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타포르테 ; prêt-à-porter] 2. 패션 히스토리 : 1980- 2017's (2)

글 입력 2017.08.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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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s : BIG is the best


 1970년대 스타일이 상의는 붙고 하의가 플레어 되는 스타일이라면, 1980년대에는 여성, 남성 둘 다 어깨를 크게 보이기 위한 스타일이 인기였다. 이러한 스타일을 위해 어깨에 패드를 착용하여 파워수트 룩(power suits look)을 선보였다. 강조되는 것은 어깨뿐만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크게 입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빅룩(Big look)’이 탄생하였다. 그야말로 “BIG is the best”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동시에 ‘힙합’ 장르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더 이상 하위문화가 아닌 대중문화로의 발돋움을 시작했다. 1980년대 초까지 미국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후 전 세계로 힙합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나라의 음악 문화로 자리매김하였다.
  저항정신을 가지고 시작한 대부분의 하위문화가 그러하듯, 힙합 음악과 함께 문화에 침투한 부분은 역시 ‘패션’이다. 힙합 패션은 일탈과 저항이라는 정신으로 형성되는 그들만의 소속감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시기의 힙합 패션은 흔히 ‘올드스쿨’로 구분된다. 아디다스 트랙수트, 캉골의 버킷햇은 올드스쿨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눈여겨봤을 아이템들이 아닐까 싶다. 특히 80년대 유행했던 신발 중에서는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아이템들이 많다. 컨버스 슈즈(Converse shoes)를 시작으로 Air Jordan과 같은 운동선수 이름을 딴 운동화들 또한 인기가  있었다. 또 아디다스 스니커즈와 같은 고가브랜드의 운동화들이 10대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학교 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학생들의 경우, ‘소속감’이라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라는 차이를 영유하고자 소속감에서의 일탈을 꿈꾸었을는지도 모른다. 1980년대 틴에이저들의 이러한 경향이 90년대로 이어지면서 ‘안티패션’이라는 또 하나의 사조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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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 : Retro Boom


 1990년대는 그야말로 대중문화의 시대이다. 비주류였던 것이 주류로 이동하는 시기로, 유행하던 스타일에 대해 고정적인 형태의 실루엣을 추구하여 소속감을 살렸던 이전 시대들과는 달리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갖가지의 스타일로 분화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악세사리와 같이 미니멀한 포인트적 요소들이 다양하게 드러나는 것도 주목해볼만 한 점이다.

 지금의 2030세대가 조금은 민망해할지도 모르는 지난날의 흑역사가 대부분 1990년대에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명 건빵바지, 체인 바지라고도 불리었던 카고팬츠가 그 대표적인 예다. 처음으로 카고팬츠(혹은 카키팬츠)가 메인스트림에 선보여졌는데 비슷한 즈음의 시기에 카무플라주(Camouflage) 무늬, 베이비 티셔츠(Baby T-shirt), 스트랩 탱크 탑(strap tank top)이 등장하여 인기를 얻었다. 1900년대 말로 갈수록 확고해지는 경향은 취향이 점점 Young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유행 선도가 더 이상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틴에이저의 영역으로 변화했음을 일러준다.

 그리고 ‘복고’ 가 하나의 이미지로써 자리 잡게 된다. 주로 1960년대 또는 70년대 스타일을 두고 복고 패션(Retro clothing)이라 일컬었는데, 특히 90년대 후반에 이러한 레트로 붐이 일었다. 데님을 최대한 올려 입는 것이 당시의 멋이었다. 다리가 길어 보이고 싶은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요즘엔 구제 데님을 트렌드에 맞게 리메이크해서 판매하는 쇼핑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자칫 촌스러워보일 수도 있는 복고 패션을 잘 살린다면 얼마든지 멋스러운 구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닥터마틴 부츠나 스니커즈, 척테일러 컨버스는 최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되기도 하면서 시대와 상관없이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이처럼 구제, 복고는 더 이상 촌스러운 것의 상징이 아닌 올드스쿨 그 옛스러움의 가치를 톡톡히 살릴 수 있는 효자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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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s : 에코의 시대


 세기가 한 차례 바뀌었다. 패션의 영역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21세기 테크놀로지 시대에 이르러 대중들은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중문화를 더 폭넓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변화의 폭이 생겨났다.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개방적으로 변해가면서 두드러진 경향은 ‘개인의 기호’가 뚜렷하게 발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정 컨셉보다는 ‘유행’을 추구하는 것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브랜드 충성도가 급격히 약해졌다. H&M, Forever21, Zara, Uniqlo, SPAO와 같은 스파브랜드나 소호몰은 2000년대 초반 즈음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들이다. 유행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높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렇듯 ‘빠름’과 ‘다름’의 미학을 추구하다 보니 패션 스타일링 자체가 유행을 좇는 격이 되어버렸고, 컨셉을 강조하던 이전의 패션보다는 다소 심심해지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유행이라는 것에 민감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 더 실용적이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질리지 않는 무난함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자기표현 방식이 적극적으로 변해면서 희소성을 추구하는 패션 리더나 유행 선도 집단들이 하이패션을 주목하는 것이 불변의 진리인지는 모르겠다마는, 어떤 사람들은 기능성이 갖추어진 기성복을,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단순한 옷차림들을 여전히 원할 것이고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심심함, 무난함도 개인의 기호와 개성이 된 것이다.

 과거의 미니멀이 의상의 표면적인 심플함을 추구한다면, 2000년대의 그것은 심플(simple)이 아닌 ‘에센스(essence)라고 할 수 있다. 즉 필요한 것만 남긴다는 뜻으로, 표면보다는 내면을 중요시하는 이러한 인식은 진정성과 힐링에 대한 관심으로도 연결된다. 에코백을 사용한다든가, 슈즈 브랜드 ‘탐스’와 같이 구매가 곧 기부로 이어지는 착한 소비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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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s  trend : Retro & Natural


 레트로, 내추럴이라 하면 필름 카메라가 떠오른다. 요즘은 아날로그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천천히, 소박한,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것. 조금 답답하긴 해도, 그것도 그 나름대로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딘지 때가 타고 촌스러운 색감인 듯해도 자연스러운 멋이 살아난다.

 패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올 여름에도 복고 열풍은 계속된다. 틀에 짜인 듯한 스타일보다는 자유분방하고 편안한 스타일이 눈에 띈다. 너무 잘 차려 입은 의상보다는 자연스럽고 편하면서도 독특한 소매나 과감한 패턴으로 포인트를 준 패션이 유행할 전망이다.

 내추럴 빈티지한 룩과 사랑스러운 헤어는 최고의 궁합이다. 자연스레 정려원이나 아오이 유우의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자연스러운 히피펌이 올해의 트렌드 헤어라고 할 수 있다. 발그레한 볼터치, 짧은 앞머리, 뽀글뽀글하게 늘어져 있는 머리. 상상만 해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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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의 트렌드 컬러는그리너리이다.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거쳐 활용도가 높은 연두색이다. 싱그러움, 새들의 지저귐, 파릇파릇한 나무 잎사귀. 눈을 감고 처음으로 떠올린 자연 그대로의 색감이다. 자연에서 오는 희망과 활력을 상징하는 그리너리가 특별한 이유는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에서 찾을 수 있다. 어찌 보면 패션은 그 시대와 가장 많이 닮아있다.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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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빠질 수 없는 하나는 의(衣)가 아니던가. 입는다는 것, 옷은 곧 제 2의 피부라고도 할 수 있다. 태초의 인류 모습을 생각하기라도 한 걸까, 지나간 과거의 양식은 마냥 원초적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100년이 흐른 지금,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구호가 들려오는 아이러니함을 발견하기도 했다.

 다시 돌아와서, 패션은 시대와 많이 닮아있다. 아마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영역이 아닐까 싶다. 당대 구성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자 했는지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각각의 문화 양식과 맞물려 시대가 향유하는 유행들이 있었고, 그것이 또 다양한 형태의 패션으로 변화해가는 양상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내일이 되면 오늘 역시 과거가 될 것이니 패션은 시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오늘을 알고, 또 내일을 짐작해보는 것. 그 연대기를 읽어내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과거와 마주하며 오늘을 살고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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