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침탈하고 능멸하라, 선 채로 꾸짖으리라!

피억압자의 철학을 보여주는 '그리스의 여인들'
글 입력 2017.08.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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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

- 그리스의 여인들 2 -

2017.8.10 - 20
@예술공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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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서울의 작은 무대를 '트로이의 여인들'에 등장한 13명의 여배우와 3명의 남자배우가 가득 채웠다. 조용하지만 강한 에너지로 움직이는 그들을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음율과 반복되는 기타 선율이 감싸 안았기 때문에 더욱 완성된 무대를 연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그리스 비극은 텍스트를 최소화시키고 그 빈자리를 음악적 화법으로 대치하고 채워나감으로써 텍스트의 핵심을 가장 효율적이고 입체적이며 감각적인 방식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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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우리도 이미 트로이의 왕족이 아니다.
운명은 변했다. 견디어 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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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사과를 들고 있는 한 사람의 등장으로 극은 시작한다. 피폐해진 도시에 시체들과 함께 남겨진 트로이의 여인들은 유린 당한 채 노예가 된다. 왕비 헤카베는 적 오디세우스의 종으로, 그녀의 딸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의 침실로 불려들어가 강간을 당한다. 그리고 헤카베의 자랑스러운 아들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갓난 아들이 그리스 군에 의해 절벽에 던져진 뒤 원수 네오프톨레모스의 여자가 되어야 할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참혹한 비극 속에서도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군의 잔학상을 비판하면서 인간다운 최후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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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파멸과 나락의 벼랑 끝에 선 패전국 트로이의 여인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력감과 절망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몸서리치지만, 최후까지 존엄과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는 그녀들의 조용한 투쟁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수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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