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잊었던 땅의 기억, 한국의 진경 - 독도와 울릉도

글 입력 2017.11.1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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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개요

ㅇ 전시명 : 「한국의 진경-독도와 울릉도」
ㅇ 기간 : 11월 29일(수) ~ 12월 17일(일)
ㅇ 장소 :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1,2,3관
ㅇ 개막식 : 2017년 11월 29일(수) 오후 5시
ㅇ 주최 : (사)라메르에릴
ㅇ 미술감독 : 김선두(중앙대 교수)
ㅇ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동아일보
ㅇ 미디어 후원 : KBS N, 네오룩, 에이루트
ㅇ 협찬 : 파버 카스텔
 


[PREVIEW]
잊었던 땅의 기억, 한국의 진경- 독도 울릉도


한창 독도로 전국이 시끄러웠을 때 나는 정말 어린 꼬마였다. 그리고 나는 독도를 '마시께따'라는 농담으로 기억한다. 일본이 독도를 '다께시마'로 부른다는 사실에 근거한 저질 농담이었는데 나는 그게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다. 하여튼 키가 우리 집 식탁을 조금 넘던 시절의 나한테조차 독도는 나에게 '땅'이라기보다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고백하자면, 지금도 독도가 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독도의 영유권 논쟁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독도는 가슴 아픈 역사와 이익 관계에 따라 갈라져 버린 아픈 손가락이다. 나는 분명히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고, 꼬마 시절 부터 독도는 우리는 옛날부터 '독도는 우리 땅'이라 노래 불렀지만, 정작 독도가 전주와 경주처럼 우리가 겪고 직접 느낀 땅처럼 느끼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독도라는 땅에 대해 가진 지식에 비교해 경험이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김선두-독도-작은리조트 145x112cm 장지에분채 2017.jpg
김선두-독도-작은리조트
145x112cm 장지에분채 2017


우리가 어떤 것을 정말 우리의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경험에 있다. 앞서 말한 전주와 경주가 그토록 친근한 '우리 땅'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곳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에 잘 녹아 들어있기 때문이다. 독도를 정말 우리 땅으로 여기기 위해서는 그곳의 경험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고향에서 느낀 물줄기와 노란 햇살과 마찬가지로, 독도에서 느낀 물줄기의 부드러운 곡선과 독도의 검은 몸이 공유되어야 한다. 그 공유된 경험으로 독도가 그려지고, 어느날 떠올린 모습이 우리의 또 다른 고향이 될 수 있다면, 그곳을 우리는 우리의 땅이라고 한 번 더 다짐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의 진경-독도와 울릉도> 전시는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예전보다 독도에 대한 문제가 더욱흐려지고 있는 오늘날, 독도는 더욱더 '우리 땅'보다 '어떤 땅'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독도는 '한국의 진경'으로서 소개된다. 예술은 그 어떤 방법보다 주관적 경험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가장 뜨겁게 울린다. 일을 끝내고 소파에 누워 그려낸 한반도 구석구석의 고향의 모습처럼, 독도라는 우리의 또 다른 고향을 작품으로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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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_바람이 불어오는곳 Ⅲ
캔바스에 아크릴릭_116.7x80.3cm_2017


이번 전시가 기대를 기대하게 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해당 전시를 위해 사전답사를 간 작가들은 높은 파고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독도에서 이틀을 새었다고 한다. 이틀동안 독도라는 공간을 느끼고, 견딘(?) 이들이야 말로 독도의 경험을 잘 소개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이 이틀간 느낀 독도의 바람과 낮과 밤이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하다. 방문 전 공개된 여러 작품이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개인적으로 강경구 작가의 바람의 불어오는 곳이 가장 눈에 띄었다. <바람이 불어오는곳 Ⅲ>은 마티스의 원시적 색감과 조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색종이를 오려 붙인 듯한 색감과 강한 붓터치는, 바닷바람이 가득 찬 독도의 투명한 천장을 상상하게 한다. 모니터 너머로 느끼는 독도는 내가 숱하게 경험해왔던 독도와는 다른 모습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실제 만난 작품들이 또 어떤 울림으로 나에게 느껴질까 궁금해진다.


강석문_섬소년_ 173X142cm_수제한지에 먹, 채색_2017.jpg 
강석문_섬소년_ 173X142cm
수제한지에 먹, 채색_2017


자본주의라는 굴레 안에서 국내에서 많은 갤러리들이 소수의 아트스타를 배출하고 있다. 현대예술의 반항정신과 참신함은 어느새 충격과 같은 의미가 되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예술계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복잡한 상징으로 가득찬 시보다 하상욱 시인의 장난스러운 시가, 영화 한편 조차도 요약하고 해석까지 해주는 유투브가 성행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한국의 진경- 독도와 울릉도> 전시회는 퍽 심심한 전시회라고 볼 수 있다. 스펙터클함과 달콤짭짤한 재미를 직접 제공하지 않지만, 어릴적에 불렀던 노래에 색을 더할 좋은 기회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 다시 한번 불러보자, 대신 이번엔 텅 비어보였던 그 외로운 섬에 파란색과 초록색을 깊게 바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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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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