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4) > [영화]

흑백일지라도, 평범할지라도, 청춘은 아름다워
글 입력 2017.09.30 23: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간단한 줄거리

 주인공인 프란시스는 둘도 없는 친구인 소피와 함께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사소한 문제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소피는 다른 곳으로 이사가버린다. 프로 무용단에 있지만 견습단원 신세인 프란시스는 크리스마스 공연 참여가 확정되면서 예술가인 두 친구와 함께 살게 된다.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살게 되지만 돈이 궁핍한 그녀는 친구들 눈치를 보게 되고, 무용단 사정으로 뒤늦게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제명되자 그 집마저 떠나게 된다.

 이후 프란시스는 고향집, 친구 집, 대학교 기숙사 등을 전전하면서 힘들게 생활을 이어간다. 여러 고생 끝에 결국 그녀가 일전에 거부했던 무용단의 사무직을 맡게 되어 안무도 담당하게 된다. 그녀가 담당한 팀의 공연이 펼쳐지고 생활 때문에 멀어졌던 친구들이 모두 보러 온다. 생활을 위해 억지로 하게 된 일이지만 그 안에서도 성취는 있었다. 집을 얻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되면서 그녀는 평화를 찾는다. 무엇이 되었든 다음 단계를 위해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상. 관계, 꿈과 생활

웨이트리스.jpg
 

 주인공 자체가 너무 센스가 없다. 눈치가 없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대화 수준도 어설프다. 영화를 볼 땐 그런 주인공이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주인공의 어설픔은 위안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돈이 없어 떠돌아다니고, 친구들 눈치를 보고, 웨이트리스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절친이 손님으로 오고, 눈치가 없어 사람들과 제대로 말도 못하고, 직업적으로 자꾸 한계에 부딪혀도 주인공은 어쨌든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녀를 좋아해줄 사람은 계속 그녀를 좋아하고, 절친한 친구는 잠시 떨어질지언정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버티다 보면 주인공의 일상에도 작은 성취들이 찾아온다.

 프란시스를 보고 나니 주변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가난하고 힘들지언정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은 언제나 멋진데, 주변 사람들의 인식을 걱정하느라 나다워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프란시스의 곁에는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녀와 대화하는 것을 지루해하거나 그녀를 대놓고 마음에 안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그런 것들에 개의치 않고 담담히 자신의 삶을 살아갔다. 당장 돈이 없든, 능력이 안되든, 그런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를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그 자체로 당당하다. 그러니 결국 모자라기만 한 것 같았던 그녀의 곁에 좋은 친구들이 다시 모이지 않았는가.


웃음.jpg
 

 그렇다면 그녀는 결론적으로 처음 거절했던 사무직을 맡게 됐으니 최고의 무용수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한걸까?

 글쎄, 포기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비극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프란시스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용단의 사무직을 굳이 거절한 이유는 직접 무용수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처음의 목표를 지키는 것만이 대수인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듯 하다.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꿈꾸든 그것은 무조건 그녀의 생활과 함께 간다. 꿈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에 자신의 당장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된 것은 아닐까.

 프란시스 하는 흑백 영화이다. 2014년의 흑백영화. 굳이 색을 빼낸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프란시스의 삶이 그녀가 꿈꾸던 화려한 삶과는 동떨어져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이상적이고 큰 꿈을 꾸어도, 그녀는 자신의 평범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흑백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자신의 능력으로 작은 일부터 성실하게 살아나가는 삶은 멋지다.



사진 출처 : 영화 < 프란시스 하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태그.jpg
 

[주유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