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글자, 오롯한 자신의 감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 [문학]

글 입력 2017.08.2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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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발전소 오늘은바람이좋아 살아야겠다 _ 평면.JPG


  대학생이 된 이후로 책을 손에 쥐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하루 종일 글자 속에 둘러쌓여 살고 읽을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으면서 정작 그 ‘읽기’라는 행위의 가장 근본적인 책에는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지나온 몇 년을 애석하게 느끼던 참이었다. 때문에 나는 오랜만에 잡는 이 종이책을 기다려왔다. 그 이유 뿐만이 아니라도 ‘오늘은 바람이 좋기 때문에 살아야겠다’는 낭만적인 제목과 시인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내용까지도 마음에 쏙 들었다. 표지를 넘기면 작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글쓰기를, 아니 글자들을 좋아했다는 작가의 어린시절마저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잊고 살아가며 다른 것들에게 더욱 많은 시선을 던지는 나에게 이 책은 다시금 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줄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과연 이 책은 읽는 동안 즐거웠다. 이해 못할 이야기라도 몇 번이고 곱씹어 내 것으로 만드는 즐거움이 있었고 작가와 시인의 구절들을 함께 읽어 내려가는 새로움이 있었다. 마치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함께 본 사람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이고 할 수 있듯이 시인과 그의 문장들에 대하여 작가와 대화를 하는 느낌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이었던 작가를 이야기해보자면 카렐 차페크라고 이야기하겠다. 그 이유는 정말이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요즘 들어 나의 관심사에 원예라는 분야가 새로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나의 이 작은 변화에 조금 놀라워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껏 식물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꽃과 작은 풀들을 사랑하는 우리 엄마께서 어린 시절의 나에게 아무리 이게 무슨 꽃인지, 어떠한 풀인지 설명해 주어도 관심이 없었는데, 정말 아무런 계기 없이 갑자기 길가의 초록빛 생명들이 놀랍게 보이니 신기한 경험이다. 이렇듯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한창 타샤 튜더의 정원과 같은 나만의 작은 공간을 동경하던 참이었는데 카렐 차페크는 나에게 이 공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못 박아준 것 같다.

  그의 문장들을 읽고 있자니 내가 이제야 이 지구별에서 공생하고 있다는 작은 생명들에게 그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았는지, 그리고 받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무와 꽃과 풀을 위하여 기꺼이 외투부터 양말까지 모두 벗어 입혀줄 수 있다고 말했던 그는, 인간이라는 신분으로 초월적인 누군가가 우리를 이만큼 만들고 키워내었을 때의 기분을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더 느끼면서 살았을지 모르는 일이다. 저자는 카렐 차페크가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정원에 대한 무한한 향수와 아쉬움을 지금까지도 달래주고 있다’고 말했다. 참으로 그만의 정원은, 한 번도 그 공간에 들어가보지 못한 우리에게까지 이렇게 다채로운 감각과 평안함을 주는 것이다.

  11명의 멋진 인물들과 과거 속에서 하루 동안 꽉 채워 데이트를 하고 온 느낌이었다. 내가 짐작으로만 접했던 감각들을 조금이나마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또한 지금은 고전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작품들을 읽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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