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억과 행복에 대하여.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

글 입력 2017.11.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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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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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유모차에 탄 아이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아이의 시선에 보이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아이는 금방이라도 아빠라는 단어를 말할 듯 옹알이를 하고 여자는 감격한 듯 남자에게 이것 좀 보라며 뒤돌아서 있는 남자를 부른다. 한참을 불러도 뒤돌다 보지 않던 남자는 돌아보며 괴이한 표정과 함께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영화의 주인공 폴이 악몽에서 깨어난다. 폴은 두 살에 부모님을 잃고 이모들이 운영하는 댄스 학원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살아간다.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은 폴은 말을 하지 않는다. 더불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생일 날 선물을 받을 때에도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그런 그에게도 미소를 지을 때가 있었다. 짧았지만 따뜻한 기억으로 남은 엄마의 사진을 볼 때 그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매일 밤 악몽으로 찾아오는 아빠에 대한 기억은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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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 똑같은 악몽을 꾸고 일어나 이모들의 댄스 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치고 좋아하는 빵을 사먹는 것이 전부였던 폴의 삶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마담 프루스트의 집에 우연히 방문하게 되면서 180도 바뀌게 된다. 집에 정원을 꾸리며 살아가는 마담프루스트는 폴에게 자신이 만든 특별한 차와 마들렌을 권한다. 순간 잠에 빠져 들게 되고 그가 기억하지 못했던 어렸을 적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 꽁꽁 감춰두었던 기억 속에서 폴은 자신을 향해 따뜻하게 웃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는 엄마를 보게 된다. 그리워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된 폴은 점차 생기를 찾게 된다. 무료했던 일상 속 마담프루스트를 찾아가 차와 마들렌을 먹고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는 것은 그 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던 과거를 마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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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오에 가까웠던 아빠에 대한 기억은 왜곡이었다. 폴의 아빠가 폭력적이고 거칠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폴이 잊지 않았던 일부의 기억일 뿐이었다. 차를 마시고 보게 된 기억 속 폴의 아빠는 폴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폴에게 사랑을 전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폴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복해하며 엄마 부분만 잘라 보관했던 부모님 사진을 다시 이어 붙인다. 이 후 그는 마지막으로 보게 된 기억에서 그의 부모님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된다. 벽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위층에 있던 피아노가 부모님과 폴이 있던 아래층으로 떨어지면서 부모님은 죽게 되고 폴은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한 폴은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줄곧 집에서 연주하던 피아노는 부모님을 죽게 만든 그 피아노였다.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고 자신도 알 수 없었던 상처를 치유해나간 폴은 이모들의 등살에 밀려 하게 되었던 피아노를 접었다. 그리고 즐거웠던 기억 속에서 보였던, 그리고 자신을 치유해준 마담프루스트가 즐겨 연주했던 우쿨렐레를 연주하게 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까지 낳게 된다. 과거의 아픔, 상처, 기억과 마주한 그는 그의 인생을 곪게 만들었던 상처를 행복한 기억으로써 치유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마담 프루스트는 차와 마들렌과 편지를 폴에게 남기고 가는데 그녀의 편지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 수도꼭지를 트는 것은 네 몫이란다." 라고. 그리고 폴은 그의 몫을 해냈다.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도 모두 그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힘차게 행복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기억만 갖고 살아갈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좋지 못한 기억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쁜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고 상처가 된다. 그 상처는 정도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야할 인생을 꽉 붙잡고 그 상처의 순간에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상처의 순간에서 살게 되면 하루하루가 고통일 것이다. 그래서 우린 상처였던 안 좋은 기억과 마주하고 그 기억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일부임을 받아들어야 한다. 기억으로부터 온 상처는 누군가 대신 치유해주기 어렵다. 나쁜 기억을 가라앉게 만들 행복의 호수를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해선 스스로 그 기억과 마주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기억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딱히 울만한 장면이 없음에도 나는 계속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나도 폴처럼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한참 힘들어했던 때가 있었다. 지나간 과거의 나쁜 기억이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에 폴의 아무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그 무표정이 너무 슬펐다. 현재 평안한 삶을 살더라도 과거의 기억에 온 삶이 매여 있으면 전혀 행복하지 않다. 그 기억의 족쇄를 풀고 나아가야지만 행복해 질 수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폴의 눈물과 미소가 하나하나 와 닿았다. 나쁜 기억으로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앞에 주어진 차와 마들렌을 먹을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





이미지출처: 네이버영화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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