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X공감] in my shoes : 여름의 끝

글 입력 2017.08.30 20: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구름.jpg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선풍기 없이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던 밤들. 이제는 서늘한 바람에 창문을 닫고, 이불을 덮어야 하는 때가 왔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창문으로 들이치는 햇살에 이른 아침 저절로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맑고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제 정말 가을이 오는구나. 간간이 떠 있던 구름들은 마치 누군가 지우개로 지운 흔적처럼 보였다. 하늘을 보며 구름을 감상하는 게 얼마 만인지, 그동안 주위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래서인지 올해 여름은 이상하게도 금방 지나간 느낌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은 땀이 많은 편이라 여름이면 선풍기를 달고 산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흐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는 가족 중 땀이 제일 적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보다 더위를 많이 탄다. 그러니 여름이 좋을 리가 없다. 덥다고 차가운 것을 많이 먹으면 여름 감기에 걸리고, 시원하다고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쐐도 병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더워도 더운 대로. 밤에 모기와 싸우고, 깊은 잠에 들지 못했어도 그저 그렇게 여름이 갔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들에 둔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계절에도 점점 둔해지는 것일까. 제법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춥다고 느껴질 때면, 여름이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 아쉽기도 하다. 잠결에 뒤척이다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머지않아 여름의 끝
붉게 물든 손으로 문을 두드리고
문지방을 막 넘으려는 9월의 여신은
상처에 입김을 불 듯 노래하네
잔인하게도 푸르던 계절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 전자양, 여름의 끝 中 -


가을.jpg
 

 이렇게 선선한 가을이 다가올 때면, 나의 눈이 향하는 곳이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할 때도, 길을 걷다가도, 쇼핑몰을 구경할 때도 '옷'이 최고의 관심사다. 분명 작년 이맘때도 옷을 샀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매년 입을 옷이 없다. 그 사이에 취향이 완전히 바뀐 것도 아닐 텐데. 인터넷에서 새로 나온 예쁜 옷들을 보면, 통장 잔고는 잠시 잊고 구매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현실은 ‘찜’ 버튼을 누르고 다음을 기약하지만 말이다. (찜한 옷만 한가득 쌓이는 중) 특히 가을은 옷이 너무 얇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아서 멋스럽게 입기 제일 좋을 때다. 더위에 땀이 줄줄 나지도, 추위에 콧물이 흐르지도 않으니 말이다. 괜시리 이번 가을에는 분위기 여신이 돼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가을과 함께 코앞으로 다가온 개강. 한껏 멋을 낸 대학생들은 형형색색의 가을옷을 입고, 다시 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모일 것이다. 방학에 대한 아쉬움과 새 학기의 설렘을 안은 채 말이다. 교정의 나무들이 붉은 단풍잎으로 물들고, 떨어진 낙엽 사이로 바삐 걸어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가을 색을 물씬 품은 옷을 입고,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들. 곧 다가올 9월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 아닐까.
 
 
 
 
그을린 여름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은데 9月이 왔어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하나 둘 떠오르는 가을의 이야기 속에
우리 옷은 점점 짙어져 가고
 
- 윤종신, 9月 中 -

 
 나 또한 짧은 휴학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터라 마음이 뒤숭숭하다. 이제 매일 아침 뭘 입을지, 점심으로 뭘 먹을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묘한 긴장이 싫지 않다. 졸업이 멀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지, 학교생활의 하나하나가 모두 추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취직한 선배들이 ‘학생 때가 그립다’는 말을 하는 걸 자주 들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이 말하는 그리움 속에는 학교생활에 대한 그리움, 학교 곳곳에 깃들어 있는 추억들뿐만 아니라, 학생일 때를 더 누리고, 더 열정적으로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멀지 않은 학교와의 작별. 더 큰 사회로 나아가, 지난날을 돌이켜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잘 놀고, 그만큼 열심히 배우고, 공부했다고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그동안의 해이해진 마음을 여름과 함께 떠나보내며, 이 여름의 끝에 서서, 돌아오는 가을을 맞이하고자 한다.
 


 
 
 따뜻한 햇살이 좋았던 봄날에 시작해, 무더운 여름을 함께했던 음악: 공간X공감.
 공간X공감은 시즌1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려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떤 새로운 음악을 소개해드릴까 고심하던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부족하지만 열심히 채워나갔던 공간X공감 시즌1을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과 ‘음악’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다.:)



태그.jpg


[송송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