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도를 노래하다, 라 메르 에 릴 연주회 [공연]

라 메르 에 릴 제 11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17.11.3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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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메르에릴 연주회 포스터.jpg
 


Prologue.


과거 독도에 다녀왔던 경험을 프리뷰에 덧붙여 말하자면, 그 날의 독도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바닥이 보이는 맑은 물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늘어선 돌섬들. 당시 일본 총리가 독도를 방문한다는 소식 때문에 울릉도와 독도에는 그들의 방문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있었지만, 서로 다른 그 풍경이 이질적이고도 상반되어 보였던 까닭인지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때의 아름다웠던 독도를 잠시 소중한 기억에서 꺼내어 음악으로 반갑게 마주하고 왔다.
 

 
자연을 노래하다


독도를 주제로 한 공연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독도의 자연을 노래한 것으로는 우미현 작곡가의 ‘빛, 그림자 그리고 독도’, 독도의 상징성과 이에 대한 마음을 담은 ‘독도랩소디’. 다른 곡들도 이번 연주회를 위해 조금씩 화성이나 편성이 바뀌었으나 독도를 중심으로 두고 쓰인 이 두 곡에 대해서 더 중점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독도의 자연에 관한 노래였던 ‘빛, 그림자 그리고 독도’는 곡의 내용만을 두고 보았을 때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룻,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와 해금의 5중주로 연주된 이 곡에서는 악기가 가진 각자의 소리로 독도의 풍경을 세심하게 묘사하려는 노력이 묻어났다. 음계를 많이 오가지 않고 조심스럽게, 빛에 반사되는 바닷물과 그 위로 찰랑이는 독도의 실루엣을 노래했다. 햇빛이 잘게 부서지는 듯 하다가도 다가오는 파도에 한번 크게 휩쓸리고 다시 잔잔해지기를 반복하는 음악이, 독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평화를 지키는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자연물이라고 혹자는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독도는 지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위치에서 여러 국가로부터 많은 위협을 받아왔다. 오랜 역사 동안 그 자리를 오롯이 지키며 서 있는 독도는 어쩌면 그렇게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빛을 아름답게 반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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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노래하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독도는 계속해서 위협을 여러 차례 받았고, 어느 새 우리나라 국민들의 애국심을 한몸에 받는 중요한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내야 할 대상일 뿐만 아니라, 독도 또한 동해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독도 랩소디’에는 이러한 마음이 잘 담겨있다. 하늘과 바다를 지켜준다는 만파식적-대금에 민요의 선율을 얹어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 플롯과 함께 연주되었던 독도 랩소디.
 
강하게 바람이 몰아치고 다시 잔잔해지는 바람의 흐름과 파도의 세기를 표현한 대금의 독특한 소리와 이를 선율로 풀어내는 네 악기는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며 독도 안의 만파식적을 노래했다. 독도가 지켜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과 만파식적으로 상징된 숱한 노력들이 부서지지 않고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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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노래하다


독도에 관한 역사는 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영토였음을 계속해서 증명해주고 있지만, 일제강점 이후 독도는 그 정체성을 오인받고 있다. 그러나 독도에는 우리나라 동쪽 영토의 시작이라는 기념비가 놓여 있다. 형체는 작은 돌섬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영토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된다는 희망적인 글로 독도가 가진 영토적 중요성과 정치적 중요성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독도를 두고 영토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독도를 다시 음악으로나마 마주할 수 있어 반가운 시간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사적인 기억을 꺼내어 추억한 소중한 시간이었고, 더 나아가서는 독도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으로도 제고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문제와 해결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일이라면 예술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계속해서 독도를 생각하고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생소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도를 떠올리며 창작해낸 마음이 담긴 음악과 사람이 모여, 독도의 자연과 사랑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에 한껏 행복해졌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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