐길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샤를 델마스 부인의 초상, 1938, 캔버스에 유채, 100x73, Musee Marie Laurencin.jpg
샤를 델마스 부인의 초상, 1938
캔버스에 유채, 100x73, Musee Marie Laurencin
 

사랑도, 연애도, 그녀는 모두 열정적이였다. 흔히 열정하면 떠오르는 색은 빨강이라고들 하지만, 그녀는 섬세하고 미묘한 파스텔 색감으로도 그녀의 직관을 담아 충분히 열정을 표현해내었다. 고통스러운 시대적 배경과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뮤즈’에서 ‘예술가의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외유내강의 단단함이 아마 이것 또한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닐까. 그녀는 과연 존경받을 만한 예술가이다.


[류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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