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주를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 [시각예술]

글 입력 2017.10.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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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 있는 대부분의 미술관은 다 가보았지만 유독 꾸준히 찾게 되는 곳이 있다. 제주도 성산읍 쪽에 위치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이다. 3년 전 제주여행 중 우연히 찾게 된 이후로 제주도를 방문할 때 마다 꼭 여행코스에 넣어 들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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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갤러리두모악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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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갤러리두모악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입구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동상들이 설치되어있는 고즈넉한 정원을 볼 수 있다. 이 정원은 내가 이곳을 꾸준히 찾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 정원은 항상 고요했다. 관람객이 많아 북적 거려도 이 정원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고요함은 나를 비롯한 모든 관람객의 소리를 잠재웠다. 고요 속에서 정원을 걷는 이 작은 과정이 여유가 필요했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인지 나도 모르게 제주도를 방문할 때마다 자꾸 이곳을 찾게 되었다.
 
 정원을 걷다보면 하얗고 아담한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다. 두모악은 폐교였던 삼달 분교를 김영갑 작가가 직접 사들여 개조해서 만들었다. 전시회나 사진집을 통해 알렸던 작품들은 극히 일부였기 때문에 그 이외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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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영갑


 김영갑. 그는 1957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 한양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꿈꾸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던 와중, 우연히 들린 제주도의 경관에 매료되어 제주에 정착해 사진 찍는 일에 몰두 했다. 제주의 자연과 사랑에 빠진 그는 그 아름다움을 필름에 담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제주를 샅샅이 다니며 사진에만 열중했다. 그러던 와중 조금씩 손이 떨리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와 사진 촬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2001년 그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하루하루 제주도와 사진만을 바라보며 살아오던 그에게 찾아온 불치병은 태풍과도 같았다. 불치병은 그의 건강 집어 삼켜버렸다. 그러나 그의 열정까지 집어삼킬 순 없었다. 잠시 좌절했던 그는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만의 갤러리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병마 속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정원부터 갤러리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않은 곳은 없었고, 노력 끝에 갤러리는 2002년 문을 열었다. 이름 석 자를 걸고 열게 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그가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장소이자, 그가 불치병에 좌절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는 증서와도 같으며, 사진을 목숨과 같이 여긴 그의 열정이 세세히 녹아있는 곳이다. 그래서 인지 정원과 갤러리의 구석구석은 생전 그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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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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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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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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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그가 손수 일구어낸 정원과 갤러리가 왠지 모르게 그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처럼 사진 속의 제주 또한 그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시선으로 담긴 제주의 모습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끝이 아니었다. 루게릭 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던 그의 의지처럼, 그 아름다움 속에는 제주의 혹독한 환경을 이겨낸 살아있는 자연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가 제주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주가 그 자신과 닮아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제주가 좋아 제주도에 모든 것을 바친 작가 김영갑. 그는 갤러리 오픈 후 3년 뒤인 2005년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뼈는 갤러리 마당 앞에 뿌려졌다. 이제 그는 움직일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제주도를 마음껏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단순히 사진뿐만이 아니었음을 되새기며, 조만간 두모악을 다시 찾아야겠다.





이미지출처: http://www.dumoak.com/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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