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레의 매력' - 백조의 호수(마린스키 발레단)

글 입력 2017.11.20 22:0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마린스키 발레단]
백조의 호수
Лебединое озеро


2017-10-03 23;14;22.jpg
 


마린스키 발레단과 백조의 호수


 지난 11월 11일 토요일.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또 한번 특별한 공연을 향유할 수 있었다. 미디어 속에서나 보고 들을 수 있었던, '백조의 호수'였다.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을 위해 발레의 본고장 러시아에서도 최고 발레단으로 꼽히는 마린스키 발레단이 직접 찾아왔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음악으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며, 이 작품의 정통성을 가진 발레단의 무용수들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은 클래식 발레를 처음으로 접해보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이번 공연을 성사시킨 기획사의 김진용 대표는 고강도의 신체 훈련과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은 극장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며 러시아 발레단에서 느낄 수 있는 상체 테크닉을 주요 포인트로 꼽았고, 백조가 깃털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목을 둥글게 돌리는 움직임, 접혀있는 날개처럼 양쪽으로 팔을 굽히는 동작, 날갯짓하는 가슴, 날개 끝이 파르르 떨리는 섬세한 움직임, 다리의 물방울을 톡톡 털어내는 모습 등 새의 동작을 표현한 움직임들을 유의 깊게 보기를 추천하기도 하였다.

 

Review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이 도착하여 백조의 호수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학창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백조의 호수 내용을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떠올려보니 가물가물했다. 그래도 왕자 지그프리트, 백조 오데트, 마법사 로트바르트, 흑조 오딜이라는 주요 인물 4명은 금방 떠올리고 공연을 볼 수 있었다.


1장

 많은 이들의 기대감 만큼이나 큰 박수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백조의 호수는 이번 공연에서 크게 4장으로 나뉘었는데, 1장은 지그프리트 왕자의 생일이 배경이었다. 궁전에 왕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춤을 추고 즐기며 기념일을 즐긴다. 많은 이들이 즐기는 축제였던 만큼 화려한 의상과 장식들이 눈에 띄었고, 왕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어진 끊임없는 군무들과 그 움직임이 생동감 있었다. 그저 차분하고 우아할 것 같았던 발레가 오히려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다.

 이 자리에서 여왕은 지그프리트 왕자에게 생일 파티에 온 여인들 중에서 신부를 결정하라고 권유하지만, 왕자는 선뜻 정하지 못한다. 결국 그대로 축제가 끝나고, 우연히 하얀 백조 무리를 발견한 왕자는 선물로 받은 석궁을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마린스키 발레단6.jpg
 

2장

 숲 속에서 시작된 2장에서는 백조를 쫓아온 왕자가 호숫가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는 오데트를 발견한다. 오데트를 포함한 백조 무리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의 마법에 걸려 밤에만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지그프리트 왕자는 백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오데트의 마법을 풀어주고자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무엇보다 2장에서부터 시작된 백조들의 춤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우아한 백조들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그 몸짓만으로 공연을 이끌어 나가는 발레의 매력을 엿볼 수도 있었다. 새하얀 백조들의 춤은 그야말로 아름다웠고 사랑을 맹세한다는 로맨틱한 감정선과 겹쳐져 더욱 우아하게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수십 마리의 백조들이 동시에 춤을 출 때는 마치 무리 지어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특히 네 마리의 백조가 손을 잡고 나와 발끝과 시선만으로 백조의 몸짓을 구현할 때는 그 표현이 창의적이고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린스키 발레단3.jpg
 

3장

 다시 궁전으로 그 배경을 옮겨서 3장이 시작된다.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공주들 중에서 신부를 선택하라고 하지만 이미 왕자는 오데트와의 맹세를 했고, 그녀만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공주들 사이에서 억지로 춤을 추는 듯한 그의 몸짓에서 머릿속에는 오직 오데트 뿐임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때, 흑조 오딜이 등장하는데, 이는 백조의 호수에서도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2장까지 우아하고 순수함을 연기하던 백조가 강렬하고 치명적인 오딜로 바뀌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오딜이 등장하는 순간 오데트와 오딜을 연기하는 발레리나에 집중하여 그 연기와 몸짓의 차이를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오데트와 오딜을 연기하는 배우가 같은 발레리나라는 사실을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그 캐릭터에 빠지기도 한다. 흑조 오딜이 선보이는 32번의 회전은 클래식 발레에서 발레리나의 최고 난이도 테크닉으로 꼽히기도 한다.

 웅장한 트럼펫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흑조 오딜은 마법사 로트바르트의 딸인데, 그가 마법으로 오데트와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킨 것이었다. 이에 속은 왕자는 오딜과 춤을 추고, 꽃을 전달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이때, 창밖으로 비친 오데트의 모습을 발견한 왕자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오데트를 쫓아 다시 숲으로 달려간다.


Swan Lake by G Shishkin Soloists -  세르게이, 이리나.jpg
 

4장

 눈이 부신 백조들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4장에서는 첫 장면부터 넋 놓고 보다가 그 하얀 아름다움에 와-하고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호숫가로 달려온 지그프리트 왕자가 다시 오데트를 마주한다. 마법사 로트바르트는 다시 검은 백조를 소환하여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 하지만 왕자는 더 이상 당하지 않고 이겨낸다. 백조와 흑조가 오고 가는 장면은 색의 대조만큼이나 장관을 이루기도 하였으며, 왕자가 마법사를 물리칠 때 느껴지는 감정은 내가 그 공연에 얼마나 집중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백조의 호수라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접하고 느낀 점이 많았다. 배우들의 몸짓에 집중하면서 그들이 무슨 말을 전하려 하는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 느껴보는 재미가 있었고, 어떤 대사도 없이 그저 몸짓으로만 하나의 극을 완벽하고 참신하게 끌어나갈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특히 백조의 호수는 그 스토리나 구성 자체가 발레로 표현하기에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백조의 우아한 움직임과 흑조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라던지, 왕자와 오데트가 사랑을 맹세하는 모습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발레에 관해서는 정말 초보자의 관점에서 백조의 호수라는 공연을 집중해서 관람했던 만큼 발레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 느껴볼 수 있어서 아주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선인수.jpg
 

[선인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