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로 남아있기 위한, 스틸 앨리스 [영화]

글 입력 2017.10.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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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통스러운 게 아닙니다.
그저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예전의 나로 남아있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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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사용하던 단어를 잊어 당황한 앨리스의 모습
 

 최고의 언어학 교수 앨리스.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 행복한 삶을 누리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병이 찾아온다. 항상 조깅 코스로 달렸던 거리가 갑작스레 낯설게 느껴지고, 강의 도중 흔하게 쓰던 ‘언어’ 라는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았을 때 그녀는 병원으로 향했고 유전가능성이 있는 ‘조발성 알츠하이머’ 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그녀는 불안했지만, 그녀는 기억을 잃더라도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노력한다.

 다소 진부한 소재가 될 수 있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영화지만 <스틸앨리스>는 특별했다. 병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신파적 장면이 단 한 장면도 담겨있지 않았다. 오직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는 앨리스의 시선만이 묵직하게 담겨있을 뿐이었다. 주변인의 시선이 아닌 병을 겪고 있는 개인의 시선으로 묘사된 알츠하이머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눈물을 강요하는 장면 없이도 더 처절하게 느껴졌다.
 
 이 뿐만 아니라, <스틸앨리스>는 병에 굴복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그려낸다. 앨리스는 자신이 이뤄냈던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슬퍼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는다. 모든 기억을 잃더라도 ‘여전히 앨리스’로 남아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교수로서 강의하던 그녀는 이제 자신과 같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자신이 좀 더 온전한 기억을 갖고 있을 때 사랑하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병에 좌절하지 않고 하루하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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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기억을 잃은 앨리스의 모습
 
 
 안타깝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는 빠른 속도로 악화되었고 결국 한마디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녀의 의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까?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의 막내 딸이 어려운 단어가 가득한 글을 읽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알지 못하는 글을 들으면서도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띠우며 딸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그리고 무엇에 관한 글이었냐며 묻는 딸의 질문에 한참동안 입술을 달싹이다가 ‘사랑’ 이라고 대답한다.

 알지 못하는 내용의 글을 듣고도 ‘사랑’ 이라고 대답하는 앨리스의 모습은 그녀가 기억은 잃었어도 그녀의 본질은 잃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병은 그녀의 기억을 지웠지만 ‘사랑’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그녀의 본질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소중했던 사람들, 행복했던 기억들을 잊었지만 그녀는 ‘아직도 앨리스’ 였다.
 
 <스틸앨리스>가 더욱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리차드 글랫저 감독의 유작이라는 점과 그가 루게릭병 환자였다는 점이다. 그 또한 앨리스처럼 병을 앓고 있음에도 병에 좌절하지 않고 하루하루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나갔다. <스틸앨리스> 촬영 당시에 상태가 악화되어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이패드로 배우와 스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현실을 성실하게 살아갔던 그는 <스틸앨리스>로써 우리에게 말한다. 어떤 상황이 와도 이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용기를 가지라고.
  



 
이미지출처: 구글이미지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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