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욕망은 누군가의 한이 되어, 연극 '라빠르트망'

글 입력 2017.10.25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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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감독 연출의 연극 [라빠르트망]은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의 원작을 토대로 각색한 연극이다. 영화 [라빠르망]은 미국에서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필자는 세 작품 모두 접하였는데, 각기 다른 결말을 지닌 세 작품은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안내 브로셔에 씌여있던 고선웅 감독의 기획의도는


[라빠르트망]은 내가 사랑할 때, 나를 사랑했던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어긋나는 이 시대의 복잡한 사랑의 의미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 되짚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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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빠르트망]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연출은 효과적인 장면 전환이다. [라빠르트망]은 단 한순간도 막을 나누지 않은 채 쉼 없이 120분을 달린다. 보통 연극에서는 장면 전환이나 무대 설치 변경을 위해 막을 나누는데, 너무 잦은 장면 전환은 관객의 몰입도를 저하 시킨다. [라빠르트망]은 무대 위의 회전 장치와 스크린 막을 활용함으로써 시공간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연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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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G 아트센터


프랑스 원작 [라빠르망]과 미국 리메이크작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에서는 현재의 막스(미국판에서는 매튜)의 시점에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교차 편집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하면, 한국 연극 [라빠르트망]은 막스의 시점보다는 알리스의 시점에서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순차적 시간 구성을 따른다. 따라서 앞선 두 영화가 가지고 있던 반전 스릴러 요소들은 사라지고, 알리스의 거짓말이 언제쯤 들통날까 하는 조마조마함과 절절한 그녀의 내면 심리 묘사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된다. 기존 원작 영화의 스토리 구성이 복잡한데, 연극으로 풀어나가기에 한층 매끄러워진 것 같다. 다만 알리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극에서 가장 감정 기복이 심한 인물인 막스의 감정 라인이 다소 가려졌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는 막스가 일본 출장 전 미팅을 가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미팅을 가지기 앞서 약혼 반지를 고르는 장면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막스라는 인물에 대해 얼핏 엿볼 수 있다. 보석 가게에는 세 종류의 반지가 있고, 막스는 세 반지 모두 아름답다며 모두 구매하고 싶다고 한다. 보석 가게 주인은 단 하나의 반지만 골라야 한다며 그를 타이르고,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막스는 나중에 다시 들르겠다며 보석 가게를 나간다. 이는 세 여자 중에서 고민하는 그의 모습, 결국 세 여자와 모두 사랑을 이뤄내지 못한 그의 마지막 결말을 나타내는 복선이지 아니었나 싶다.

세 여자는 각각 아름다운 환상, 현실적 안정, 맹목적 사랑을 대표한다. 현실적 안정 속에서 살아가던 막스는 아름다운 환상에 잠시 흔들리게 된다. 아름다움을 쫓던 중, 말그대로 자신에게 '미친' 여자를 만나게 된다. 현실을 뒤로 한 채, 아름다운 환상과 맹목적 사랑 중에 고민하던 막스는 맹목적 사랑을 선택하는 듯 하지만, 결국 현실을 선택한다.

극 중간 전지전능해 보이는 신비로운 영감이 나타나, "한(恨)은 계속 되풀이 되는 것이라니" 라고 수없이 외쳐 댄다. 거짓말로 자신을 위장하며 남의 사랑을 탐하던 알리스,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던 막스. 자신의 욕망이 다른 누군가의 한(恨)이 되고, 이는 결국 자신에게로 한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한 그들. 잠시 욕망의 꽃을 피웠으나, 대가를 치르는 듯 사랑의 꽃을 피워내지 못한다. 행복한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 옆으로, 멍하니 홀로 서 있는 막스와 알리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마냥 비웃을 수는 없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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