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사랑하는 미술관 in 제주 [여행]

글 입력 2017.10.2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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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 매력에 빠져 여유가 생길 때 마다 습관처럼 제주도를 여행하게 된지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3년간 제주도 곳곳을 여행하며 항상 빼놓지 않고 들렸던 곳이 미술관이다. 제주도의 아름다움 속 많은 이야기를 품고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미술관 중 유독 발걸음을 다시 하게 하는 미술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1. 본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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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박물관


 본태 박물관은 건물 자체가 이미 하나의 예술 작품인 박물관이다. 이 건물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인 안도타다오의 감각적인 손에서부터 만들어졌다. 기하학적인 형태의 건물에 자연적인 요소를 통합하는 작품을 추구하는 안도타다오의 손에서 만들어진 이 건물은 제주의 자연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으로 보일만큼 건물 곳곳에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있다. 1관부터 4관, 그리고 조각공원까지 5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본태 박물관은 모든 부분에서 제주도의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1관은 한국 전통 공예관, 2관은 현대미술관, 3관은 쿠사마야요이 상설전과 무한의거울방이 설치되어있으며 4관은 전통상례를 접할 수 있는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꽃상여와 꼭두의 미학>을 전시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함께 있어 다소 혼란스럽지만 1관부터 4관은 모두 떨어져 있어 작품을 감상한 뒤 건물 구조에 따라 산책하며 제주의 풍경을 감상하고 다음 작품관을 감상할 수 있다. 1관부터 4관까지 모두 다른 주제의 작품들이 있지만 시간을 갖고 산책하며 작품을 감상할 여유를 새로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본태박물관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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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거울방


 특히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무한의 거울방’은 이 거울방 체험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본태 박물관을 찾을 정도로 유명한 장소이다. 어둠 속 수많은 빛과 사방으로 둘러싸인 거울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나를 보며 조용히 내 자신을 되돌아보았던 특별한 공간이었기에 기억에 남았고 이후에 3번이나 이 거울 방에 들어가기 위해 본태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본태 박물관에 간다면 관람객들이 많더라도 꼭 이 거울 방을 체험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2. 이중섭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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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


 나에게 이중섭화가의 작품은 매우 특별한데, 그 이유는 초등학생 시절 다녔던 미술학원에서 이중섭화가의 작품인 ‘아이들’을 패러디해서 그렸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도화지를 주면 구름과 하늘, 나무, 꽃, 웃고 있는 사람 등 단순한 것 밖에 그리지 못했던 어렸을 적 나에게 벌거벗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뒹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아이들’이라는 작품은 나에게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에 이중섭화가에 대한 호기심에 그 당시 책읽기를 매우 싫어하던 내가 이중섭화가에 대한 책을 찾아볼 정도로 이중섭화가의 작품은 나에게 매우 특별했다.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만해도 제주도에 따로 이중섭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몇 차례 제주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찾게 되어 가게 되었다.
 
 이중섭미술관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상설전시관, 2층은 기획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이중섭화가가 남긴 많은 작품 중 일부분만이 전시되어 있기에 그의 많은 작품을 보기위해 방문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또한 2층은 기획 전시관이기 때문에 이중섭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날 보다는 제주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날이 더 많다. 따라서 사실상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1층의 상설전시관에 설치 되어있는 몇 점의 작품뿐이다. 하지만 피난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제주도에 살며 남겼던 그의 그림이 유쾌하게 묘사되었다는 점은 제주도가 그의 예술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는 것을 인지시켜준다. 그래서 국내에서 단 하나뿐인 그의 이름 석 자가 담긴 이 미술관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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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산책길 지도


 이중섭 미술관은 이중섭 문화의 거리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데 근처에 이중섭이 머물렀던 생가와 제주도 특색이 담겨 있는 기념품가게와 옷가게 등이 있어 그가 머물렀던 생가도 볼 수 있고 문화의 거리를 걸으며 잠시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이중섭 미술관은 제주도의 도보 탐방 프로그램인 ‘작가의 산책길’의 한 코스인데, 작가의 산책길은 서귀포에 머물며 명작을 남긴 예술가들의 작품을 길을 걸으며 관람할 수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 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걸으면서 차례차례 예술가들의 작품과 마주하는 즐거움은 상상이상이니 이중섭미술관과 더불어 작가의 산책길을 걸어 볼 것을 추천한다.
 
 
 

3. 김영갑갤러리두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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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갤러리두모악


 지난 글에서도 소개했던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술관이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담아낸 김영갑사진작가가 직접 일구어낸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작가의 삶 그 자체를 품고 있기에 특별하다. 작은 정원에서부터 갤러리의 입구까지 어느 곳 하나 김영갑작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서인지 매우 정갈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김영갑작가의 작품은 사진이지만 마치 영상을 보는 것 마냥 제주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해질녘의 노을, 흩날리는듯한 구름 등등 작가가 병으로 이생을 떠나기 직전까지 담아냈던 제주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다지 큰 갤러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하나하나 보고 느끼다보면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가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묘한 이끌림을 준다.
 
 갤러리 뒤편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무인카페와 정원이 있는데 갤러리의 풍경과 제주의 하늘을 감상하며 다시 한 번 김영갑작가의 작품을 마음으로 품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이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 들리게 된다면 잠시라도 정원에 앉아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제주도로 여행을 다니며 들렸던 미술관 중 개인적으로 좋았던 미술관들이었다. 앞서 설명한 많은 이유도 있지만 내가 이 세 곳의 미술관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마냥 편하고 즐겁지만 않던 여행 도중 여유를 갖게 해준 곳이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것 자체가(특히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은) 움직여서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육체적인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고, 그 육체적 피로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신적 피로도 같이 쌓일 수밖에 없다. 덥거나 혹은 추운 날씨 때문에 좋은 풍경을 봐도 힘이 들고 짜증날 때 미술관을 들려 작품을 보고 사색했던 그 과정이 나에겐 여행 속의 ‘힐링’ 이었다.
 
 제주도의 사람 많은 관광지에 지쳤다면, 그리고 힘든 여행 중 잠시 사색하고 싶다면 미술관에 들려 잠시 여유를 갖고 다시 여행의 힘든 요소들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으로 제주도를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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