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을 감각하는 법을 연습할 수 있었던 39통의 편지, 「인생의 일요일들」[문학]

인생의 일요일들,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순간들.
글 입력 2017.09.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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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초여름 날 계획에 없던 계곡 나들이를 떠났을 때의 기억이다. 두고 온 물건이 있어 차에 가지러 갔는데, 주위는 고요하고 바람은 솔솔 불어 그대로 차에 드러누웠다.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위를 올려다보니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기분 좋게 쏟아져내렸다. 이어폰을 꺼내 루시드폴의 ‘어디인지 몰라요‘를 틀고, 눈을 감아보니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것은 외로운 느낌이기보단, 나의 오감으로 세상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삶에서 어느 순간 ’쉼‘의 의미도 잃어버린 채로 있었다는 걸 그 때 깨달았다.
 
  살아가면서 문득 사소한 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습지만 이렇게 감동하는 날 보며 아직 인간미는 잃지 않았구나, 하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러한 감각들이 조금 더 민감해진다. 여행지에서만큼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일상에서 해보지 못했던 ‘마이웨이’의 영역이 넓어진다.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나는 나로서 존재하게 되며, 비로소 사소한 것들을 아름답게 여길 수 있었던 본래의 습성을 회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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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일요일들」은 이러한 순간들을 포착해서, 독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다정한 말투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지만 미사여구 없이 담백한 설명들로 채운 편지다. 그래서 더 이 편지들이 삶의 휴일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오만한 어투로 빨리 쉬라고 보채는 것도 아니고, 변해보면 어떨까 하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문득 생각나거나, 여행을 하며 떠오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둘 뿐. 이 친절한 편지들로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고, 마침내 잊고 있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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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정의하지는 않는다. 그냥 기습적으로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당장 눈앞에서의 어떤 실체가 아름답다고 느껴지진 않더라도, 돌이켜 생각해 볼 때 비로소 아름다웠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느새 무감각해져버린 마음 탓에, 온 몸은 더 머물고 싶기 원하는데도 그걸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작가의 편지들을 하나씩 읽어보자. 자신의 감정을 즉각 알아채고, 기억하며, 기록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던 나는 이 편지들을 읽고서 순간을 기록해내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아름다운 것들은 구체적이지 않기에, 막연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산에 올라 “야호” 한 번 외쳐본 적 없던 작가는 난데없이 타이게토스 산을 마주보자마자 소리를 지른다.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했던 행동이지만, 그냥, 문득, 갑자기, 날개를 펴고 유유히 상공을 날아보고 싶었나보다, 하고 여긴다. 인생의 일요일들,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순간들. 세상을 감각하는 법을 연습할 수 있었던 39통의 편지, 「인생의 일요일들」이었다.





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


지은이 : 정혜윤

펴낸곳 : 로고폴리스

분야 : 에세이

규격
128*188mm

쪽 수 : 336쪽

출판일
2017년 6월 23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6499-55-9(03810)




문의
로고폴리스
031-93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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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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