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타를 맡은 자의 슬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0.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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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언제나 일방적 관음의 대상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MBC 리얼스토리 눈은 지난 8월 24일 배우 송선미씨의 남편 장례식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물의를 빚었다. 배우자의 죽음 앞에 슬퍼하는 연예인의 눈물은 상품이 되어 시장에 공급되었다. 중대 사고나 재난 사건에서 울부짖는 연예인을 보도하는 것은 올바른 연예 저널리즘이 아니다. 누리꾼들은 이런 언론‘업자들’에게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고약한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다.

송선미씨 배우자의 사망 사건이 갖는 뉴스 가치와 공익성은 무엇일까. 연예인의 남편으로서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망, 살인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사촌동생 등 극적 요소를 갖춘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시급한 민생을 챙겨야 할 엄중한 시기에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자유한국당의 행태처럼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일도 아니고, 막대한 예산과 광범위한 조직을 거느린 국가의 핵심정보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잃고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여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린 사건도 아니다.

리얼스토리 눈의 송선미씨 부군상 장례식 몰카 사건은 현재의 연예 저널리즘이 제공하는 정보가 지적인 통찰이나 지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가십성 수준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기본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 언론에 그러한 권한이 주어진 적이 없다.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는 연예 저널리즘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조회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대중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하는 기사를 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기자로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사실 보도로서 저널리즘의 의무를 다했다고 자위하기보다는 그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하며 보도하는 것이 결국은 치열한 연예 저널리즘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엿보기 심리와 알 권리를 구분하는 노력이 절실해질 때, 스타를 맡은 자의 슬픔을 위로할 권리가 연예 저널리즘에게 주어어지지 않을까.


[이탁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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