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왕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철은 인간을 배신하고

글 입력 2017.10.0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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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물질적인 보물 단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내 노트북을 고르겠다. 노트북만 있으면 영화도, 책도(아쉽지만 e-book으로나마..), 음악도 들을 수 있을테니까. 작센의 선제후인 '강건왕 아우구스투스(1670~1733)의 생각은 좀 달랐나보다. 단 하나의 보물들은 아니지만 왕이 수집한 물건들을 보면 군복, 태양 마스크, 식기 세트, 도자기들 같은 것들로 모두 금이 입혀져 있거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등 매우 호화스럽다. 수집욕이 남달랐던 왕은 빛나는 물건들을 모아 권위를 자랑했다고 한다. 그저 ‘수집욕이 남달랐다’는 한 마디로 사람을 규정해버리는 것은 어쩐지 억울한 일 같아서 왕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즉 조선에서 숙종과 영조가 왕위에 있던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오늘날의 독일 동부 작센주 드레스덴에는 한 호기로운 왕이 있었다. 그가 바로 폴란드 왕이었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이다. 그는 프랑스의 루이 14세를 동경하며 절대 왕권을 꿈꿨고, 권위를 드러내는 방도로 아름다운 것들을 소유하려 하였다. 웅장한 궁전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에서 수집한 보석·도자기·수공예품이 왕실을 꾸며주고 있었다. 이 예술 애호가였던 호사스러운 왕에 의해 드레스덴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또한 당시의 드레스덴은 유럽 전역의 상인들이 오가는 국제 도시였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지역에서의 문화 다양성과 국제 교류의 산물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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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사랑한 수집품들을 전시해두었으니 으리으리하고 번쩍번쩍한 것은 물론이겠다. 그 번쩍이는 것들 안에서 내가 느낄 것들은 무엇일까. 나는 한 뉴스에서 ‘검 손잡이에 다이아몬드 빼곡...’ 이라는 문구로 이 전시회를 소개하는 것이 영 신경 쓰였는데, 이 전시를 홍보하는 데  ‘여기 번쩍이는 거 많으니 구경오세요!’가 다인가 싶어 씁쓸했던 연유이다. 사람이라면 다 반짝이는 것 좋아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단순히 왕의 보물들을 보러 가려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전시회이다.





 같은 장소, 다른 전시가 있다. ‘쇠,철,강 - 철의 문화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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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시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하나였는데, 우리를 풍요롭게 해줬던 존재가 결국 우리의 욕망에 힘입어 비로소 우리를 찔렀다는 그 사실이 흥미로웠다. 철은 솥과 등잔과 같은 생활필수품으로 먼저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철기의 등장은 생산력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생산력이 증가하여 살기 편해지면 인간은 그냥 그 상태에 만족하며 평화롭게 살까, 아니다. 더 큰 지배의 욕망이 우리를 덮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전쟁을 하며 권력 다툼을 하게 된다. 철로 인한 인간의 ‘성장’과 ‘파괴’ 사이의 그 모순이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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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완구 / 조선 / 국립중앙박물관


 언젠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읽고 인간의 가장 큰 비극이 무엇일까, 라는 물음이 머릿속에 맴 돌았다. 한 동안 생각 날 때마다 고민했지만 ‘가장 큰‘ 이라는 어려운 조건에 힘이 빠져 이내 잊어버렸다. 이 전시회를 보려 하니 가장 큰 비극이 뭔지에 대한 질문에 해답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인간의 욕망인지, 한치 앞을 모르는 무지인지 이에 관해서는 전시회를 보고 나서 더 생각해볼 거리가 있겠다.
 
 전시회에서 철과 인간의 역사를 본 적이 있던가. 인류, 권력, 삶과 문화 속에 들어온 철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별히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어 있으니 잘 챙겨보면 전시에 대한 이해와 재미가 더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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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연계프로그램


1. 전시 연계 심포지엄

국제학술심포지엄
"동북아시아에서 나타난 제철기술 흐름"

- 일시: 2017.10.21.(토)10:00~18:00
-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
- 주최: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 특별협력: 국립중앙박물관
 
학술세미나
"동북아시아 철기문화 연구의 최신 동향"

- 일시: 2017.10.13.(금) 14:00~18:00
-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제1강의실
- 주최: 한국철문화연구회․국립중앙박물관

 
2. 초청강연회

- 일시: 2017.10.13.(금)10:00~12:00
-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제1강의실
- 내용: 철로 보는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류 이야기
- 강연자: 김서형
(인하대학교 프런티어 학부대학 연구교수)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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