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네 빛을 그리다展

자박자박 향기를 머금은 인상주의
글 입력 2017.10.2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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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와 예술가의 뮤즈

조금 들어가 전시 시작 한켠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모네의 생전 드로잉과 지베르니 정원을 만들어 둔 공간이 있다.

모네는 생전 "지베르니의 정원사"라고 불려도 모나지 않을 사람이였다고 한다. 그만큼 그가 얼마나 그 곳을 아끼고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모네 뿐 아니라 예술가에게 있어서 뮤즈란 떼어놓을 수 없는 꼬리표 같다. 평생 영감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예술에가에게 피사체가 되어줄 뮤즈란 당연히 필수불가결한 무엇인가도 같다. 그렇기에 모네가 다른 무언가도 아닌 무생물의 개념에 매료되어 사랑을 주었다는 점이 다르게 다가온다.

마치 히타피아가 수학과 결혼했다고 말을 했듯이 앤디 워홀이 작업에게 여인과 같은 애정을 느낀다고 말을 했듯이 나에게 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보다도 위의 저 둘의 애정은 무언가 순수하고 고결하게다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지베르니를 향한 모네의 사랑 역시 특별하게 다가와 (개인적으로) 모네 그림에 비교적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이였지만, 또 그 차이를 나름 즐기며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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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소리가 늑껴진다는 것


수련연작과 영혼의 뮤즈:그녀 카미유 파트에선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전시를 관람한 시기가 고등하교 체험학습 날과 겹쳤는지 꽤나 많은 학생들이 관람객들을 위해 곳곳에 준비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느라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었는데 수련연작 코너만이 고요했다. 아마 텅 빈 공간을 천장까지 미디어 작업으로 가득 채운 공간이라 포토존이 별도로 없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원체 모네의 색감, 특히 푸른 색을 쓸 때의 변화를 좋아해서 천천히 둘러보고 공간에서 발을 때는 순간 유독 평범했던 바닥이 딱딱하게 다가왔다. 뒤돌아보니 그제서야 수련연작의 바닥까지 뒤덮인 인조잔디를 볼 수 있었다. 아무런 감촉을 느끼지 못했지만, 바닥의 잔디들은 내 발바닥을 보듬으며 조금이라도 더 아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감각을 북돋아주곤 본인들을 죽여가고 있었다. 조금 오버한 비유일 수도 있나 싶지만, 아주 찰나 나는 그정도까지 느껴 감동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다.

마찮가지로 카미유를 그린 공간 역시 대형 조각품과 함께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관람자 입장에서 좌측 대형프린트에선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화면부터 대형장미까지 확실히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녀(카미유)를 상징할 수 있을 이미지가 부드럽게 반복된다. 단순 상영에서 그치지 않고 대형 조각품의 치마에가지 그 그림자가 스며들어 마치 카미유가 매 순간 옷이라도 갈아입는 것만 같다. 간단한 원리인데도 그저 까르르 웃던 사이좋은 중년부부가 아직도 생각난다. <산책>의 주인공이 그 중년부부로 바뀌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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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머금은 인상주의

전시 마지막, 굿즈샵까지 지나치고 나서야 작게 큐브 전시관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너무 구석에 위치한 나머지 대부분의 관객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이곳에서 나는 제일 오래 머물렀다. 네 벽면에 다소 진부할지 몰라도 요즘 복잡한 맘을 다스리지 못하는 내게 필요한 문장들이 적혀있고, 푸른 어둔 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규칙적인 템포로 반복한다. 꼭 편히 숨쉬는 그것과도 같아서 내 숨도 저절로 부드러워졌다. 공간 이미지 역시 단상  위에 꽃이 설치되어 있을 뿐인, 비교적 관객이 자유롭게 의미부여 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다가왔던 것 같다.

공간 이외에도 큐브 전시관 옆에 작게 쓰여진 세계의 축소판<인상의 향기>란 문구가 기억에 남았다. 개인적으로 전시관 자체가 주는 감각의 힘을 느껴본 경험이 잦아 그런지 큐레이팅을 중요시 여기는데 그래서 작가가 사전에 작업의 일환으로 공간구성까지 손을 댄 작품을 선호한다. 이유없는 호감은 없다고 내가 왜 그렇게 인상파라는 단어에 막무가내로 호의적이였는지 여기서 약간의 힌트를 얻고 갈 수 있었다. 모네가 정의한 실재하는 대상의 재구성, 재현이 아닌 예술가의 주관적인 당시의 표현으로서의 예술이 환호받을 수 있다는 역사적 증거는 나를 안심시켜주기도 하고 응원해 주기도 했다.

모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인상파의 그림을 아끼는 사람들도, 혹은 그림을 접하고 싶지만 마냥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 가족단위의 체험공간이 함께 준비되어야 하는 사람들까지 편히 와서 즐기고 갈 수 있는 전시였다.


[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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