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백조의 호수를 통해 발레에 '입문'하다!

글 입력 2017.11.1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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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을 방문했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발레라는 단어는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 공연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발레와의 첫 만남에 대한 설렘과 함께, 한편으로는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머릿속을 떠돌고 있던 생각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무대를 채우고 있는 거대한 붉은 장막과 은은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는 샹들리에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나는 1층 정중앙에 앉아 이 모든 것을 보며 황홀감에 사로잡혔다. 곧 붉은 장막 뒤로 펼쳐질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백조의 호수는 프리뷰에서 보았던 것처럼, 왕자 지그프리드와 백조의 여왕 오데트의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공연은 어떠한 대사도 없이 오직 음악과 발레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줄거리를 미리 알고 가는 것이 내용 이해에 필수적이었다. 발레를 보는 내내 감탄했던 부분은 발레리나들의 몸짓이었다. 그들은 손끝, 발끝 하나까지 감정을 담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보통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보면 '선이 예쁘다'고 하는데, 선이 예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다면 꼭 발레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몸이 표현해낼 수 있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끝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발레리나들의 몸짓에서 어딘가 모르게 익숙함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가 떠올랐다. 섬세한 감정 연기와 손끝까지 살린 우아한 몸짓. 왜 그가 세계적인 선수였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된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많은 발레리나들이 백조를 표현하기 위해 일렬로 죽 늘어서서 멈춰있는 순간이었다. 부리를 표현한 손 하며, 꺾여있는 다리의 각도까지. 정말 그들이 백조인지, 백조가 그들인지. 백조의 호수 속 이야기처럼 사람이 백조로 변신한 것만 같았다.


Swan Lake by G Shishkin Soloists -  세르게이, 이리나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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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의 가장 큰 환호성을 받았던 인물은 단연 오데트와 오딜의 1인 2역을 했던 이리나 사포즈니코바였다. 이 사실을 모른 채 공연을 본다면 두 역할이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만큼 그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오데트의 역을 할 때는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몸짓으로 백조의 여왕다운 면모를 보였고, 마법사의 딸인 오딜의 역에서는 관능적인 눈빛과 활력이 넘치는 몸짓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지그프리드 왕자와 흑조, 광대역의 발레리노들 또한 강렬한 턴과 높은 점프를 보여주며 환호성을 자아냈다. 공연 전 보았던 사진들 중에 발레리노가 거의 날다시피 떠 있는 사진을 보고 신기해했었는데, 실제로 그만큼의 높이를 가볍게 뛰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평소 발레 하면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이 있다. 바로 토슈즈(toe shoes)다.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걸어 다니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며 무대 장치부터 소품, 의상 등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가장 먼저 시선이 갔던 것 역시 토슈즈였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사실은 발레리나들은 모두 토슈즈를 신고 있었지만, 발레리노들은 토슈즈를 신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토슈즈는 보통 포인트 슈즈라고 하며, '발끝으로 서는 동작'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발레 생성 초기, 여성 무용수들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춤이 아름답게 표현되도록 하기 위해 발끝으로 서는 동작을 했던 것이 전통으로 이어져 발레리나들이 토슈즈를 신게 된 것이다.

 발레리나 강수진 님은 몇 켤레의 토슈즈를 닳아 없애느냐가 그간의 연습량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말했다. 가끔 매체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리나들에 대해 소개할 때마다 그들의 '발'을 조명하는 이유기도 하다. 발레 중에는 발끝으로 서는 동작이 많다 보니, 오래 연습한 발레리나들의 발을 보면 상처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이번 공연에서도 높은 점프를 뛰었다가 착지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착지할 때는 바닥이 쿵 하고 울렸다. 그때마다 내 발이 다 찌릿찌릿한 느낌이었다. 많은 노력 끝에 그런 쉽지 않은 동작들을 가뿐히 소화해내게 되었겠지만, 화려한 모습 뒤에 숨겨진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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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며 또 한가지 집중했던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음악은 물 흐르듯 부드럽게 공연을 이끌다가, 때로는 애절한 선율로 무용수들의 몸짓과 함께 녹아들었고, 중요한 순간에는 천둥이 치듯 강렬한 사운드로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특히 메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백조의 호수'가 흘러나올 때면, 한층 더 작품에 깊게 몰입하게 됐다. 사실 오케스트라의 연주만 들어도 황홀했을 것 같은데, 훌륭한 연주와 함께 발레 공연까지 같이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느낌이었다. 발레와의 첫 만남이 클래식 발레의 대표작인 '백조의 호수'여서 좋았고, 이를 세계적인 수준의 마린스키 발레단을 통해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이제 발레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니, 조만간 다시 발레 공연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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