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이 피곤해 세상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 [영화]

글 입력 2017.09.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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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情所困 無心戀世
‘마음이 피곤해 세상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
 
2003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장국영이 세상을 떠났다. 매 해 만우절이면 많은 이들이 거짓말 같던 그의 죽음을 떠올린다. 아직도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장국영은 유서를 통해 당시 그의 연인이던 당학덕에게 460억 원 가량의 유산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유서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感情所困 無心戀世(마음이 피곤해 세상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

그의 연인이었던 당학덕과 새로 알게 된 젊은 남성 사이에서 고민한 것에 대한 메시지라는 설이 있고, 당시 홍콩 경찰이 발표했던 그의 사인이 우울증이었던 만큼 세상에 대한 회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혹 다른 유명한 어구들처럼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인물이 한 말일 수도 있다. 누가 어떤 의미로 한 말이던 간에, 2003년 4월 1일 이후로 우리는 장국영을 그저 기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많은 영화를 남겼다. 이제는 홍콩 느와르의 전설이 된 < 영웅본색 >에서 형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찬 ‘아걸’을, 왕가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양조위가 연기한 ‘아휘’와 함께 세상의 끝 이구아수 폭포를 좇아 아르헨티나에 온 ‘보영’을. 그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해도 무방한 이 스타는 이후에도 여러 작품을 통해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저마다의 각별한 캐릭터로 가슴 속에 기억되고 있다. 다음 두 작품은 수많은 그의 팬 중 한 명이 선정한 두 편이다.
 


아비정전


그의 영화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 아비정전 >이 아닐까. 생전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로 < 아비정전 >의 ‘아비’를 꼽을 만큼 그에게도 < 아비정전 >은 뜻 깊은 작품이었다. 작품 속 ‘아비’는 한없이 거칠고, 폭력적인 인물인 동시에 몹시 연약하고 애정에 목마른 인물이었다. 연인에게 상처 주는 것에 거리낌 없고, 오직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는 그이지만, 관객은 ‘아비’의 과거를 통해 그의 근원적 상처가 드러날 때마다 그를 이해하고 동정하게 된다. 모든 걸 뒤로 하고, 그의 결핍을 채워줄지도 모른단 기대에 그는 타지로 떠나지만, 마지막까지 그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다. ‘발 없는 새’, ‘아비’의 마지막은 꼭 그의 마지막 같아서, 더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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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비정전 > 스틸컷

 

천녀유혼


< 아비정전 >이 장국영이라는 배우의 슬픔과 그 깊이를 알 수 있는 작품이라면, < 천녀유혼 >은 그의 가장 밝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영웅본색 >에서 형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한, 풋풋한 모습의 ‘아걸’을 보여줬던 그는 < 천녀유혼 >을 통해 순진한 서생 ‘영채신’이라는 훨씬 더 풋풋하고 순수한 인물을 보여준다. < 아비정전 >의 ‘아비’가 겉모습은 거칠지만 내면은 섬세하고 연약한 인물이라면, < 천녀유혼 >의 장국영은 외면과 내면 모두 순수함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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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천녀유혼 > 스틸컷


이외에도 여러 훌륭한 작품이 있지만, 오늘은 장국영이라는 배우와 가장 닮았다고 이야기되는, 그리고 가장 밝았다고 여겨지는 그의 모습을 소개했다. 어느새 더위가 지나고, 가을이다. 가을은 그의 영화를 보기 더욱 좋을 것 같다.
 
 
[김우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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