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탄생한 창조성, 불후의 명작
글 입력 2017.12.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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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탄생한 창조성불후의 명작한국의 '명작'들은 외국 '명작'들보다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외국의 명작은 우리와 매우 친숙하다. 편의점을 방문할 때마다 보는 담배 광고판에 박혀있는 고흐의 얼굴이 그 친숙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예술가의 작품과 이야기는 소수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분명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이 나라에도 피카소 같은 진취적인 실험이, 샤갈 같은 낭만적 추상이, 고갱같은 다소 도취 적인 열정이 녹아든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런 작품을 쉽게 떠올리지 못할까? 대안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수많은 원인을 떠올리는 것은 쉬운 법이다.한국이라는 나라가 '예술' 자체가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기에는 다소 부족한 구조를 갖췄기 때문일 수 있고, 아직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서구중심주의나 자본주의적 경향 때문일 수 있고, 소수의 예술가만이 살아남는 국내 예술계의 구조 때문일 수 있다. 필자가 써 내려간 여러 원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요소가 대중과 한국의 예술의 간의 어색한 거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었건 많은 사람이 '예술'이라는 단어에서 토속적인 것들보다 서구적인 것들을 떠올린다. 그건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예술 애호가를 자청하고, 꽤 많은 책의 행간과 전시회를 쏘다녔지만, 이번 전시회에 이름을 올린 7명 중 실제 작품을 본 작가는 4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익숙했던 '고갱, 고흐, 피카소'가 아닌 '김기창,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천경자'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미술의 저력은 전통에 있다.’는 서울미술관의 이념 아래,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까지 시대의 고난을 그림을 통해 극복했던 근현대화가 7인을 선정했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작가의 개성과 삶과 섞여 하나의 독특한 작품으로 탄생한다. 따라서 《불후의 명작; The Masterpiece》가 더욱 특별한 것은 애국주의와 같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이라는 독특한 역사 속에서 탄생할 수 있는 창조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천경자, 초원II, 1973, 종이에 채색, 104x12개인적으로 기대하는 작가는 천경자와 김기창이다. 천경자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던 전시회는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전 이었다. 작가의 타계 소식 이후로 열린 전시회였지만, 처음 방문했을 때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다만 독특한 감성과 캔버스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생명력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소용돌이쳤다. 천경자 작가가 그려낸 자신의 모습은 단순한 실존 그 이상이었다. 그녀가 그려낸 여인들과 수많은 생명은 아직도 다양한 색감으로 남아있다. 미인도 위작 사건과 같은 씁쓸한 일도 있었지만, 그녀는 필자한테 아직 특별한 이름으로 남아있다.특히 이번에 서울미술관 소장 이래 최초 공개되는 천경자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작가의 뜨거운 예술혼이 화폭에 가득 넘치는 걸작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의 인생 속 아픔과 고난, 그리고 예술을 통해 얻은 자유까지 실로 다양한 예술적 감흥을 느끼게 할 것이다. 천경자의 작품은 왠지 강석경의 <숲속의 방>에서 읽은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 구절이란 아래와 같다. "여기는 꿈이 아니야. 날개는 없고 몸뚱이만 있는 척박한 땅이야. 새가 아니고 나비가 아니고 땅을 전신으로 문지르고 다니는 뱀이야 날개는 환각이야. 깨어지면 아프고 괴롭고 추한 몸뚱이야. 생업을 위해 싸우는 이 세계가 진공 속의 풍경처럼 소원하다. 구호는 눈부시지만 나를 거부해. 나는 섬이야 어디와도 닿지 않는 함정 같은 섬이야" 소설의 맥락과 상관없이 그녀의 작품은 어느 날 필자가 메모해뒀던 책의 구절을 닮았다. 왠지 필자한테는 그녀 작품에는 고독과 눈물을 통해서만 그려낼 수 있는 아름다운 환상과 환희가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천경자 작가의 작품은 유난히 잊히지 않는 구석이 있다.김기창, 예수의 생애 연작 20-최후의 만찬부끄럽게 고백하자면, 필자는 김기창이라는 작가를 잘 알지 못했다. 이번 프리뷰를 위해 알아본 결과, 김기창 작가는 현재 만 원권 지폐 속 세종대왕의 어진을 상상으로 그려낸 장본인이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은 일곱 살이 되던 해, 심한 열병으로 청각을 잃는 비극을 맞았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불운은 어린 운보와 그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지만, 타고난 예술적 재능은 장애와 불운을 넘어서기에 충분했다. 침묵과 정적의 세계에서 운보가 느껴야 했던 내면적 고뇌는 오히려 그의 예술적 감성을 풍부하게 했다. 이런 특별한 과거를 가진 그이기에, 이번에 선보이는 <예수의 생애>는 더욱 주목할 만 하다.이번 전시회에서 종교개혁 500주년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의 생애를 한국인의 모습으로 탄생시킨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1952-53) 30점 전작 소개된다. 필자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종교가 가져다주는 구원과 초월성에 큰 관심이 있다. 김기창이 그려낸 예수의 생애는 샤갈이 성서의 내용을 그려낸 것을 떠올리게 한다. 공교롭게도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하나가 샤갈이고, 그의 작품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도 성서 내용의 연작이다. 그의 특별한 생애에서 종교와 예술은 더 강한 빛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김기창 작가는 한국화의 아버지로서 예수의 발자취를 그려나간다. 그가 그려낸 작품들은 장애의 극복이자 자기구원의 흔적이라 볼 수 있다. 그만의 독창적 표현은 기독교 미술사에서 큰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 관람객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프리뷰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가 두 명을 소개했지만, 사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들 모두가 한국의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을 본 적 있다면 그 섬세한 표현을 다시 한번 만나볼 기회가 될 것이고, 보지 못했다면 확인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교육이 진행 중이니 한 번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불후의 명작; The Masterpiece》展2017. 12. 8(금) - 2018. 6. 10(일)서울미술관 제 3 전시실김기창, 김환기, 도상봉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천경자서울미술관관람일 | 화요일~일요일휴관일 | 월요일전시장 관람시간 | 10:30 – 18:30(전시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석파정 관람시간 | 10:30 – 17:30(전시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성인 | 9,000원대학생 | 7,000원 (학생증 지참)학생(초/중/고) | 5,000원 (학생증 지참)미취학 아동(3-7세) | 3,000원우대 | 7,000원*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장애인 복지법에 의한장애인 및 장애 3급 이상 장애인의 동반자단체관람 | 20인 이상 20% 할인단체관람예약 | 02-395-0100<문화가 있는 날> 관람요금성인 | 4,500원대학생 | 3,500원 (학생증 지참)학생(초/중/고) | 2,500원 (학생증 지참)미취학 아동(3-7세) | 1,500원* <문화가 있는 날> 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진행됩니다.* 단체/우대 등 기타 중복 할인은 없습니다.[손진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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